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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륀지'에서 '귤'로 돌아온 인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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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인수위원의 NH금융지주 사외이사직 파문을 보며

[뉴스핌=노희준 기자] "'아륀지'(orange )에서 '귤'로 돌아온 건가?"

박근혜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을 맡고 있는 홍기택 중앙대 교수의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논란과 이사직 사퇴, 그리고 그 사이에 있었던 '귤 적선'(?) 해프닝을 보면서 기자의 머리를 스친 생각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인 2008년 1월 30일 당시 이명박 당선인의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은 우리나라 영어 교육 문제점을 겨냥해 이른바 '아륀지' 발언을 했다.

"미국 가서 '오렌지' 달라고 했더니 아무도 못 알아들어 '아륀지'라 했더니 가져오더라." 영어몰입교육을 주장하는 취지였지만, 이 위원장은 이후 '어륀지'발언으로 여론의 조롱거리가 됐다.

단순한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새로운 정책을 새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과욕'이 부른 예고된 '헛발질'이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요란한 소동과 달리 정작 중요했던 인사 문제에서는 검증 미비 문제가 노출됐다. 이명박 정부의 첫 조각은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과 '강부자'(강남 땅 부자') 논란에 휩싸여 3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관가에서는 정권 초기, 미국산 쇠고기 촛불 시위에 직면하면서 정권 신뢰도가 급속히 추락했던 이명박 정부의 실책이 실은 '이륀지' 논란부터였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다. 새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기 시작한 불명예스러운 신호탄이었다는 것이다.

2013년 1월 10일. 박 당선인 인수위에서는 '귤'이 화제(?)가 됐다. 언론의 눈길에 들어온 인사는 박 당선인 인수위 경제1분과 인수위원인 홍기택 교수다.

홍 교수는 9일 삼청동 인수위 별관에 마련된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 앞에 영하 12도의 추운 날씨와 별로 어울리지 않는 '귤'  한 봉지를 들고 나타나 "하나씩 드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고생하는 기자들을 생각한 친절함처럼 보이지만, 홍 교수는 정작 필요한 사항을 말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누구지'라고 수군거릴 때도 정작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이후 기자들이 알아본 이후에도 쏟아지는 질문에 입을 다문 채 별관으로 사라졌다.

'귤'을 나눠준 시점도 찜찜한 구석이 있다. 기자들 앞에 '귤'을 갖고 나타나기 전날인 8일 홍 교수는 NH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확인돼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홍 교수가 속한 경제1분과는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분과인데,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기자들에게 '귤'을 건넨 선의가 다르게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의혹의 눈초리는 박 당선인의 인수위 전체로도 향한다. 홍 교수가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는 것을 정말 몰랐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사전의 사임 권고 등의 조치 없이 경제1분과에 배정한 것인지를 검증하고 답변해야 할 주체가 인수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인수위는 초반부터 '깜깜이 인사'와 '밀봉 인사' 등 소통 부족에 대한 우려가 계속 지적돼 왔기 때문에 '귤'을 건네고 입을 다문 것으로 각인된 홍 교수의 이번 논란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인수위 인사 검증 시스템 전체 문제로 연결되는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박 당선인의 말처럼 설익은 정책이 인수위에서 흘러나와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지나친 보안과 비밀주의에 치우쳐 발생하는 검증 부족과 소홀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린 과유불급을 경계해야 한다. 현재 인수위는 소통 부족에서 파생되는 부실 검증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할 대목에 이른 듯하다. 지나친 과욕이 부른 '아륀지'가 5년이 지나 지나친 보안이 부른 '귤'로 돌아온 것이 아니길 바란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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