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막대한 보유현금, 다시 도마에 올라
[뉴스핌=이은지 기자]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헤지펀드계의 거물 데이비드 아인혼의 요구를 무시하라면서, 자신이라면 남는 현금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식의 조언을 했다. 이 때문에 애플의 막대한 보유 현금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워렌 버핏은 지난 4일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의 '스쿼크 박스'에 출연해 쿡 CEO에게 "아인혼과 같은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무시하라"고 조언했다. 버핏 자신도 지난 40년간 버크셔를 이끌면서 주가가 하락할 때 주주들의 거센 비난을 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업을 하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경영을 잘하는 것"이라며 "경영을 잘한다면 주가는 따라오기 마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나는 향후 5년~10년의 기업 가치를 가장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 경영한다"며 "매일 주가를 끌어 올리는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버핏은 이 자리에서 애플의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와의 과거 대화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당시 버핏은 잡스에게 애플 주가가 싸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그가 '그렇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대화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다소 그런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는 부분이 포함돼 있어 관심을 끌었다. 버핏은 이에 "자사주를 매입하라"고 조언했지만 스티브 잡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버핏은 "애플 주식을 보유한 적이 없지만 스티브 잡스와의 대화에서 기업이 가장 좋은 일은 경영을 잘하는 것이며, 그러면 주가가 반응할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아인혼 회장은 지난달 애플이 주주총회에 앞서 이익배당 우선주 발행 조항을 삭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뉴욕 연방법원에 이를 저지하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당시 팀 쿡 CEO는 아인혼의 이와 같은 움직임을 '멍청한 쇼'라고 비판했지만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우선주 발행 삭제 계획을 취소하기로 하며 소송 관련 해프닝도 일단락됐다.
그러나 1370억 달러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애플과 관련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애플은 지난해 17년 만에 처음으로 2.65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했지만 시가배당률은 1.8%에 불과해 막대한 현금 보유량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들어서는 아인혼의 소송으로 또다시 배당금 지급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
팀 쿡 CEO는 지난달 열린 애플의 주주총회에서 데이비드 아인혼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아직도 '어리석은 쇼'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면서도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것은 멍청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 만큼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며 한발 물러난 제스처를 취했다.
이처럼 애플이 쌓아둔 현금을 두고 설전이 오고 가는 가운데, 이날 버핏 회장이 공개적으로 팀 쿡 CEO를 두둔하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향후 여론의 향배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버핏은 잡스와의 대화를 소개할 때 애플이 과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자신도 시인하는 것과 또 기회가 된다면 자사주 매입을 권하고 싶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잡스와 일화에 대한 소개를 끝낼 때 그는 "1달러 짜리를 80센트에 살 수 있다면 매우 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은지 기자 (sopresciou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