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력 독점체제에 선전포고한 '다윗'
[뉴스핌=김영훈 기자] 2012년 5월 산둥(山東)성 민영기업인 웨이차오(尉橋)창업그룹이 갑자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자체 전력공장에서 생산된 전력을 일부 회사와 민간에 국영 전력망보다 33% 가량 싸게 공급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중국에서 전력은 정부가 독점해온 업종이므로 웨이차오의 이같은 믿기 힘든 조치는 중국 사회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이 때문에 웨이차오의 장스핑(張士平ㆍ67) 회장은 골리앗에 맞서 싸우는 국민 영웅 '다윗'으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두 달 후인 7월 장스핑 회장은 다시 한번 중국 사회와 세계 경제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2012년 세계 500대 부호 리스트에 장 회장이 중국 5개 민영기업인중 한명으로 당당히 입성한 것이다.
나중에 웨이차오그룹 산하의 전력회사는 결국 정부 압박으로 조업을 중단했다. 이런 조치가 내려진 것은 민간이 전력을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며 안전과 환경보호에도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때문이었다.
웨이차오그룹은 세계 최고의 면방직 생산 규모를 자랑하는 기업이다. 1980년대 정부의 엄격한 통제 때문에 중국의 면방직 공장은 일년의 반은 가동하지 못하고 유휴시설로 두어야 했다. 하지만 장 회장은 이같은 비효율을 타파하기 위해 대두, 땅콩, 목화씨를 구입해 가공 기름으로 사용하는 획기적인 일을 해냈다.
1984년 웨이차오의 이윤은 전국 면화기업 가운데 1위로 올라섰다. 직원 61명의 작은 향진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뜻밖에 면화의 과잉 생산이 그를 다시 위기로 몰아 넣었다. 정부의 생산 제한 압박 속에서도 장 회장은 5년동안 170억위안을 투자해 오히려 생산규모를 늘렸다. 그리고 해외 수출로 이 난관을 극복해나갔다.1997년부터 2005년 웨이차오가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는 연간 71.5%씩 성장했다.
그리고 2005년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온다. 40년 동안 계속된 세계 방직 쿼터제가 취소되면서 미국과 EU가 중국기업의 면화 수입을 제한하기 시작한데 따른 것이다. 장 회장은 이런 어려움에 직면하자 오히려 70억위안츨 투자해 염색, 의류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해 나갔다.
위기를 만나면 더 대담하게 나아가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게 그의 경영 스타일이다.
그가 정부라는 넘어서기 힘든 산을 상대로 전력 싸움에 나선 것도 전력을 독점한 국가전력망이 비싼 전기료에다 걸핏하면 단전이 되는 낙후된 공급 서비스 체제를 벗어나고자 한데서 나온 것이다.
중국에서는 자체 발전소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상당수 있다. 2011년 현재 산둥 성에서만 179개 기업이 자체 발전소를 보유했다. 하지만 생산한 전력을 외부에 공급한 것은 장 회장이 처음이었다.
웨이차오는 면방직, 직조, 홈텍스타일, 패션사업부터 알루미늄 분야 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매출액 기준으로 중국 대표 가전 브랜드인 하이얼을 제치고 산동성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장 회장은 2011년 알루미늄 분야 독립 자회사인 훙차오(紅橋)를 홍콩 증시에 상장하면서 하루아침에 재산이 300억위안으로 불어나 후룬 부호리스트에서 산둥 최고 부호에 올랐다. 2012년 포브스 중국 부호 순위에서는 개인재산 155억위안으로 25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