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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국제칼럼]유효한가, '삼바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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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여의도에 있다 보니 국내 증권사들의 동향을 남들보다 빨리 알 수 있다는 '지리적 장점'이 있다. 증권맨들의 전언도 있지만 증권사들이 어떤 상품에 무게 중심을 두는 지는 입간판이나 플래카드가 바뀌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최근엔 브라질 채권을 사라고들 외치고 있다. 오늘도 그런 글귀를 보면서 출근했다.

브라질? 이달 초 브라질 정부는 헤알화 가치가 너무 떨어지자 외국 자본이 자국 금융시장에 투자할 때 받았던 토빈세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채권에 한해서였다. 선물이나 옵션 같은 파생상품에 대해선 여전히 세금을 물린다.

세율이 6%나 됐던 토빈세가 폐지되니까 곧바로 여의도 증권가에선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라는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은행에 넣어둔 돈은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이자를 받고 있으니 어디든 매력적인 투자처를 제시해야만 돈을 끌어올 수 있는데, 이 참에 브라질 정부가 보낸 러브콜이 반가웠을게다. 언론도 이에 부응한 면이 없잖다. 조세 협약에 따라 자본소득과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까지 되는 조건은 매력적이라고들 소개했다.  

금융 시장이 해당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꼭 같은 방향성을 갖는 건 아니라지만, 시장은 기대감을 선반영한다고는 하지만 브라질이라니. 여러 해 전 자원 부국인 러시아와 함께 브라질에 투자하라던 이른바 '러브 펀드', 브라질에만 투자하는 '삼바 펀드' 열풍이 불었다가 급격하게 식었던 게 떠올랐다. 초유의 금융위기로 인해 전 세계 시장이 예외없이 얼어붙었고 지난해 브라질 투자 펀드는 운용사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대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브라질의 경제 성장세가 눈부셨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재임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경제 성적표는 매우 좋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07년 6.1%, 2008년엔 5.2%를 기록했고 2009년엔 뒷걸음질을 쳤지만 2010년 다시 7.5%에 달했다.

얼마 전까지 증권사 보고서엔 브라질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내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브라질이 2014년 월드컵에 이어 2016년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하계 올림픽까지 여니 기대할 만하다는 사실이 강조됐다. 우리나라가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한 이후 경제적 위상이 크게 올랐던 것을 상기시키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토빈세 폐지를 들먹이며 증권사들의 마케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매력적인 투자 대상지로만 보기엔 브라질 경제가 얼마나 큰 모순을 갖고 있으며 여기서 빠져나오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가 만천하에 공개돼 버렸다.

브라질 거리 시위대의 모습(출처=인디펜던트)
상파울루 버스 요금 인상이 시발점이었다. 브라질 역시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곤 공공요금이 묶여 있다가 그것이 지나면 인상되는 전형적인 악순환 구조를 보여왔는데 당국이 2011년 이후 동결됐던 버스 요금을 20센타보(9센트) 올리려고 했다가 전국적인 반 정부 시위를 불러오고 만 것이다.

왜 버스 요금이었을까. 버스 요금이 서민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빈부격차로 세계 1위를 다투는 나라다. 중산층의 상징은 자동차를 모는 것이지만 아직은 그런 수준이 못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런데 대중교통 요금은 비싸기로 악명이 높다. 교통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진 것도 아니다. 버스는 늘 손님으로 가득 차 있고 열기로 후끈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파벨라(Favela)라고 불리는 슬럼가에 살면서 기차로도 왕복이 3~4시간이나 걸리는 일터에 다녀오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브라질의 올해 최저임금은 678헤알(약 35만원). 버스요금이 3헤알(1570원)이니 한 달에 20일만 일한다고 해도 버는 돈의 5분의 1은 꼬박 교통비로 쓰는 셈. 그걸 3.2헤알로 올리겠다는 발표에 부글부글 끓고 있던 민심이 임계치를 넘어 폭발했다. 식품이나 주택 등 다른 물가도 살인적인 상황이다. 물가 상승률은 이미 정부의 목표치 상한(6.5%)까지 치솟아 있다.

물가 상승세를 누르고 외국인 투자도 유치하는 효과를 내겠다고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8.0%까지 끌어 올린 상황. 거시 경제적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미시적으로는 서민들에게 부담이 가는 정책이다. 통화정책만 보면 성장 지향적인 건 아니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열악한 교육과 의료 시설과 품질도 불만인데, 나라에선 세계적인 운동 경기를 유치했다며 이른바 '피파(FIFA) 스탠다드'에 맞춰 경기장 짓고 하는데 돈을 퍼붓고 있으니 폭발한 민심이 거리를 장악하게 된 것이다. 월드컵 경기 유치에만 133억달러, 올림픽엔 180억달러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시위에 나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들이 아프면 경기장으로 데려가야 할 판"이라고. 일부는 이렇게도 외친다. "네이마르(유명 축구선수)보다 한 명의 좋은 선생님이 더 가치 있다"

브라질의 실업률은 상대적으로 낮은데 착시 효과가 있다. 경기장 등을 짓는 일시적인 건설 수요에 따른 것이다. 여전히 대학 졸업자들은 직장 찾기가 어렵다.

경제만 문제는 아니다. 만성적인 정부내 부패, 경찰의 과잉진압도 분노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번 시위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선 '브이 포 비네거(V for Vinegar)' 혹은 '샐러드 혁명(Salad Revolution)'으로 불리고 있다. 한 저널리스트가 최루탄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식초(곧잘 샐러드 드레싱에 쓰이는)를 쓰려고 병채 배낭에 넣어갔다가 폭발물을 만드려는 것으로 오해받아 연행됐던 상황을 미래 시점의 정치적 전복을 그린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제목에 대입해 만든 조어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출처=월스트리트저널)
룰라의 후광을 받고 지난 2011년 집권한 지우마 바나 호세프 대통령은 20여년만에 대규모 시위가 가라앉을 줄 모르자 정치개혁 국민투표 카드를 내놨다. 

그러나 당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민투표를 통해 법을 개정해 교육과 의료 등 국민들이 원하는 복지를 지원해 주기엔 서둘러도 수 년이 소요된다. 그리고 브라질의 재정은 그런 여력도 없다. 지난 분기 성장률은 0.55%였고 올해 전체로 2%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세프 대통령이 시위대에 대해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너무 피상적이라 지적받고 있다. 그는 "브라질은 민주 국가가 되기 위해 많은 투쟁을 하고 있다"면서 "과거에도 도달하기 쉽지 않았고, 지금 거리에 나와 있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도 도달하기 쉽지 않다"고 했을 뿐이다.

호세프 대통령이 너무 혼자서 머리로만 생각하려고 하고 실제 논의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미디어를 통해 대중과의 접촉을 늘리지도 않고, 각료들과의 협의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게릴라 전력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데 보수층의 지지를 잃게 될까봐 두려워해서란 지적이다.

그런데 이런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라고? 

아직까지 상당수 전문가들이 시위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성장률은 당분간 저조할 것이 분명하고, 지난 금요일 달러화 대비 4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헤알화 가치는 불안해 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증시는 올들어 20%나 내렸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브라질 주가지수 추이(출처=CNN머니)

브라질 경제에 대해 알면 더 알게 될 수록 '한철 장사'에만 매달리고, '아니면 말고' 식이 여전한 증권가 마케팅엔 믿음이 가지 않는다. 언제나 '매수'만 추천하는 것에서 느끼는 공허감과 다를 바 없는 느낌. 또한 물가냐 성장이냐 진퇴양난 상황에서 움쭉달싹 못하고 있는 브라질 상황은 우리와도 크게 다를 바 없기에 더 주시하게 된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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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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