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서정적인 가사에 아련한 멜로디로 꿈꾸는 듯 묘한 기분을 가져다주는 음악의 주인공. 감성 모던 록밴드 '안녕바다'가 더욱 아날로그적인 사운드와 인간 본연의 감정을 담은 정규 3집 앨범 '난그대와바다를가르네'로 돌아왔다. 다소 추상적이고 독특한 이 문장은 바로 안녕바다의 원래 팀 이름이다.
새 앨범은 '안녕바다'가 오롯이 주인공이 된 앨범이다. 수록곡 대부분은 밴드를 처음 시작한 6~7년 전의 것. 멤버들은 마치 낡은 서랍 속에서 추억을 끄집어내듯 꺼내 정리하며 그 때의 순수함을 찾으려 노력했다. 자작곡에, 프로듀싱은 물론 앨범 아트도 좋아하는 아티스트에게 직접 의뢰하는 등 전면에 나섰다. 그 결과 스스로와 팬들에게 더욱 가치 있는 앨범이 완성됐다.
"활동 초반에 팀명을 '난그대와바다를가르네'에서 '안녕바다'로 바꿨어요. 너무 길고 헷갈려하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그때 멤버들 모두가 아쉬움이 컸어요. 앨범 네임은 처음의 순수한 마음에 덧입혀진 색깔들을 빼고 밴드 본연의 사운드로 돌아오려는 뜻에서 붙여봤어요. 우리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진일보한 앨범이죠. 처음처럼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나무, 준혁)
"지금껏 환경들 탓에 음악적으로 포기했던 점이 있어요. 순수함을 되찾았다는 건 우리가 정말 원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해 나가는 즐거움을 말한 거예요. 톤이나 사운드 등 의견을 모아서 그간 구현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해봤어요." (선제)
자랑스레 한 마디씩 하며 새 앨범을 소개한 남성 4인조 모던락 밴드 안녕바다. 기존에 키보드를 맡던 대현이 입대하면서 멤버에 변화가 있었다. 세션 선제가 정식 멤버로 나무(보컬), 준혁(드럼), 명제(베이스)와 함께 하게 됐다. 기존 멤버 명제와 새로 합류한 선제는 친형제라 일명 '제제브라더스'라고 불리고 있다.
"전 멤버들이 제일 편해요. 이런 팀이 잘 없어요. 실제 가족이기도 하고(웃음). 세션 때와 달라진 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게끔 자율성을 줬어요. 정말 행복했죠." (선제)
"선제가 들어오면서 더 기타 사운드가 중점이 됐고, 아날로그적인 느낌도 강화됐어요. 제제브라더스가 이번에 사운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죠." (준혁)
이번 앨범 타이틀곡 '하소연'은 후렴구 가사처럼 단 한마디의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힘을 주고 공감을 주고자 만들었다. 데뷔 당시 인기를 모았던 '별빛이 내린다'보다 더 오래 전에 만든 데다, 멤버들이 모두 사랑하는 곡이었지만 콘셉트가 맞지 않아 지금껏 앨범에 수록되지 못했다.
"슬픈 곡인데도 좋아하는 노래라 웃으며 작업했어요. 첫 가사가 '널 사랑하지만, 널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아'인데 이런 말을 해 본 경험이 있어요. 여자친구와 서로 소원해졌던 때 애증과 사랑의 감정이 섞인 느낌이랄까요? 선공개 곡 '결혼식'과 배치되는데, 하소연의 화자는 여자고 결혼식에서는 남자예요. 일부러 두 곡을 연결해 만들어봤어요." (나무)
계속해서 멤버들은 '별빛이 내린다'와 이번 앨범 곡들의 차이점을 이야기했다. 명제는 "멤버들의 생각들과 특성이 더 많이 들어간 음악이라고 보셔도 될 거예요"라고 한 마디로 설명했다. 이어 나무와 준혁이 설명을 덧붙였다.
"당시에는 소년의 이미지를 강조했어요. 처음보다는 좀 더 성숙된 느낌을 받을 수 있게끔 사운드나 가사도 신경 썼어요. 저희의 성장이 고스란히 담기길 바랐어요." (나무)
"'별빛이 내린다'에는 굉장히 다채로운 사운드가 들어갔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손악기의 질감을 더 강조했고 훨씬 담백한 사운드로 변화를 시도했죠." (준혁)
벌써 데뷔 5년차인 중견(?) 밴드 '안녕바다'. 스스로는 물론 함께 발전해나가는 팬들이 있기에 든든하게 음악을 계속해올 수 있었다. 오랜 마니아들을 거느린 그들만의 특별한 매력은 뭘까. 준혁은 "나무의 턱선?"이라고 답하며 인터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안녕바다'만의 유니크한 서정성이 비결이 아닐까요? 신나는 곡에든 슬픈 곡에든 녹아있는 우리만의 특징이죠. 또 저흰 팬들이 원하는 걸 잘 알고 있나 봐요. 노래나 기획 등 항상 고민해서 해내면 사랑해주세요. 또 '안녕바다' 라이브는 항상 똑같이 연주하지 않고, 이전 앨범 수록곡들도 계속 편곡을 다르게 해서 새롭게 보여드리는데, 좋게 봐주시는 듯 해요." (나무)
"나무가 살 빼고 팬들 반응이 달라졌어요. (일동 폭소) 요즘은 남성분들도 늘어났어요. 예전엔 남성팬이 1%였는데 라이브 무대에서 강렬한 편곡을 보여드려서 그런가 봐요. 어떤 남성분은 제게 드럼을 배우고 싶다더군요." (준혁)
꾸준히 홍대에서 라이브로 팬들을 만나왔지만, 최근 홍대 문화가 상업적으로 변한 데엔 여느 밴드들처럼 아쉬움을 토로했다. 획일화된 섹시 콘셉트가 난무하는 통에 낭만적이고 마니악한 분위기를 흐린다고. 오히려 방송 쪽이나 대중문화 전반에는 밴드 음악이 다시 주목받는 데에는 반가움을 드러냈다.
"한창 홍대 르네상스 시절에 크라잉넛, 노브레인 형님들 같은 밴드가 있었죠. 이후에는 침체가 길었는데 요즘 10cm, 장기하 등 두루두루 알려진 스타밴드와 히트곡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부럽기도 하고 함께 분위기를 타고 싶기도 하죠. 긍정적이라고 봐요." (나무)
"예전의 밴드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시선에 비해 지금은 선입견이 좀 없어졌어요. '하고싶은 일 하는구나'하고 주체적으로 보기도 하고요. 분명히 스타밴드들 덕이 있고, 고마운 마음도 들어요." (명제)
'안녕바다'는 12일 정규 3집 발매와 함께 15일부터 1주일간 홍대 소규모 공연으로 팬들과 만나 호흡한다. 오는 9월28일에는 첫 극장 단독 ‘총정리판’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비로소 주인공이 된 앨범을 만든 이 순간이 가장 "음악 하길 정말 잘했다"고 느껴진다며 뿌듯해했다.
"전에는 좋아하는 뮤지션과 같은 무대 섰을 때 '아 정말 음악하길 잘했다' 했어요. 그런데 이번이 첫 앨범 내면서 이런 감정을 처음 느껴봤어요." (선제)
"일상에서 그때그때 문득 생각해요. '다른 일 하느니 밴드하는 게 더 행복하지' 싶기도 하고요. 후회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잖아요." (준혁)
"아주 가끔은 후회할 때도 있죠. 하지만 항상 새 앨범 마스터링 나왔을 때는 말로 할 수 없이 뿌듯해요. 다시는 안들을 것처럼 무한 반복해 듣고 또 들어요. 이번 앨범은 수치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저희만의 무언가를 담았어요. 팬들도 가슴으로 느끼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나무)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플럭서스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