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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루시드폴 "본연의 사운드에 충실했어요"

기사입력 : 2013년10월26일 13:00

최종수정 : 2014년05월29일 10:50

 

[뉴스핌=양진영 기자] 언제나 마음을 다독여주는 어쿠스틱 사운드로 독특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을 노래하는 뮤지션 루시드폴(38, 조윤석)이 정규 6집 '꽃은 말이 없다'로 돌아왔다. 지난 1년간 루시드폴은 음악도, 사람과의 모든 관계도 접고 편안한 '안식년'을 보냈다.
 
루시드폴은 16일 뉴스핌과 만난 자리에서 6번째 정규앨범 '꽃은 말이 없다'를 지금까지 중 가장 '본연의 사운드에 충실한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총 10곡이 담긴 이번 앨범에서 그는 모든 악기를 어쿠스틱으로만 구성해 통의 울림만으로 사운드를 구성했다. 가수들이 흔히 하는 녹음 후 편집이나 오토튠과 같은 프로세스도 일절 배제했다.
 
"제가 엄청난 보컬리스트라고 자부하거나, 일부러 못하게 어필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냥 손을 댈수록 목소리와 악기의 톤이 변하는 것처럼 들리더라고요. 녹음 자체에 최대한 신경을 쓰고, 녹음된 소리는 만지지 말자고 생각했죠. 믹싱, 마스터링도 뭔가를 가미하지 않고 원래의 소리를 보존해서 전달하려는 목적에 충실했어요. 이번에 사용된 기타는 총 5개인데 음역대와 튜닝법, 줄이 모두 달라요. 그 소리를 어디에 배치할 지를 열심히 연구하고 고민했죠."
 
특히 루시드폴은 쉬는 동안 일본 여류 시인 가네꼬미스즈의 시를 읽으며 더욱 자연물에 집중해 생활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한 친구는 루시드폴이 그 시인을 좋아한다는 말에 전집을 번역해 특별한 선물을 했고, 그는 "가장 감동적인 선물"이라고 말했다. 풀밭, 꽃 등 자연물을 소재로 하는 미스즈의 시는 루시드폴의 '꽃은 말이 없다' 앨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듯 했다.
 
"물론 다 애착이 가지만, 가장 좋아하는 곡은 첫 번째 트랙인 '검은 개'예요. 이번 앨범 중 처음 쓴 곡인데, 사실 첫 곡 쓰기가 가장 어렵거든요. 그 곡을 쓸 때까지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나서 더 특별한 느낌이 들어요. 또 기타 연주자로서 변칙적인 튜닝을 첫 시도한 거라 만들면서도 뭔가 다르게 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이 곡의 결과가 나쁘지 않아서 나비, 가족 등 꽃은 말이 없다 연주곡까지 변칙 튜닝으로 만들게 됐죠."

 

'검은 개'의 가사는 루시드폴이 직접 겪은 일을 담았기에 더 의미가 남다르다. 루시드폴은 시작 노트에 썼던 일기를 뒤적거리며 지난해 9월 집 앞에 찾아왔던 검은 개 에피소드를 떠올렸다. 아파보이기도 하고 슬퍼보이기도 했던, 주인이 없는 듯한 검은 개를 떠올리며 쓴 가사에는 호기심, 측은함, 외로움 등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다.
 
"집 앞에 진돗개 크기 정도의 까만 개가 있었어요. 아픈가 싶기도 하고 주인이 없나 싶었는데 한참을 뚫어져라 눈을 맞추더라고요. 사료를 주려고 가지고 나오는데 밖에서 서럽게 울어서 놀랐죠. 처음 들어봤거든요. 나중에 나가보니 밥은 조금만 먹고 사라졌어요. 그게 마음에 오래 남아서 '그 개는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궁금했죠. 나중에 알고 보니 '블랙독'이라는 레드제플린 노래도 있더군요. 이번 앨범 두 번째 트랙은 '강'인데 패닉의 '강'도 있어서 혼자 짐짓 '표절인가'하면서 웃었어요."
 
섬세하고 시적인 가사들은 물론, 맑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사랑받는 루시드폴. 의외로 영화나 TV와는 거리가 멀고, 여행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음악을 듣고 기타를 연습하거나 책을 읽는 그에게 수많은 영감을 불어넣는 원천은 무언지 궁금했다.
 
"거창하게 얘기하면 모든 게 영감이 될 수 있죠. 노래를 하는 사람이니까 일상은 곡의 소재가 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그 순간이, 그 때 뭘 느끼는 지가 중요하고요. 이번엔 특별히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어요. 친구가 작년에 걸음을 2배 천천히 걸으면 훨씬 더 많은 게 보일 거라고 했어요. 일부러 밥도 커피도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먹고 마셔보니 정말로 그래요. 주변의 꽃이나 새소리에 의미를 찾게 되니까 곡으로 쓰고 싶어지고, 그래서 만들게 된 게 아닐까요?"
 
벌써 10년차를 훌쩍 넘긴 싱어송라이터임에도, 루시드폴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하자 난색을 표했다. 그는 "사람마다 스타일이 달라서"라고 망설이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포인트를 짚었다.
 
"아무리 좋아하는 선배나 롤모델이 있어도 그걸 지워버리는 게 오히려 중요해요. 스스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와 방식, 가장 자신다울 수 있는 유니크한 것을 현명하게 캐치해야죠. 선배든 누가 됐든 신격화하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니라고 봐요. 아무리 어려도 뮤지션은 다 똑같은 선상에 있는게 옳아요. 누구든 동료라고 생각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게 가장 좋죠."

 

루시드폴은 오는 23일 정규 6집 '꽃은 말이 없다'를 발매하고, 11월6일부터 17일 중 매주 수요일-일요일 총 10일간 올림픽 공원 K-아트홀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그는 소질이 없는 이벤트성 무대를 대신해, 이번에는 원형 무대를 가운데 두고 청중이 이를 둘러싼, 아레나 공연을 시도해볼 셈이다. TV 노출을 통해 잘 된 케이스로 같은 소속사인 유희열이 있지만, 루시드폴은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솔직히 전 TV에 잘 어울리지 않아요. 가수로서 부정직한 방법이 아니라면 음악을 알리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음악방송이 아니면 아직 자신이 없네요. (웃음) 본분으로만 치면 공연을 잘 준비하고, 팬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하는 것이 최선이죠. SNS보다는 블로그에 꾸준히 이야기를 써주는 걸 선호해요. 또 앨범에 관해 이렇게 인터뷰에서 많이 얘기해드리는 게 제 할 일이죠. 11월 중에는 번역한 책도 한 권 나오는데 관련 행사에서도 팬들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최근 뮤지션들 간에 콜라보레이션이 일상화 되는 추세에, 루시드폴도 혹시 함께 하고픈 누군가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펑크 밴드 옐로몬스터즈와 가리온의 엠씨메타"라고 둘을 꼽았다. 특히 MC메타에게는 "대구 사람이라 사투리로 랩을 하는데, 정말 잘해요. 저도 고향이 부산이라 사투리로 랩과 노래까지 영남식으로 한 번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건 진심이예요. (웃음)"라며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루시드폴은 '물고기 마음'이라는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팬들과 소통하며 단단히 자신만의 음악과 세계를 구축했다. 정규 6집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은 현재, 그는 거짓을 노래하고 싶지 않은 뮤지션의 소신을 드러냈다. 꾸미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는 이들이 루시드폴의 음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연주곡이라면 그런 부분이 필요 없겠지만 가사를 통해 이야기를 하는 입장이잖아요. 제가 겪었거나, 생각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아닌 걸 노래하는 건 스스로 싫어요. 가사가 있는 노래 음반을 냈으니까 들으시고 '거짓 없이, 크게 과장 없이 만들었구나' 하셨으면 좋겠어요. 누구에게나 솔직한 가수이길 항상 바라죠."

 

수많은 여성팬이 사랑하는 루시드폴, 결혼은 언제쯤?

뮤지션으로 경력이 오래된 만큼, 혼기도 꽉 찼다. 유난히 여성팬들의 지지를 받는 루시드폴은 비결을 묻자 "모르겠다"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저 스스로를 '양면적인 성향의 한 남자'라고 소개했다.

"인기 비결이요? 정말 모르겠네요. 굳이 꼽자면 노래의 정서? 여자들이 보통 힙합보다는 포크나 부드러운 음악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잖아요. 하필 제가 남자인거고요. (웃음) 제가 여성스러운 걸까요? 사실 물고기자리라 그런지 양면성이 있어요. 굉장히 섬세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무심하죠. 염세적이다가도 긍정적이고, 진지하다가도 의외로 웃기는 걸 좋아하고. 희열이형이나 대표님은 미친놈이라고도 해요. 그러면 왠지 기분이 좋아요. 하하."

아쉽게도 루시드폴은 근자에는 결혼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독신주의자이거나 결혼을 하기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며 '음악과 결혼했다'는 말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털어놨다.

"아마 누군가랑 같이 살게 되겠죠. 익숙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도 나 혼자 있을 때처럼 음악을 만들고 혼자 해왔던 일들을 하는 게 가능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상대방도 물론 그렇게 느껴야죠. 왜냐면 노래를 만드는 일이 제겐 굉장히 개인적인 일이거든요. 혼자서 무언가에 빠져서 만들어내는 과정이니까요. 그때 누군가와 공간을 공유할 수 있다면 참 좋겠죠."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안테나 뮤직·장소=대림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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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깊어가는 '당권 고민'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당권 도전을 놓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한 전 대표의 출마에 무게가 실렸으나 최근 '친한(친한동훈)'계 측근들 다수가 출마를 만류하고 있어서다. 출마 땐 승산이 있지만 당내 다수파인 구 '친윤(친윤석열)'계의 벽에 가로막혀 당 쇄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선 참패에도 구 주류는 건재하다. 원하는 후보를 쉽게 원내 사령탑으로 만들었고, 당 개혁안을 다수의 힘으로 저지하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한계와 쇄신파가 밀었던 김성원 의원이 친윤계의 지원을 받은 송언석 의원에게 완패했다. 30대 60으로 사실상 게임이 되지 않았다. 구 주류가 지배하는 당의 세력 분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한 개혁안은 이들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대선경선에서 탈락한 한동훈 후보가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5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4.05.03 photo@newspim.com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어렵사리 당 대표 자리에 오른다 해도 이들이 비토할 가능성이 높다. 영남 중심의 다수파인 이들이 반대하면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전당대회에서 63%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가 이들에 의해 쫓겨난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전 대표의 출마를 강력히 주장했던 측근들조차 신중론으로 입장을 선회한 배경이다. 물론 한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알 수 없다. 측근들 다수가 반대해도 본인이 출마를 결심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9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한동훈 전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안 나온다고 하다가 나올 것"이라며 "한동훈 전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고, 결국 당 대표로 선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한 전 대표가 패배한 것에 대해 "누군가는 '한동훈 비토가 세기 때문에 최종 결선 투표에서 진 게 아니냐' 이렇게 얘기하지만 그때 실제로 한덕수 총리에 대한 지지세라는 게 있었다"면서 "그런 분들이 아무래도 단일화나 이런 것에 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문수 후보한테 갔던 것"이라고 봤다. 이 의원은 나경원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한 전 대표가 김문수 후보와 일대일로 만약에 붙는다고 봐도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계 기류는 출마 만류 쪽이다. 원내대표 선거 완패가 결정적 계기였다. 당 개혁안 표류도 한몫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설령 대표가 돼도 현실적으로 당 쇄신은 요원하다고 본 것이다. 친한계인 정성국 의원은 1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개혁안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인다든지, 또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송언석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치열한 접전이 있었다든지 이런 식으로 당의 변화가 느껴지는 상황에서 한동훈이 등판하면 '우리가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줄 수 있다"며 "지금 당내 분위기가 아직까지 많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만약 출마를 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히 제일 높다고 본다"면서도 "지금 굉장히 복잡해졌다. 의견들이 5대 5라고 봤는데, 요즘은 주변에서 '출마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그러다 보니 한 전 대표가 나와서 이런 당을 이끌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라며 "저항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역시 친한계 핵심인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전당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좀 신중해야 된다는 의견"이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매번 출전할 수는 없다. 현실은 그렇다"고 했다. 그는 "친한동훈 그룹 내에서는 신중파가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동훈이라는 존재는 보수 재건의 최강병기인 동시에 최종병기, 마지막 보루"라며 "한동훈이 무너지면 보수 혁신, 보수 재건은 거의 물 건너간다. 그러니까 소중한 만큼 아껴 써야 한다"고 했다. 친한계 인사 중 강력한 출마론자였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김 전 최고위원은 20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당의 최대 위기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출마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었지만 최근 원내대표 선거와 당 개혁안 표류 등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한 전 대표가 대표가 돼도 구 친윤계의 반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출마를 권유하는 게 맞는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한 전 대표의 고민이 깊어간다. 한 전 대표는 출마 쪽에 무게를 싣고 조직 확산 작업 등을 해왔으나 측근 그룹의 만류와 쇄신과는 거리가 먼 당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출마냐, 포기냐의 기로에 선 한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leejc@newspim.com 2025-06-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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