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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국제칼럼]'한국의 제프 베조스'는 없을까

기사입력 : 2013년10월18일 10:53

최종수정 : 2013년10월18일 11:02

이베이 창업자 오미디야도 새 미디어 창간에 투자..가디언 특종기자 합류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기술의 발전과 함께 미디어 소비 형태는 크게 바뀌었다. 정보 소비자들은 더욱 똑똑해졌고 모바일 기기와 소셜 미디어 확산에 따라 기존 미디어들의 정보 수집과 생산, 유통 방식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PC와 인터넷이 변화를 가져왔던 것보다 더 변화의 정도가 크다.

사람들은 이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라는 플랫폼 기반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보를 신속하게 접한다. 미디어 학자들이 수용자(Audience)라고 칭했던 이들은 더 이상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이들 '정보 소비자'들의 역할은 매우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그리고 '소셜(social) 하게'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미디어의 역할을 대신하는 존재들도 많아지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과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정보의 바다 속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취사선택해 보여주고 의견도 제시하는 이른바 큐레이터(Curator)로서 역할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사회적 의제도 설정하고 주도하는 세상이 됐다. 과장되게 말하면 입바른 소리는 이런 큐레이터들이 더 많이 한다.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변해야 한다'는 당위와 '변하지 못하는' 관성 속에서 미디어의 고민은 커져 가고 있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변화, 그리고 수익모델의 변화, 근본적으로는 위협당하고 있는 저널리즘의 존재론적 고민 등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파괴적 혁신이 아니라면 조직은 기존의 질서를 포기하지 않는 쪽을 택하게 돼 있고, 관성이 더 우세해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미디어에서 저널리스트들이 이탈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미디어는 사실 많지 않다. 소유 구조가 독특하다는 장점을 가진 영국 가디언(Guardian)이나 경영진들이 혁신적인 사고의 소유자인 뉴욕타임스(NYT) 정도가 눈에 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민의 후원금을 받아 운영되는 뉴스타파나 고발뉴스 같은 대안 미디어들이 생겨났지만 기존의 상업 언론에선 큰 변화는 없다. 그렇다, 돈 버는 것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광고주나 사주의 이해에 어긋나는 보도를 하거나 의제를 설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베이 창업자이며 "나의 다음 모험은 저널리즘"이라고 하며 새 미디어 창간에 자본을 댄 피에르 오미디야.(출처=폴리티코)
이런 가운데 흥미로운 건 미국에서 미디어 업계에 변화와 실험을 시도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자본의 주인은 '고위험(High Risk)'에도 도전 정신을 가졌던, 그래서 많은 돈을 벌었던 벤처 창업자들이다. 아마존을 세워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WP)를 사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도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에드워드 스노든 특종'에 빛나는 글렌 그린왈드 기자가 가디언을 떠나겠다고 했을 때 그는 미디어계를 떠나지는 않을 것임을 흘렸고, 곧바로 그가 새로 시작할 일이 피에르 오미디야의 자본을 받아 새로운 미디어를 창간하는 일임이 알려졌다.

CNN과 로이터 등 외신들에 따르면 그린왈드와 오미디야가 의기투합해 만들려는 건 말 그대로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다. 오미디야는 계속 미디어에 관심을 가져왔다. WP 인수에도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교로운 건지 새 미디어에 투자하는 금액도 2억5000만달러로 베조스가 WP를 산 금액과 동일하다.

오미디야는 지난 2008년 이미 피어 뉴스(Peer News)란 미디어를 세웠다. 정보 소비자들과의 상호작용성을 강조하는 지역 밀착형 시민 저널리즘 미디어였다. 그리고 2년 뒤 호놀룰루 시빌 비트(Honolulu Civil Beat)란 웹사이트를 열어 광고를 싣지 않으면서 온라인 구독료로 운영되는 미디어로 변모시켰다.

피에르 오미디야가 운영해 온 `호놀룰루 시빌 비트`(출처=데일리파이낸스닷컴)
피어 뉴스의 편집장인 존 템플이 '늘 뭔가를 만드는 사람(builder)이며 혁신가(innovator)'라 칭한 오미디야는 어떤 변화를 시도하고 싶은 것일까. 

공식 발표를 통해 오미디야는 "독립 저널리스트들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그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주류 독자들을 '참여하는 시민(engaged citizen)'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과 가능성들을 찾고자 한다"고 했다. 이 말은 시민 저널리즘의 확산을 이끄는 한편 저널리스트들이 사주와 자본의 이해에 얽매이지 않고 정의로운 저널리즘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는 "나의 다음 모험은 저널리즘"이라고 강조했다.

애리조나 스테이트 유니버시티의 '디지털 미디어 기업가정신을 위한 나이트 센터'의 댄 길모어 사무국장은 오미디야가 추구하려는 저널리즘과 야심에 찬사를 보냈다. 길모어 사무국장은 매셔블과의 인터뷰에서 "오미디야는 미디어와 사회적 정의에 열정을 갖고 있다. 이건 전통적인 미디어에선 거의 추구되지 못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늘 언론의 자유가 파괴되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해왔다고 전해진다.

브라질 출신으로 변호사 업무도 겸임을 하고 있는 그린왈드 기자도 자신의 블로그에 가디언을 떠나는 이유는 "결코 흘려버릴 수 없는 꿈의 저널리즘 기회를 잡기 위해서"라고 했다.  

가디언에서 굵직한 특종으로 유명해진 글렌 그린왈드(오른쪽)와 함께 새로운 미디어 실험에 나서기로 한 데이비드 미란다(왼쪽)(출처=CNN)
오디미야와 그린왈드의 '합작'은 모두에게 윈윈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오디미야에겐 열정과 자본은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약점이 있었는데 이것이 그린왈드를 통해 보완될 수 있다. 그린왈드 역시 자신의 취재, 보도권한을 대폭 인정하고 지지해 주는 '자본'을 만났으니 자신의 말마따나 '꿈의 저널리즘'을 실현해볼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미디어, 특히 우리 미디어는 정치나 재계 등엔 쇄신해야 한다고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변하지 않아 왔다. 

광고를 받는 수익 모델 자체야 자본주의 체제 속 하나의 기업으로서 미디어도 취할 수 있는 것이지만, 더 적극적으로 '엿 바꿔먹는' 기사 생산을 하는 것은 윤리적 관점에선 지탄받을 만하다. 소극적으로 광고주의 눈치를 보는, 그러니까 광고주 심사를 건드릴 만한 기사는 알아서 빼주는 식의 게이트 키핑(Gatekeeping)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본과 이익이 없이는 미디어도 존재할 수가 없다는 굴레가 있다. 콘텐츠 유료화는 쉽지 않고 후원금이란 너무도 불안정한 수익 구조다. 그렇다고 투자를 받으려 하면 '돈 주인'이 미디어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사유화해 자신의 이해에 맞는 저널리즘을 추구하려는 사람의 돈을 받고서 편집권 독립을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니까. 솔직히 이런 이해관계에 미디어 모두가 얽혀 있는데 누구는 '진보'라 하고 누구는 '보수'라 하는 분류가 우습기도 하다.

그래서 베조스나 오미디야 같은 '돈 주인'이 아쉽다. 맘껏 양질의 저널리즘을 추구해 보라는, 변화를 시도해 보라는 자본이 아쉽다. 

학계 차원이지만 비영리 미디어 모델을 개발해 보자는 주장도 나온다. 출연금이나 개인 기부금, 혹은 '프레스 펀드' 같은 공적자금을 조성해 이걸 종자돈으로 미디어를 만들어 보자는 얘기다.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정보 소비자들은 점점 양질의, 너무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아주는 미디어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하고 싶은 저널리스트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미디어를 당장 만들 수야 있어도 지속가능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표현이 우습지만 '정의로운 돈' '착한 돈'이 아쉽다. '한국의 베조스' '한국의 오미디야'는 없을까.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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