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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5 - 당신 SOS는 너무 약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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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미지는 생생해. 햇살이 강해, 다소 약한 네 얼굴이 좀더 유약해 보였고, 그 여린 얼굴에 산뜻하게 걸쳐진 유리알에 투영된 연보라색 아이섀도! 그때부터, 너에 대한 내 기다림은 시작되었어. 왜 갑자기, 네가 청순한 사슴의 이미지로 내 가슴 속 인화지에 강렬하게 인화되었을까....나도, 기다림의 미학은 알만큼 아는 사람인데. 나는 너의 기다림의 자세에 반한 사람이다.

1987년 봄, 명동의 어느 까페에서, 너는 내가 마시는 커피의 받침잔을 두 손으로 곱게 받쳐 들고, 화사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언제까지라도 그럴 것처럼. 또 그해 여름, 이한열에 대한 추모 데모로 명동과 을지로 일대가 최루탄 가스로 뒤덮힐 때, 너는 가스 자욱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 마스크를 쓴채 콜록거리며 내 대학원 논문을 끝까지 정성껏 타이핑 해 주었다.

결혼초 지독히도 추운 어느 겨울밤, 내가 동료들과 술을 퍼마시다가 새벽 두시도 넘게 귀가했을 때, 너는 아파트단지 내 미끄럼틀 위에서 오돌오돌 떨며 기다리며 서 있었다. 왜 늦었냐는 한마디 질책도 없이. 우리 사이의 그 순정한 기다림들이 왜 서서히 탈색되어 갔는지.....

미안하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말해줘. 너는 충분히 그런 말 해주는 사람이잖아. 난 네가 사랑한 사람이고, 늘 너를 사랑한 사람이야. 달라진 내가 아니야. 내가 본의 아니게, 너를 실험했구나. 순정의 네 가슴을 대패로 팍팍 밀었구나. 그랬구나. 내가. 사랑도 사랑의 이름으로 사랑의 오명을 남기며, 생활 속에 들어가 변할 수 있는 거구나.

내가 그렇게 너에게 못되게 변해 가면서도 깨닫지 못한 것은, 나를 대하는 너의 태도가 거울처럼 여전했기 때문이다. 너는 늘 한결같았다. 그 거울에 비친 나자신도 한결같으리란 착각 속에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나에게, 너는 변함없는 미소로 보듬어줬다. 그대 미소의 명암과 채도가 서서히 변해가는 것을, 난 왜 몰랐단 말이냐.

그대의 미소, 그 청순한 표정 아래에, 내 독단에 대한 앙금의 근육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사실을, 난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그대의 연출은 천재적이다. 이 못난 여자야. 넌 왜 끝까지 연출을 했니? 속 시원하게, 내가 알아차릴 때까지 바가지를 긁던지, 그래도 내가 눈치 못채면, 뭔가 방법이 있었을 것 아냐. 십년이나 지났어. 증권 객장 아사리판에서 먹고사느라 발버둥치다보니, 너에 대한 따스함마저, 그 몇 푼 되는 에너지라고, 잃어버리고 말았나봐.

그래도 그렇지, 이 사람아. 이렇게 뒤늦게 갑자기 죽음 같은 적막 속에서, 숨 끊어질듯 말없이 절규하면서 나를 괴롭혀야겠니? 혁에게 전화할 때, 뭔가 얘기를 했어야지. 그 놈이 한 달 전쯤 내게 전화해서, “진석아, 너 무슨 일 있니, 무슨 일 있어? 와이프하고?” 했을때, “왜? 아니. 뭐라는데? 그런 거 없어” “그래, 알았어”......왜 그 정도의 SOS에 너와 나의 운명을 테스트했니? 나는 사업 얘긴줄 알았잖아. 최근 당신의 변화도 그래. 매일 밤 늦게 들어오고, 방문을 걸어잠근 채 혼자 술을 마시고 밤새 전화통을 붙잡고 있고....난 당신 친구 숙이 이혼 위기에 처해 그 문제로 당신이 같이 괴로워하며 그러는 줄로만 알았잖아.

최근에 밖으로만 나다니는 너에게 고함을 질렀던 것이 가슴이 아파. 나도 사실은 힘들었어. 네가 꿈에서 봤다는, 늪에 빠져있는 바로 그 모습이야. 진급에서 세 차례나 탈락되어 사표를 던질까말까 고질적 헷갈림이 올해만 해도 몇 만 번은 내 머릿속에 굴러다녔을거야. 친분했던 시선들에 의해 기가 꺾여, 알게 모르게 매장되어 가는 듯한 우울과 침몰의 시간이 참 길었어.

회사에 남아 버티자니 치욕과 불안만 더해가고, 사표를 던지고 네트워크 마케팅을 전업으로 삼기엔 위험해 보이고, 나라 경제가 이 꼴이니 다른 대안도 만만치 않고, 마이너스 대출로 받은 삼천만 원도 금세 바닥이 날 테고, 너는 너대로 힘들게 돌아다니고.....당신 SOS는 너무 약했어. 나는 너무 둔했고. 내겐 너의 이탈이 갑작스러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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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판 다이소, '와우샵' 초저가 승부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이마트가 5000원 이하 초저가 생활용품 편집숍 '와우샵(WOW SHOP)'을 앞세워 다시 한 번 초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사실상 다이소가 독점해온 시장을 정조준한 행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 형태의 '와우샵'을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 17일 왕십리점에 약 20평 규모로 도입한 데 이어 연말까지 은평점(19일), 자양점(24일), 수성점(31일) 등 총 4개 점포로 확대한다. 와우샵 은평점 전경. [사진=이마트 제공] 와우샵은 전 상품을 1000원·2000원·3000원·4000원·5000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저가 생활용품 1340여 개 중 64%를 2000원 이하, 86%를 3000원 이하로 구성해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마트는 앞서 2018년 '삐에로쇼핑'을 통해 유사한 초저가 실험에 나섰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삐에로쇼핑은 '오프프라이스+초저가'를 콘셉트로 1000원대 상품부터 브랜드 이월 상품까지 혼합 진열하고 미로형 동선과 자극적인 매장 연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매장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상시 저가 매장인지 할인 전문점인지 소비자 인식이 흐릿했고 대형마트와 분리된 독립 매장 구조로 집객과 회전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와우샵이 삐에로쇼핑과는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와우샵은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으로 운영돼 기존 고객 트래픽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고 전 상품을 1000원~5000원 균일가로 단순화해 가격 메시지도 명확하다. 무엇보다 이마트 해외 직소싱과 품질 관리 역량을 앞세워 '싼 가격이지만 믿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눈에 띈다. 다이소 김포 장기점 매장 전경. [사진=다이소] 이 같은 평가의 배경에는 초저가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성공 공식'이 존재한다는 점도 작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이소다. 다이소는 균일가, 생활필수품 중심, 언제 방문해도 저렴한 가격이라는 단순한 포지션을 수십 년간 흔들림 없이 유지해왔다. 복잡한 기획이나 과도한 연출 대신 소비자가 기대하는 가격과 품목을 정확히 충족시켰고 전국 단위 점포망을 통해 일상 동선 속 구매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와우샵의 성패를 가를 관건은 결국 '지속성'이다. 일회성 화제에 그치지 않고 상시 초저가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대형마트라는 기존 경쟁력 위에 초저가 포맷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과거 삐에로쇼핑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와우샵이 단기 실험을 넘어 이마트 매장의 고정 코너로 안착할 경우 초저가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마트는 올해 들어 와우샵 외에도 4950원 화장품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880원부터 4980원까지 가격을 고정한 '5K프라이스', 노브랜드 확대 등 초저가 실험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소비자가 체감하지 못하는 10원, 100원 차이는 의미가 없으며, 상식 이하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가격 철학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중간 가격대는 사라지고 '초저가와 프리미엄만 살아남는다'는 그의 판단이 최근 이마트의 전방위 초저가 전략으로 다시 구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mkyo@newspim.com 2025-12-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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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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