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오페라 가수 폴 포츠(44)가 또 한 번 한국을 찾았다. 벌써 열한 번째 내한이다. 그런데 전공(?) 분야인 음악을 놓고 와서일까. 어째 이번엔 그의 어깨가 꽤 무거워 보인다. 폴 포츠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영화 ‘원챈스’를 가지고 한국 팬들을 찾았다.
“안녕하쎄요.” 인터뷰 장소로 걸어오던 폴 포츠는 조금 어설픈 한국어로 또박또박 정성스레 인사를 건넸다. 내한 이후 계속 이어진 일정 탓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영화 개봉을 앞둔 기대는 표정에서 그대로 묻어났다.
‘원챈스’는 인생역전의 주인공 폴 포츠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국의 평범한 휴대폰 판매원이던 그는 지난 2007년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도전해 최종 우승자로 우뚝 섰다. 어수룩한 외모에 자신감 없어 보이던 폴 포츠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심사위원은 물론 세계를 전율케 했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인생에 어떠한 역경이나 장벽들이 있더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꿈을 달성할 수 있다는 거예요. 노력하면 언젠가 꿈이 이뤄진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죠. 사실 그래서 코미디적인 요소들을 추가해달라고 부탁도 했어요. 영화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지 말라고요. 사람들이 웃을 때 더욱 감정전달력이 높아지고 메시지에 더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가진 것 없고 자신감 또한 전무했던 그가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그의 옆을 변함없이 지키는 지지자들이다. 언제나 아들 편이던 어머니, 그의 꿈을 현실로 바꿔준 사랑스러운 아내 줄스, 폴 포츠의 절친이자 직장상사인 브래든까지. 폴 포츠 역시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주변의 무한 신뢰가 있었음을 잘 알고 있다.
“진짜 사랑하는 사람들은 제가 요구하기 전에 제 필요를 알아주고 지지해줬죠. 진정한 친구는 어려울 때 발견된다고 생각해요. 아내가 대표적인 케이스죠. 제 아내는 항상 그 자리를 지키면서 응원해줬어요.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왕따를 당해 친구가 많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 제 곁에 있는 친구들은 진짜라고 생각해요. 그냥 아는 사람이 많은 거보다 정말 의지할 수 있는 친구를 갖는 게 훨씬 더 의미 있는 일이죠.”
폴 포츠의 열렬한 지지자 중 한 명인 아내는 인생의 가장 큰 버팀목이자 삶의 이유다. 물론, 두 사람의(멜로영화 못지않은)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는 스크린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아직도 아내가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죽이지 않고 살려놓은 게 가장 큰 지지”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의 미소 그 안에는 오래된 연인, 부부만이 가질 수 있는 편안함이 가득했다.
“저를 죽이고 싶어할 때도 많았겠지만, 다행히 지금까지 살려뒀잖아요(웃음). 사실 아내는 정리가 전혀 안 되고 모든 것을 마지막까지 미루는 제 성향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번에도 출국하기 위해 8시에 출발했어야 했는데 6시가 돼서 집에서 패킹을 시작했어요. 제가 항상 막판까지 미뤘다가 하거든요. 그래서 그날도 아내가 제게 엄청 짜증을 냈죠(웃음).”
폴 포츠는 자신의 삶을 정의해달라는 요청에 쑥스러운 듯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에둘러 말했다. 하지만 어려운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에 더욱 단단한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모든 경험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을 직접 경험한 폴 포츠, 그는 또 다른 원챈스를 꿈꾸기보다 앞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해나갈 거라 다짐했다.
“사람들 대부분 삶의 역경을 부정적으로 바라봐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순간들로 인해 제가 보다 완성된 인간이 됐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직도 미래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아요. 단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려 하죠. 미래에 대한 기대, 그 무게감으로 오히려 자신에 가장 적합한 판단과 일을 할 수 없어요. 본인이 목표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기 역량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꾸준히 노력하는 게 중요하죠. 그럼 우리 모두 삶의 기적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은 살아있는 나라이자 다양성이 공존한 국가” |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