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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보유 두배 늘린 월가 머니매니저, 퇴로 있나

기사입력 : 2014년04월15일 03:20

최종수정 : 2014년04월15일 06:33

사실상 독과점, 3개 펀드회사 점유율 39%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와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기대 채권 보유 규모를 대폭 늘린 월가의 머니매니저들이 고민에 빠졌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시점이 바짝 다가오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앞다퉈 채권을 팔기 시작하면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위기 이후 규제 강화에 따라 상업은행이 채권 보유량을 줄이는 사이 공격적인 매수에 나섰던 머니매니저들이 퇴로를 찾는 데 난항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AP/뉴시스)

14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채권펀드 업체인 핌코와 머니매니저인 블랙록이 보유한 채권 규모는 총 3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독일의 경제 규모와 맞먹는 수치로, 2008년 이후 두 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채권시장 전체 규모가 50% 성장한 점을 감안할 때 대단히 공격적인 매수에 나섰다는 결론이 나온다.

브맂시워터 어소시어츠와 블루크레스트 캐피탈을 포함해 대규모 헤지펀드 역시 같은 기간 채권 보유량을 두 배 이상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연준이 지난해 12월부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실시하고 있는 데다 내년 중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금리가 상승 압박을 받기 시작했고, 이 경우 채권 가격은 하락 곡선을 그리게 된다.

채권 시장 규모와 매수 기반이 머니매니저와 헤지펀드가 사들인 물량을 충분히 소화해 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진단이다.

특히 이들 기관 투자가들이 일제히 ‘팔자’에 나설 경우 거래가 마비되는 동시에 채권 가격은 하락 압박을 받는 악순환이 펼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페리얼 캐피탈의 아더 테티브스키 채권 전략가는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채권 매도에 나설 때 이 물량을 사들일 거래 상대방이 등장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매도 공세가 강할 경우 채권시장이 커다란 리스크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채권 랠리가 꺾이는 시점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향후 투자자들의 동향과 시장 향방이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펀드 평가 업체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핌코와 뱅가드 그룹,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뮤추얼펀드를 통해 보유한 채권 물량은 전체 시장 대비 39%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1997년 18%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205개 중소형 펀드 업체의 시장 비중은 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쏠림 현상이 채권시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고 업계 전문가는 주장하고 있다.

세이지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로버트 스미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채권시장은 사실상 독과점 체제”라며 “금리가 오르기 시작할 때 이는 상당한 악재”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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