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이현경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용수철이 ‘감격시대’에 나왔었다고?'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녀의 연애’를 정말 잘 선택했다 생각했어요.”
‘감격시대’에 출연중이었을 때만 해도 윤현민(30)과 대중의 거리는 꽤 멀었다. 그를 보고서도 그저 소곤대며 지나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tvN 월화드라마 '마녀의 연애' 출연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와 알아보고는 ‘굿(Good)’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워주고 간 팬도 있었다.
윤현민은 전작 KBS 2TV ‘감격시대’와 JTBC ‘무정도시’에서 내뿜었던 카리스마를 버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용수철로 대중에게 한 발짝 다가왔다. 진지한 눈빛도 잠시 떠나보냈다. 무거운 표정도 살짝 내려놨다.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애보는 멀리하기로 했다. 대신 명랑 쾌활함으로 무장한 180도 다른 새로운 인물로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데뷔 후 ‘마녀의 연애’를 통해 처음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 윤현민은 “제작진, 배우들과 호흡도 척척이었던 ‘마녀의 연애’는 특별히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며 “드라마 촬영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차분한 말투로 행복했던 당시를 곱씹었다.
특히나 그에게 있어 용수철은 아주 특별한 인물이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밝은 캐릭터라 공도 많이 들였다. 자신의 성격과는 다른 용수철 때문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대본과 상황 연구에 골몰해야 했다. 그 결과 어느새 용수철에 녹아들어 자유자재 애드리브의 달인이 됐다.
“용수철을 처음 마주했을 때 제 성격과 달라서 고민이 많았어요. 드라마 원작도 봤는데, 3분 보고 바로 껐지 뭐예요. 오히려 방해만 되더라고요. 그래서 대본을 보고 또 보고 연구했죠. 그러다보니 제가 점점 용수철이 되어가더라고요. 감독님은 배우를 전적으로 믿고 상황에 맡기는 편이세요. 그 응원에 힘입어 저도 모르게 애드리브가 술술 나왔어요. 슛만 들어가면 다들 생각지도 못한 애드리브에 배우, 스태프 모두 웃음이 빵빵 터졌죠. 명랑 연기 첫 도전은 나름 성공이었어요.”
'마녀의 연애' 속 용수철의 매력은 자유분방과 활력, 웃음의 마스코트였다. 특히 그만의 앙큼한 매력이 빛을 바랬다. 이를 살려주는 건 그의 대사와 행동에 어울리는 앙칼진 '고양이 효과음'이었다. 알고보니 배경 효과음에 척척 맞아떨어진 연기는 철저한 계산이 아래 진행된 것이었다.
“첫 방송 전 4회까지는 미리 촬영해놓은 상태였죠. 방송 모니터를 해보니 제가 특별한 동작을 할 때 효과음이 나오더라고요. 문득 ‘잘 활용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일부러 효과음이 나올 부분을 짐작해서 준비된 연기를 했어요. 손동작, 표정을 디테일하게 그렸죠. 이런 대사와 연기일 때 ‘휘리릭’ 소리가 나겠구나. 미리 생각을 해두는 거죠. 너무 집중했었는지 나중에는 감독님께서 자제하라고 하셔서 민망했어요.(웃음)”
극의 전반적 상황까지 파악한 윤현민은 극중 절친 윤동하(박서준)와 함께하는 장면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두 남자의 연기호흡은 본 방송이 끝날 때마다 ‘남남케미’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유쾌했다. 능청스럽게 그리고 누가봐도 절친 호흡을 자랑했다. 실제로도 두 사람의 사이는 좋다. 비슷한 성향, 같은 또래여서인지 촬영장이 아닌 사적으로도 꾸준히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고. 게다가 운동 마니아인 두 사람은 사회인 야구단에서 끈끈한 우애를 다지고 있다. 바로 장동건, 현빈 등이 속한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 보이즈’에서다.
“극중 서준이와 친구 역할이고, 부딪히는 장면이 많아서 특히나 노력을 했죠. 주로 두 사람의 장면에서 웃음이 많이 묻어났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기울였어요. 그러다보니 더욱 정이 들더라고요. 운동을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본 성향도 비슷해서 금방 친구 분위기를 뽑아낼 수 있었죠. 매주 한 번씩 플레이보이즈 활동 때문에 만나요. 지난주에는 직접 저를 태우러 왔더라고요. 차 두 대로 갈 필요가 있냐면서요. 그날 운동을 많이 해서 꽤 피곤해했었는데. (웃음) 서준이는 참 든든한 동생이에요.”
연예인 야구단에서도 활동 중인 윤현민은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2004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 2006년 두산 베어스 선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연극 ‘김종국 찾기’ 관람이 그의 새로운 인생의 포문이 됐다. 남자주인공의 연기에 알싸한 충격을 받았던 것. 이 무대가 야구선수 윤현민을 배우로 전향시켰다. 이후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기지망생 생활이 시작됐다. 언젠가는 무대 위에 설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칼을 갈고 닦았다. 당시를 생각하며 앞으로도 훌륭한 배우로 성장할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이날 다른 어떤 말을 할 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배우’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무게를 뒀다.
“ ‘알바의 달인’ 사장이었던 용수철처럼 저도 한 때 일본 선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 있었죠. 잠깐 자랑을 하자면 제 덕에 단골도 꽤 많이 늘었어요. 게다가 동네 선술집에서 20만원 상당의 사케를 사는 손님이 드문데 제 단골들이 많이 드셨죠. 그 덕에 저는 사장님께 사랑받는 아르바이트생이었고요. (웃음) 야구선수에서 아르바이트생, 배우 지망생을 거쳐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 왔어요. 야구는 그만뒀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스포츠예요. 하지만 늘 새롭고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는 연기의 매력에 지금 푹 빠졌어요. 길게 내다보고 오래오래 이 길을 걷고 싶습니다.”
[장소협조=여의도 폴라리스]
"팬의 선물, 고맙지만 한편으론 미안해" 드라마 제작발표회나 촬영 현장에는 스타의 팬들이 보낸 밥차, 선물 혹은 거대한 화환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약과지만 간혹 스타를 향한 사랑이 넘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돈을 들여서까지 고가의 제품을 선물하는 팬도 있다. 팬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면 이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일일까? 윤현민은 단호하게 “팬들에게 밥차 같은 것 하지 말아 달라. 고맙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무겁다. 그냥 응원해주는 것도 좋은데 돈을 들인 선물에 미안하다. 괜히 돈이 부담인 분도 있을 것”이라며 따뜻하게 팬을 챙겼다. 그는 “다른 연예인 팬들과 경쟁까지 붙어 과열된 분위기를 만드는 건 서로 불편해지는 일”이라며 최근에 팬들이 돈을 모아서 기부했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았다고 기분 좋은 미소로 두 손 모아 말했다. “생일 때 팬분들이 제 이름으로 기부를 하시고 증서를 보내주셨어요. 많은 분들이 좋은 일을 해주시는 데 동참하셔서 상당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런 마음에 저는 팬들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최근에 트위터로 반짝 모임을 시도했죠. 대학로에 정해진 시간에 온 선착순 5분과 치맥을 먹었어요. 서로 궁금했던 것들을 묻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참 재미있는 건 팬분들께는 저도 모르는 의외의 모습이 나온다는 겁니다. 평소에는 상상치 못한 행동이 다 가능해지더라고요. 한 일화로 ‘감격시대’ 이후에 해병대에 복무중인 여성 팬분께 직접 제가 쓴 메시지가 담긴 대본을 보내드린 적이 있어요. 과거에 군대 간 친구들, 지금 군 복무중인 동생한테도 써본 적 없는 손편지를요. 항상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그 사랑 깊이 새기고 좋은 기 받아 보답하겠습니다.” |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