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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이범수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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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사람들은 보통 대화할 때 ‘~한 것 같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특별히 뭔가 피해가려는 의도는 아니겠지만, 확신이 없으니 여지를 두려는 심리 탓에 튀어나오는 말이다. 굳이 따지자면 ‘행복한 것 같다’ 처럼 의중을 타나낼 때 이 말을 쓰면 안된다. 듣는 이들 저마다 제각각 애매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이야기같지만 말 하나부터 배우 이범수(44)는 달랐다. 영화 ‘신의 한 수’ 인터뷰 차 마주한 그가 뱉는 모든 말은 완벽한 문장으로 끝났다. 자신이 하는 말에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 어디 그뿐이랴. 상대방의 말이 끝나면 “맞는 말씀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일리가 있다”고 먼저 말한 뒤 자기 생각을 하나씩 펼쳐나갔다. 어쩐지 존중받는 기분이 드는 그의 화법 덕에 꽤 기분 좋은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범수가 새롭게 선을 보인 ‘신의 한 수’는 범죄로 변해버린 내기 바둑판에서 사활을 건 꾼들의 전쟁을 그린 액션영화다. 극중 이범수는 내기 바둑판의 잔인한 절대악 살수를 열연했다. 살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유린하고 즐기는 악한이다.

“악역에 당겼죠. 살수라는 역할이 아주 그냥 악 자체더라고요(웃음). 특별한 이유도 없고 욕망도 없는 그냥 악한 존재죠. 사실 우리네 일상에서도 누군가 다짜고짜 들이대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냥 막 부딪히게 되는 것에서 오는 낯섦이나 공포, 이질감 등이 많이 떠올랐죠. 오히려 관객에게도 막 침범하고 싶었고 그런 면을 보여드리려 했고요.”

사실 이범수는 ‘바둑과 액션의 접목?’이라는 의구심으로 ‘신의 한 수’ 시나리오를 펼쳤다. 하지만 도입부를 보자마자 이내 영화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 그리고 책을 덮었을 땐 이미 기술적인 부분만 동반된다면 분명 완성도 있는 영화가 탄생할 거라 자신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등장인물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아니라 각자 롤이 있었죠. 매력도 충분했고요. 사실 ‘신의 한 수’를 선택할 즈음 개인적으로 연기에 고파 있었거든요. 물론 여러 좋은 작품이 있지만, 배우로서 연기를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넓은 작품, 캐릭터를 원했죠. 되게 착하거나 성실한 캐릭터는 밋밋하고 단조로울 수 있잖아요. 그 찰나에 이 시나리오를 보게 된 거죠. 물론 열심히 했고요.”

“열심히 했다”고 덧붙이는 이범수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실제 그는 강렬하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살수를 표현하기 위해 안경이란 작은 아이템부터 전신문신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액션신에 신경을 기울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그 탓(?)에 20시간 넘는 오랜 분장 시간을 견뎌야 했고 손가락 골절상을 입기도 했지만.

“안경이나 문신, 이런 부분을 통해 살수의 자신감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정말 재밌기도 했고요. 보통 배우가 한 캐릭터에 임할 때 정말 그 거밖에 모르죠. 예전에 어떤 작품을 할 때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이 있었어요. 아무렇지 않게 연기하고 나중에 다시 봤는데 정말 끔찍하더라고요(웃음). 어떻게 저기 서 있었을까 싶었죠. 그때 정신적 몰입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지 느꼈어요. 그냥 그 인물에 미치는 겁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고요. 그저 살수이고 싶었거든요. 언제나 거침없는 안하무인 살수니까 쭈뼛거리는 건 절대 용납이 안 되죠.”

이범수의 열정 덕인지 살수는 세상에 다시없을 악한 존재로 탄생했다. 관객 입장에서야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가족은 사뭇 다를 거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어린 딸이 있으니 본인 역시 이런 연기가 조심스러우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연기는 연기”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은 그는 되레 “자식은 아버지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만으로 기뻐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한쪽으로 이미지가 국한되는 건 원치 않습니다. 전 어떤 작품으로 특정 이미지를 얻었다고 해서 그걸 재탕하고 싶지 않아요. 과거에 코믹 연기를 하다가 새로운 연기에 도전한 것도 마찬가지죠. 물론 어떤 특정 이미지를 구축하고 그 역할을 하면 접근도 편하고 안정감도 있겠죠.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란 사람의 사고방식으로는 그렇게 성의 없이 우려먹듯 가고 싶지 않아요. 상당히 무성의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늘 새로움을 시도하고 있고요.”

언제나 새 것을 시도한다는 그의 태도는 배우를 시작하면서부터 가졌던 초심과 통한다. 배우를 꿈꿨던 학창시절부터 이범수는 각양각색의 역할을 맡을 수 있어야 진정한 배우라 여겼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더 다양한 역할을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물론 대중이 요구하는 것과 생각이 일치한다면 더없이 좋을 듯하다.

“세상에 안전한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죠. 다만 배우에게 안전하다는 것은 잘못하면 정체이거나 도태일 수 있습니다. 물론 고민은 있어요. 이렇게 끝없이 변신한다는 게 자기만족이 바탕이 된 거니까요. 그런데 배우란 직업이 대중이 있기에 존재하는 건데 그들과 호흡하지 못하는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관객과 호흡하기 위해 선택하는 게 옳은지 관객이 외면하든 말든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소신 있는 배우인지 고민해봅니다. 앞으로는 이 정답을 찾아가면서 제가 추구하는 배우의 길을 가고 싶어요. 다음이 기대되는 이유죠. 분명 과거 행보를 봤을 때 저는 발전해 왔으니까 앞으로 또 어떻게 그려갈지 저조차도 궁금합니다(웃음).”

영화 ‘신의 한 수’에서 세번 째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이범수(왼쪽)와 정우성[사진=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정우성과는 세 번째 영화…발전된 모습 반가웠죠.”


이범수는 이번 ‘신의 한 수’를 통해 배우 정우성과 15년 만에 재회했다. 지난 1998년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태양은 없다’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듬해 이장수 감독의 ‘러브’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이렇게 재회한 소감을 묻자 그는 “기분 좋은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정)우성 씨가 말수가 많지 않고 저 역시 현장에서는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많이 떠들지 않아요. 하지만 정말 보람 있었던 건 서로가 발전된 모습으로 오랜만에 만났다는 거죠. 그게 가장 기쁜 부분이고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난 후에 만난 거니 아주 반가웠습니다. 

특히 옛날이야기를 하며 웃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만약 둘 중 하나가 과거와 비교했을 때 퇴보했다면 아쉬웠을 겁니다. 다행히 나름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했고 그만큼 진일보했으니 더 바랄 게 없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과거보다 더 큰 시너지도 발휘할 수 있는 거고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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