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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조윤선 기자] 중국 자동차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수입 호화 외제차에 대한 반독점 제재로 외산 자동차 업체들의 폭리가 근절되고 정부 육성정책에 따라 신에너지 차량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신에너지 자동차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잇따르면서 300억 위안(약 5조원) 규모의 시장이 열릴 예정이다. 7월들어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 자동차와 관련해 2016년까지 관용차량의 30%를 신에너지 차량으로 구매하고, 보조금 확대, 무료 번호판 발급, 구매세 면제, 충전소 확대 등 각종 지원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각종 정책 호재에 힙입어 탄생할 300억 위안 시장 파이를 점유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공공부문을 제외하고 개인 자가용 시장에서 중국인들의 신에너지 차량 구매는 미미한 수준이라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중국인들의 소비 관념 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외자는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로컬 자동차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2010년 33.8%에서 2013년 29.9%로 떨어진 반면, 외자업체 점유율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외자업체 중에서 유럽계 자동차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2009년 20.8%에서 올 상반기 29.3%로 확대돼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외제차 반독점 조사 강화로 시장질서 재정립그래픽: 송유미 기자.
현재 상하이(上海)시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이하 발개위)가 크라이슬러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거의 마무리했으며, 후베이(湖北)물가국의 아우디에 대한 조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지는 등 당국의 외제차에 대한 반독점 조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장쑤(江蘇)성 물가국도 쑤저우(蘇州), 우시(無錫) 등 5개 도시의 벤츠 중개판매상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실시, 벤츠의 반독점 행위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조사 및 증거수집에 들어갔다.
중국에서 외제차는 가격과 유지·보수비가 비싸기로 정평이 나있다. 외제차를 구입해도 차량 유지와 관리에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는 불평불만이 높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차량 부품 가격의 총합이 완성차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0%이나, 중국 국내에서 판매되는 외제차는 400%를 넘는다고 지적했다. 사실 각종 비용을 제외해도 실제로 부품의 총이익은 200%미만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올 4월 중국보험업협회가 중국자동차보수협회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서 벤츠의 차량 부품 가격이 완성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273%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당국의 이번 자동차 업계 반독점 조사는 사중(事中)ㆍ사후(事後)관리를 강화해 자동차 시장 질서를 정돈하고 공정한 시장 경쟁 환경을 조성해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있다며 그 취지를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정부의 강도높은 반독점 조사에 외자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조정에 나서고 있다.
벤츠는 중국에서 자동차 사후관리(AS) 서비스 가격을 최대 50%까지 인하하기로 했고, 아우디와 볼보 등 호화자동차 브랜드도 AS서비스 가격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발개위와 상무부 등 정부 부처의 반독점 조사 강도가 거세지면서 향후 완성차 및 부품 가격을 조정하는 외제차 업체가 늘어날 것이며, 외제 자동차가 점유했던 부품 분야의 독점적 지위도 깨질 것으로 기대되 중국 소비자들이 가장 큰 수혜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에너지 자동차 정책 호재 줄줄이
반독점 조사 외에 올 한해 중국 자동차 시장 관련 최대 이슈는 정부의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 육성이다.
7월들어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 자동차 지원 정책이 잇따라 쏟아졌다. 2016년까지 정부 관용차량에서 신에너지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30%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고, 신에너지 차량에 한해 보조금을 확대하고 번호판을 무료로 발급해주기로 했다.
또한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확충하는 동시에 2014년 9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신에너지 자동차에 대한 구매세를 면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구매세 면제 혜택이 본토 자동차 브랜드 뿐만 아니라, 테슬라 모델 S, BMW i3 등 외자 업체까지 포함된다며 정책 시행 대상 범위가 넓다고 소개했다.
순수 전기자동차는 물론 가솔린엔진이나 디젤엔진 같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이용한 구동방식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구매세 면제 대상에 포함된다.
장강(長江)증권은 구매세 면제가 소비자들의 신에너지 차량 매입 초기 비용을 떨어뜨려, 대대적으로 신에너지 차량 보급을 확대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신에너지 자동차는 성장이 가장 유망한 분야 중 하나"라며 "관련 지원 정책이 속속 출범하면서 완성차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리튬전지 업체 등 관련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신에너지 자동차 관련 정책을 대폭 조정하고 나선 것은 2013년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 규모가 2만대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원래 2015년까지 신에너지 자동차 누계 판매규모 50만대를 실현한다는 계획이었으나, 2013년 판매규모가 2만대 미만으로 부진하자 잇따라 장려정책을 쏟아내며 판매 촉진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0년까지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량을 500만대로 확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관용차 30% 신에너지차, 2016년 5조원시장
중국 정부가 오는 2016년까지 관용 차량의 30% 이상을 신에너지 차량으로 구입한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하면서 300억 위안(약 5조원)에 달하는 시장 규모가 형성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300억 위안의 시장 파이를 점유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가열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23일 중국 최대 자동차 제조회사 상하이자동차그룹(上汽集團)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손잡고 스마트자동차 개발에 나섰다는 소식에 자동차 업계가 술렁거렸다.
베이징자동차그룹(北汽集团) 쉬허이(徐和誼) 회장은 "앞으로 2년내 '중국의 테슬라'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8월 5일 비야디 그룹은 광저우자동차그룹(廣汽集團)과 함께 '신에너지 버스 제작과 관련한 주주 협의'를 체결하고 공동으로 3억 위안(약 500억원)을 출자해 관련 합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공부문을 제외하고 현재 중국의 개인 자가용 시장에서 신에너지 자동차 구매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야디 E6 전기차가 올 1~4월 누계 판매대수 881대로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지만, 상하이자동차그룹의 순수전기차브랜드 룽웨이(榮威)E50의 올 1~4월 판매량은 한 자리수에 불과하고, 베이징자동차의 신에너지 자동차 E150V 판매량은 단 2대 뿐이었다.
비야디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 정책이 잇따르고 있고 자동차 기업도 신에너지 자동차 품질 제고에 노력하고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 관념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종 자동차 브랜드 점유율 부진
한편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외자브랜드가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지난 8월 8일 중국 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2014년 7월 보고서에 따르면 본토 브랜드 승용차와 세단(지붕이 있는 일반적인 승용차)의 시장 점유율이 각각 34.6%와 17.7%로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중국 토종 세단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20% 밑으로 떨어져 2009년이래 월간 최저 점유율을 기록했다.
올 1~7월 중국 본토 승용차 브랜드 점유율은 3.1%포인트 줄었고, 세단은 5.4%포인트 떨어졌다.
근 몇 년새 본토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0~2013년 로컬브랜드의 중국 자동차 시장점유율은 33.8%, 31.3%, 30.8%, 29.9%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면 외자브랜드의 점유율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유럽계 자동차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2009년 20.8%에서 2014년 상반기 29.3%로, 미국계 자동차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같은기간 11.2%에서 14.8%로, 한국 자동차 브랜드 시장점유율은 9.2%에서 10.4%로 증가했다.
중국자동차협회 상무부회장 둥양(董陽)은 "본토 자동차 브랜드는 기술력과 협력이 부족해 타 업체와 제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상당수 도시에서 시행되고 있는 자동차 구매 및 운행 제한도 본토 자동차 업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올 1~7월 세단 판매량 10위권내 업체에서 토종 브랜드로서는 창안(長安)자동차 1곳만 9위에 랭크됐다. 창안자동차의 1~7월 세단 판매 대수는 22만6600대였다. 같은기간 1~3위를 차지한 합자회사 상하이폭스바겐, 이치폭스바겐, 상하이GM의 판매 대수는 각각 94만대, 89만5500대, 80만6900대로 집계됐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7월 중국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은 각각 172만200대, 161만8100대로 작년 7월보다 각각 8.64%, 6.71% 증가했다.
2014년 1~7월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은 각각 1350만4500대, 1330만1700대로 2013년 1~7월에 비해 각각 9.48%, 8.15% 늘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