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어반자카파가 잠시간의 외도(?)를 끝내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남성 멤버 권순일, 박용일은 씨스타 소유와 함께 한 '틈'으로 불어오는 가을 바람을 만끽했다. 둘의 목소리는 여성 멤버 조현아의 차분하면서도 짙은 보컬과 다시 어우러져 찬 겨울을 맞고 있다.
어반자카파가 1년 만의 정규 4집 '04'로 돌아왔다. 1년에 한 번씩 정규 앨범을 내겠다는 약속을 고집스럽게도 지켜냈다. 1집 '01'로 시작해 이제 어반자카파의 콜렉션이 4번째에 이르렀다. 타이틀곡 '미운 나'에 앞서 공개된 '위로'는 음원 차트에서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며 좋은 예감을 불어 넣었다.
"어반자카파는 집같은 존재죠. 소유씨와 잠시 재밌는 경험을 하고 제집으로 돌아온 기분이에요. 댓글 보니까 정말로 '완전체가 돌아왔다'는 팬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진짜 제 자리로 돌아온 듯 해요." (권순일)
"질투요? 전 재밌었어요. 사실 음악 작업하면서 침체됐던 분위기가 잠시 있었는데 방송에서 둘이 율동하는 거 보면서 개인적으로 빅재미를 느꼈죠."(웃음) (조현아)
어반자카파의 4집 '04'는 이전 앨범에 비해 많이 '내려 놓은' 앨범이다. 세 사람은 공통적으로 이번 만큼은 사운드에 힘을 빼고 목소리를 부각시키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지닌 최고의 무기를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음악 색깔이나 이런 게 많이 변하진 않았어요. 전작에 비해 내려놓으려고 노력했던 게 컸죠. 사운드나 무게에 힘을 좀 빼려고 했고요." (박용인)
"음악을 하면 할 수록 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런 연습을 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봐요." (조현아)
"많은 분들이 저희 목소리를 좋아하시고 주변 선배들도 '목소리가 너네 보물인데 뭘 자꾸 채워 넣어서 가리냐'고 하시더라고요. 셋의 목소리가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됐고, 그런 부분이 가장 극대화 된 곡이 바로 선공개곡 '위로'예요." (권순일)
[사진='미운 나' 뮤직비디오] |
"'미운 나'의 내용 자체가 자책이란 감정을 담은 곡이죠. 그런 시간을 오래 보낸 적이 있었고, 그때를 생각하면서 썼어요. 그래서 사실 그 노랠 들으면 기분이 별로 안좋아요. 부르는 건 또 다를 수도 있지만요." (조현아)
"1년에 한 장의 음반을 낸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녜요. 앨범 작업할 때 곡이 맘에 들게 안나와서 매일 매일 술을 마시고 곡을 쓰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했죠. 몇 달 동안 '해야 돼'하고 압박을 느끼다가 '위로'란 곡을 쓰게 됐어요. 스스로에게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시기의 감정이 많이 담겼고. 그래서 더 특별하죠." (권순일)
"'보내는 방법'이란 곡을 실었는데, 제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담은 노래예요. 가까운 사람들과 얘기해보니 제가 솔직하지 못한 편이더라고요. 그런 걸 좀 버리고 싶고, 더 잘 살아보고 싶다는 얘길 담아봤죠. 아무래도 자전적 얘기다보니 애착이 많이 가요." (박용인)
꾸준히 앨범을 내다보니, 4집은 정확히 어반자카파의 '2014년 일기'가 됐다. 최근엔 방송 노출도 많아졌지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이들은 오직 음악만으로 승부했고,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그 비결을 물으니 의외로 정답은 질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음악을 쉬지않고 꾸준히 하는 게 비결인 듯 해요. 사실 우리가 굉장히 많이 쉬는 줄 아시는데 콘서트 한두달 하고 나면, 페스티벌 시즌이 와요. 그거 또 하다 보면 앨범 준비해야 하고 쉬지 않고 소처럼 일하게 돼죠." (현아, 용인)
사실은 어반자카파와 이야기하며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를 수밖에 없는 싱어송라이터의 고뇌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세 사람은 이런 고민들을 나누고 서로의 감성과 목소리를 더해 음악을 완성한다. 이들이 어느 지점에서 통하고, 어긋나게 되는지도 궁금해졌다.
"셋 다 동질감을 느낄 때는 연애하고 헤어지고 힘들어할 때죠. 또 같은 또래의 걱정과 관심사와 고민, 필요악인 부분들을 겪으면서 공유하잖아요. 그런 데서 서로 의지가 많이 돼요. 헤어지고 울면서 통화하기도 하고, 곡이 안나올 땐 똑같이 고민하죠." (권순일)
"오래 됐기도 하고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죠. 맛있는 거 먹으러 갈 때도 입맛이 잘 맞는 편이고, 소소한 것들에서 재밌는 감정들이 쌓여요. 그게 음악에 잘 묻어나서 더 일도 잘 되고요." (박용인)
"어긋나는 부분요? 생각하는 게 워낙 비슷해서 의견 차이가 별로 없어요. 아마 제일 어긋날 때는 곰탕 먹을 때? 용인이 혼자 너무 짜게 먹어요. 그게 걱정이죠. 하하." (조현아)
최근 트렌드와는 달리, 어반자카파의 팬들은 앨범 전체를 사랑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덕에 타이틀 한두곡보다도 전체 트랙에 힘을 준다는 어반자카파. 고집스럽게 1년 내내 작업한 결과물을 내다 보니 꼭 겨울에 앨범을 발매하게 되는 우연도 겹쳤다. 그래서 이번 어반자카파의 공연 이름도 '겨울'이 됐다.
"'메리 어반자카파'라는 타이틀로 4년 동안 매 겨울마다 공연을 해 왔어요. 이번에 더 새롭게 하잔 각오로 겨울이란 타이틀을 정했죠. 구성을 좀 달리 해서 매번 찾아오시는 분들께 새로운 무대를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조현아)
"우리 공연의 강점요? 저흰 노래를 정말 많이 불러요. 곡수를 꽉꽉 채우는 편이고, 토크는 거의 안해요.(웃음) 지루해 하실 수도 있는데, 전부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이 쇼적인 것보다 우리 라이브를 들으러 공연장을 찾아주셨다고 생각하거든요." (박용인)
어반자카파가 어느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느냐 물으니, 셋은 입을 모아 "오래 가는 뮤지션"이라고 답했다. 우스갯소리를 섞어 지금 '04'인 앨범 타이틀이 '30'이 될 때까지는 함께 하겠다고도 했다. 끝으로 각자 음악을 하길 잘 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을 떠올리며 다소 웃픈(웃기고 슬픈)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기분이 안좋고 우울할 때가 음악을 위한 찬스라는 생각이 들 때? 웃픈 상황이죠. 실제로 'River'라는 곡은 순일씨가 예전에 만나던 분과 헤어지고 슬퍼하는데 가사가 쫙 떠오르더라고요. 헤어지고 난 뒤 누가 문자보내고 이러면 이젠 신곡의 아이템으로 생각해요. 음악하길 잘했다 싶죠." (조현아)
"아무래도 콘서트 할 때요. 단독콘서트 오시는 분들은 어반자카파만 보고 싶어서 오신 거잖아요. 작년 연말에 서울에서만 거의 8천석 정도 했어요. 정말 감사했고, 가슴 벅차고 심장이 쿵쾅거렸죠." (박용인)
"내 노래를 듣고 스스로 좋아할 때가 가장 보람돼요. 전 내 목소리를 듣고 우리 노래 듣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노래방에서도 당연히 부르죠. 이제 셋이 다같이 가서 부르려고요." (권순일)
4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하고, 어반자카파도 이제 데뷔 5년차 중견 그룹이 됐다. 그간 발표한 수많은 곡 중 각자가 생각하는 인생곡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데뷔곡인 '커피를 마시고' 할래요. 첫 곡이기도 하고 그 노래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어반자카파가 있다고 생각돼요. 아직까지도 공연하면 많은 분들이 따라 불러주고 사랑해주시는 곡이죠." (박용인) "전 '니가 싫어'가 인생곡인 듯 해요. 이 곡으로 음원 사이트 실시간 1위도 해봤고 차트에서 롱런도 했죠. 인생 최초로 발라드 떼창을 경험해본 곡이기도 하고요. 라디오에서 다른 사람 사연을 듣고 숙제로 만들어 간 노래였는데, 정말 이입을 많이 했었나봐요. 그 사연 들으면서 많이 열받았었거든요. 곡 쓰는데 30분 걸렸어요. 하하." (조현아) "제겐 이번 선공개곡 '위로'예요. 이 곡을 쓸 때가 지금까지 중 가장 힘든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꼽고 싶어요. 마음 고생을 역대급으로 한 노래예요. 좋은 곡을 써야 한다는 압박이 심했어요. 다른 사람이 듣기에도 좋고 멜로디, 메시지까지 좋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죠. 다들 좋아해주셔서 다행이에요." (권순일) |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플럭서스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