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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첫 연극 도전, 여현수 "이제 첫 걸음 뗐어요"

기사입력 : 2014년11월19일 14:42

최종수정 : 2014년11월19일 14:42

[뉴스핌=장윤원 기자] “제가 참 연기인생에 운이 좋았어요. 사람에겐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잖아요. 이게 저의 세 번째 기회인 것 같아요.”
 
연극 ‘맨프럼어스’에서 1만4000년을 살아온 남자 존 올드맨을 연기하는 배우 여현수의 말이다. 여현수는 14년 전 드라마 ‘허준’으로 브라운관 데뷔식을 치렀다. 스크린관에 처음 등장한 것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통해서였다. “이보다 더 좋은 작품, 더 좋은 캐릭터 만나기 힘들 것”이란 말들을 들으며 드라마, 영화에 첫 발을 내딪은 여현수가 연극 ‘맨프럼어스’로 자신의 첫 연극 무대에 오른다. 
 
“인생의 마지막 기회를 잡은 것 같다”는 그 말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동명 원작 영화(2007)는 개봉과 동시에 ‘새턴어워즈(The Saturn Awards)’ 올 해의 필름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세계 초연하는 이번 연극에는 배삼식 작가와 최용훈 연출이 함께 한다. 
 
탄탄한 스토리와 믿음 가는 연출진뿐 아니라 한자리 모이기 힘든 실력파 배우들이 함께 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심리학 교수 윌 그루버 역에 김재건 최용민이, 생물학 교수 해리 역에는 정규수 한서익이, 고고학 교수 린다 역에 조경숙 이영숙이 각각 더블캐스트로 출연한다. 인류학 교수 댄 역에 이대연 이원종 손종학이, 미술사 교수 이디스 역에 서이숙 김효숙 이주화가 각각 트리플 캐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위)여현수 김재건 최용민 이대연 (중간)이원종 서이숙 김효숙 이주화 (아래)정규수 한성식 조경숙 이영숙

‘맨프럼어스’는 존 올드맨이 자신의 송별연 자리에서 동료 교수들에게 스스로를 1만4000년 전부터 살아온 사람이라 밝히면서 시작된다. 존 올드맨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각 분야의 지식인들이 반박을 가하면서 흥미진진한 진실공방이 이어진다. 
 
1999년 MBC 공채로 데뷔한 이후 14년간 다져진 배우로서의 내공과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연극 도전에 가장 큰 난관으로 보이는 대사 암기는 여현수에게 있어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배우로 활동해온 14년 세월 동안 연극을 해본 적 없다는 사실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1시간40분 내지 2시간 동안 내가 연기와 대사만으로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 과연 내가 그런 정도의 배우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두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였다. 
 
“솔직히 (연극 도전에 대해) 그런 두려움이 항상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걱정 안하고 오케이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 어떤 무모함이었는진 모르겠는데(웃음) 아마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부분이 제게 용기를 준 것 같아요. (가장이기 때문에) 연기자로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근데 그럴 방법이 마땅히 없어요. 운이 좋아서 어떤 영화에서 되게 좋은 역을 맡아 한번에 주가가 높아진다 하더라도, 어짜피 거기서 거기일 것 같아요. 왜냐? 연기에 대해 느낀 것 없이 (겉으로 보이는 저의 위치만)높아진다고 해서 배우로서 발전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연극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연극을 통해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말하는 발음, 대사 이런 것들이 한번쯤 밑바닥부터 뭉개져 봐야 제가 좀 넓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의미에서 참 겁 없이 덤벼든 것 같아요(웃음).” 
 
처음 무대에 오르기 직전 기분을 묻는 질문에 여현수의 답은 자신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의 “안 떨렸다”는 한마디. 지금까지 연극 무대 경험은 전무했고, 그 느낌 역시 알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한번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무대에 섰다. 긴장해 무대를 망가뜨리느니, 긴장하지 말고 일단 덤비자는 대담함이었다. 
 
그렇게 처음 순간을 회상하던 여현수는 얼마 안가 고개를 내저으며 웃었다. “그런데 사람은 어쩔 수가 없어요. 한번 무대가 암전이 되고 불이 딱 켜지는데, 연습 때와는 공기의 무게부터가 다른 거예요. 관객이 바로 앞에서 숨쉬는 그 느낌…. 제 심장이 쿵쿵 뛰는 게 느껴졌어요. 천만다행인 건, 불 들어온 뒤 5분 정도 존 올드맨의 대사가 없어요(웃음). 그냥 모닥불 앞에서 서성이는 신이었는데, 그때 끊임없이 마인드컨트롤을 했죠. ‘괜찮아, 할 수 있어, 진정해.’” 
 
정신 없이 마무리 지은 첫 무대. 여현수가 느끼는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관객들에게 좀더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 시도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펼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그렇지만 후회를 남기지는 않았다고 자평한다. 할 수 있는 것들, 약속된 것들을 해냈기 때문이었다. 

주말에는 대다수의 공연이 낮과 밤, 하루 두 차례 무대를 연다. 하루 두 번 무대에 오르는 많은 배우가 소위 말하는 ‘페이스 조절’을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한 여현수의 소신은 확고하다. 
 
“‘페이스 조절’이란 말도 (연극하면서)처음 들어봤어요. 사실 하루 두 번 공연해서 힘들 정도의 체력은 아니거든요. 낮공연과 밤공연 모두 똑같이 해야죠(웃음). 페이스조절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만약 체력 보존을 위해 제가 낮공에서 힘을 빼고 연기한다면 제 자신이 용납 못할 것 같아요. 관객들이 느끼는 만족도는 제각각 다르겠지만, 전 최선을 다했어요. 앞으로 더 잘 할거고요.” 
 
여현수가 연기하는 존 올드맨은 깊은 여운을 남기며 만족감을 준다. 연극 출연이 처음이란 소식에 내심 우려했던 발성은 극장을 가득 울리며 몰입도를 높이고, 섬세한 연기와 부드러운 존재감이 ‘여현수의 재발견’이란 호평을 아깝지 않게 한다. 연극이 개막한지 열흘 남짓. 앞으로 계속해서 발전해나갈 배우 여현수의 모습과 연극 ‘맨프럼어스’가 기대된다. 
 
“저는 참 연기인생에 운이 좋았어요. 데뷔해서 ‘허준’이란 드라마와 만났고, 또 영화로는 ‘번지점프를 하다’ 김대승 감독님을 만나고. 항상 사람들이 그랬어요. ‘너 이것보다 더 좋은 작품, 더 좋은 캐릭터 만나기 힘들걸’.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이렇게 최용훈 연출님과 ‘맨프럼어스’란 작품을 하게 됐는데, 이건 엄청난 운이죠. 사람은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잖아요. 이게 세 번째인 것 같아요(웃음). 잘 만들어봐야죠. 지금도 점점 더 발전해 나가고 있거든요. 이제 첫 걸음이니까.” 
 
14년차 배우 여현수의 연극 데뷔작 ‘맨프럼어스’는 2015년 2월22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만 13세 이상 관람가. 4만~5만 원.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사진 (주)올라운드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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