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3개월여 만에 다시 마주한 배우 송새벽(35)은 여전했다. 차기작을 위해 기른 머리를 검지로 몇 번이고 넘기며 느긋한 말투로 대화를 이어갔다. 조금 엉뚱한(?) 농담으로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는 것도 그대로였다. 다만 바뀐 게 있다면 프레임 속 그의 모습이었다. 천생 배우라는 말이 어울리게, 8월의 송새벽이 5월의 송새벽과 달랐듯 그는 또 한 번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송새벽이 ‘도희야’, ‘내 연애의 기억’에 이어 올해 마지막을 장식할 영화 ‘덕수리 5형제’를 선보였다. 지난 4일 개봉한 영화는 만나기만 하면 물고, 뜯고, 싸우는 원수 같은 5형제의 이야기를 다뤘다. 부모님 실종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5형제가 덕수리 마을에서 합동 수사 작전을 벌이는 과정이 주를 이룬다.
극중 송새벽이 맡은 역할은 ‘덕수리 5형제’의 둘째 동수.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재혼으로 친동생 현정(이아이)에 이어 형 수교(윤상현)과 동생 수근(황찬성), 수정(김지민)이 생기게 되는 인물이다.
“감독님이 5년 동안 기획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저희는 완전히 다 준비된 단계에서 시작한 거죠. 사실 예전부터 시트콤이나 드라마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봐왔잖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그런 작품을 정말 하고 싶었죠. 게다가 제가 여동생 하나뿐이라 평소에 형제 많은 친구가 왁자지껄 사는 게 부러웠거든요. 근데 그런 이야기라 아주 좋았죠. 보자마자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송새벽이 연기한 동수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그는 완벽한 포스와 비주얼로 사람들에게 조폭으로 자주 오해받는다. 물론 입에 늘 살벌한 욕을 달고 사는 거친 남자지만 알고 보면 잔정이 많은 소녀 감성. 송새벽은 비주얼 조폭 동수를 위해 체중 증량은 물론, 욕 실력도 갈고닦았다(?).
“영화 찍는데 12~3kg을 찌웠어요. 동수가 제 원래 체형과 매치가 안 되더라고요. 캐릭터에 맞게 겉살을 찌우자 그래서 급하게 막 찌웠죠. 운동한 몸이 아니라 진짜 막 찍운 거예요. 확실히 몸이 많이 무거워져서 이제 조금씩 빼려고요. 반면 욕하는 장면은 엄청나게 시원했죠. 물론 ‘도희야’에서도 했지만, 이번엔 굉장히 재밌는 욕, 욕쟁이 할머니처럼 맛깔스러움이 있었어요. 대사 뉘앙스에 대해서는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했고요.”
인터뷰를 한창 하는데 아래층에 있던 윤상현이 올라왔다. 송새벽의 인터뷰를 잠시 지켜보던 그는 “재밌게 해라. 재밌게”라며 둘째 동생에게 장난스레 핀잔을 줬다. 결혼을 앞둔 ‘사랑꾼’의 지적(?)에 시원한 웃음을 터뜨리던 송새벽은 현장에서도 분위기 메이커는 큰형 윤상현이었다고 말했다.
“현장 분위기도 거의 윤상현 선배가 70~80% 주도했어요. 워낙에 수다도 좋아하시잖아요. 게다가 저희가 숙소에 머무르면서 몇 달 동안 한곳에서 주구장창 촬영을 했거든요. 거의 살다시피 했죠. 윤상현 선배도 그때는 형수를 안 만났을 때니까 촬영이 없어도 현장에 계속 있었고요. 그러면서 더 많이 이야기하고 친해졌죠. 안 그래도 요즘 결혼하면 빨리 아기 낳으라고 하고 있어요(웃음).”
그가 결혼을 앞둔 윤상현에게 출산을 적극(?) 권장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지난해 11월 연극배우 하지혜와 결혼한 후 지난 4월 예쁜 첫 딸을 품에 안은 것. 하지만 정작 득녀 소식을 알린 건 최근이었다. 이렇게 기쁜 소식을 왜 최근에야 알렸느냐는 말에 “아무도 안 물어봐서 말을 못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엄마·아빠 반반씩 닮았어요. 엄마 닮았으면 좋겠는데(웃음)…. 근데 아빠가 되니까 확실히 전반적인 삶이 달라지더라고요. 예를 들면 인스턴트 식품 덜먹고 채소 더 먹게 되고 담배 끊었죠. 얘가 보고 싶으니까 귀가 시간도 점점 빨라지고요. 개인적으로는 결혼 자체를 추천해요. 해보면 왜 태어나서 결혼해서 제일 잘한 일인지 알게 될 거예요. 마음도 변하고 좀 더 철 들려고 노력도 하죠.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를 더 생각하고 살아야 하니 확실히 연기도 변화가 생기고요.”
딸 이야기에 웃음을 거둘 줄 모르던 그는 올 한해를 돌아보며 “축복”이라고 말했다. 물론 딸아이가 자신의 품에 오게 됐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누구보다 행복한 한 해를 보냈을 그에게 내친김에 오는 2015년의 목표도 물어봤다. 특별하거나, 혹은 거창한 계획은 없다. 그저 지금처럼 감사한 마음으로 좋은 작품에 임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배우로서 작품을 한다는 거 자체가 감사해요. 드라마, 영화, 연극을 가리는 것도 아니죠. 특히 연극 경우는 여전히 극단이랑 항상 이야기하면서 조율 중이에요. 내년 계획도 특별한 건 없어요. 직업 특성상 계획한다고 한들 잘 지켜지지도 않고요. 다만 좋은 작품 만나고 싶은 욕심은 있죠. 시간이 된다면 여행을 가는 것도요. 진짜 딱 그 정도예요.”
“요즘 소리의 재미에 푹 빠졌어요” 송새벽은 현재 ‘덕수리 5형제’ 프로모션 활동과 함께 영화 ‘도리화가’ 촬영에 한창이다. 배우 류승룡, 수지와 함께 촬영 중인 ‘도리화가’는 다음 달 크랭크업 예정이다. 촬영이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그가 얻은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긴 헤어스타일(?)과 새로운 취미다. “상투를 틀어야 해서 기르고 있는 건데 이제 촬영 끝나고 차기작 들어오는 거 보고 상의해봐야죠. 근데 어떤 분이 음대 교수 같다고 해서 안 자를까 봐요(웃음). 촬영은 너무 재밌는데 어려워요. 북 치는 역할이라 지금도 배우고 있죠. 근데 저는 끝나고도 계속 판소리랑 북을 배우려고요. 국립극단 선생님이랑 약속도 했죠. 이게 되게 정서적으로 안정돼요. 그리고 그 소리의 가사들을 보면 기가 막히죠. 되게 좋더라고요. 뜻도 들으면 어떤 건 엄청나게 야하고 어떤 건 또 엄청나게 울리고, 아주 어마어마하죠. 왜 ‘사랑가’도 누구나 다 들어는 봤잖아요. 근데 뜻은 잘 모르거든요. 저도 이번에 처음 그 뜻을 알았는데 주옥같아요. 그래서 이거는 내가 끝나고도 배워야겠다고 결심한 거죠. 북도 소품과 별개로 하나 사서 집에서도 깔짝깔짝 연습하고 있어요(웃음). 진짜 정신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라니까요.”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