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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엑소더스' 리들리 스콧 "축구팀 주장처럼 일했다"

기사입력 : 2014년12월15일 08:34

최종수정 : 2014년12월15일 08:34

영화 '엑소더스:신들과 왕들'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 [사진=AP/뉴시스]
[뉴스핌=김세혁 기자] 영국이 자랑하는 감독 리들리 스콧(77)이 구약성서 출애굽기를 다룬 ‘엑소더스:신들과 왕들’로 극장가를 찾아왔다. 이미 ‘글래디에이터’로 대서사의 새 장을 연 리들리 스콧이기에 신작에 대한 영화팬들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알려진 것처럼 70여일 만에 촬영을 모두 마쳤다. 거장답게 능수능란하게 일정을 소화해 모두를 놀라게 했지만 정작 본인은 무척 힘든 여정이었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참고로 이번 대서사의 주인공 모세와 람세스는 배우 크리스찬 베일과 조엘 에저튼이 각각 맡아 연기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정말이지 너무 힘든 도전이었어요. 젊은 시절부터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게 좋았는데, 이집트의 건축과 의상은 영화에서 그리 많이 다뤄지지 않았기에 골치가 아팠죠.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모든 걸 전부 다 새로 만들었을 만큼 공을 들였습니다.”

감독의 전작 ‘에이리언’과 ‘블레이드 러너’의 팬이라면, 리들리 스콧이 결코 모세의 스펙터클한 여정을 어정쩡하게 그리지 않으리란 걸 안다. 실제로 그는 거대한 건축물은 물론 의상, 배우의 동선, 조그만 액세서리까지 직접 챙겼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그가 모세의 여정을 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모세의 이야기는 기본 구조가 매우 풍성해요. 한마디로 훌륭하죠. 모세는 스스로 감지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뭔지, 무엇을 믿고 믿지 말아야 할지 계속 의심해요. 그야말로 감정의 롤러코스터죠. 그런 모세의 불안정함과 5000년 전이라는 배경에 끌렸어요. 종교와 철학을 논하는 게 아니라, 종교의 시작점을 밟는 거죠. 모세가 겪는 혼란과 그의 믿음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영화 ‘엑소더스:신들과 왕들’은 모세가 람세스의 통치 하에 노예로 전락한 히브리인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빠져나가는 힘든 과정을 담아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영국 북동부에서 보낸 꿈 많은 어린 시절을 자주 떠올렸다.

“주일학교나 중고등학교 종교시간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좀 충격이었어요. 모세의 생애와 그의 삶의 목적이 이토록 위대한지 몰랐거든요. 그가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 오랜 세월을 살았다는 것을 영화를 찍으면서야 알았죠. 신이나 성경을 믿는지 상관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노력했어요. 역사적 배경을 떠올리면서 근대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되, 요즘 사람들이 봐도 이해가 되도록 말이죠. 균형이 중요했어요.”

‘엑소더스:신들과 왕들’의 스케일은 개봉 직후 입증됐다. 제작 전부터 스케일이 굉장하리라고 공언했던 리들리 스콧. 고전이 돼버린 ‘십계’나 ‘이집트 왕자’ 같은 기존의 큰 이야기를 다른 접근방식으로 풀어내는 게 감독의 숙제였다.

“은유적 측면에서 이 영화는 제가 지금까지 맡은 가장 큰 프로젝트입니다. 예산만 봐도 그럴 거예요. 하지만 가장 거대한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지 않았어요. 영화를 항상 캐릭터와 스토리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죠. ‘글래디에이터’만 해도 그렇게 스케일이 커질지 몰랐어요. 왜냐하면 알고 보면 아주 스케일 작은, 개인적인 복수를 다뤘기 때문이죠. 작은 이야기를 큰 틀에 맞춰 풀어내는 게 과제였어요.”

영화 '엑소더스:신들과 왕들'의 주역들. 왼쪽부터 모세를 연기한 크리스찬 베일, 연출자 리들리 스콧 감독, 람세스 역의 조엘 에저튼 [사진=AP/뉴시스]
감독 스스로 기대가 큰 영화인만큼 캐스팅도 신중하게 진행됐다. 같은 영국 출신인 크리스찬 베일과 호주 배우 조엘 에저튼을 기용하는 데 확신이 강했지만 속으로는 따지고 또 따지며 적합한 배우인지 고려했다. 멀찍이서 바라보는 감독이 아니라, 마치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며 선수들을 움직이는 주장처럼 관찰했다.

“영화감독은 축구팀 주장과 비슷해요. 이기려면 모든 포지션이 제대로 갖춰져야 하죠? 주연이건 대사가 한 줄 뿐인 단역이건, 유기적 파트너 관계가 형성돼야 배우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해요. 크리스찬 베일은 4~5년 전에 만났어요. 함께 할 기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출애굽기를 떠올렸고 영웅적이면서 인간적인 모세를 연기할 배우로 그를 낙점했어요. 조엘 에저튼은 ‘킹덤 오브 헤븐’(2005) 때 오디션 영상을 접한 기억이 있어요. ‘애니멀 킹덤’도 우연히 봤는데 뒤로 자빠질 만큼 연기를 잘하더군요. 직관력이 뛰어나요.”

영화 ‘엑소더스:신들과 왕들’은 형제처럼 자란 모세와 람세스가 장성한 뒤 대립하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담았다. 하지만 캐릭터의 인간적 관계에 초점을 두면서도 성서에 등장하는 열 가지 재앙과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 등 스펙터클한 장면도 재현해야 했다.

“특수효과 샷이 1300개가량 들어갔죠. 물론 ‘스타워즈’에 비하면 별 거 아니지만요. 우리 영화의 특수효과는 개념이 좀 달라요. 캐릭터들이 사실적으로 잘 표현되도록 특수효과가 동원됐죠. 때문에 특수효과가 주를 이루는 영화라고 볼 수는 없어요. 수치로 따지자면 특수효과 샷 1300개 정도는 요즘 스케일 큰 영화에서 평균치라고 봐요.” 

'엑소더스:신들과 왕들'에서 대규모 특수효과를 이용하면서도 세트 제작은 아날로그를 고집한 리들리 스콧 감독 [사진=AP/뉴시스]
감독의 설명대로 ‘엑소더스:신들과 왕들’은 인간 대 인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것 외에는 실제 세트를 동원하는 등 아날로그적인 노력이 기울여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람세스의 15m짜리 석상과 실제 이집트를 재현한 세트다.

“세트를 제작하고 로케이션을 하는 이유는 완전히 구체화된 환경이 주는 리얼리티 때문이에요. 제가 일하기에도 좋지만 배우들의 연기에도 도움이 되죠. 프로덕션 디자이너 아서 맥스 같은 유능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촬영 전 미리 세트를 완벽하게 시각화했죠. 점검 과정을 거친 후에야 세트를 제작해요. 로케 현장에 불도저가 들어오고 스태프들이 각자 임무에 매달려 제 시간에 세트를 완성할 수 있었죠. 모든 게 척척 맞아 떨어졌지만 솔직히 정신은 하나도 없었어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영화에 쏠리는 종교적 의문점과 논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연출자로서 신념이 있기에 ‘엑소더스:신들과 왕들’에 대한 종교계의 반응이 걱정되지 않는다며 웃었다.

“우리 영화는 모세의 인간적 측면, 드라마에 초점을 맞췄지만 성서 속 이야기를 가능한 존중하고 솔직하게 담으려 애썼어요. 그렇기에 염려하는 바는 없어요. 감독의 임무는 최대한 캐릭터의 입장에서 그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거예요. 이번에는 크리스찬 베일이라는 멋진 배우와 함께 했고, 그와 함께 모세의 이야기를 존중하고자 했어요. 배우들이 정말 잘해줬기에, 종교적으로 논란이 될 일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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