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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더 테너' 유지태 "가정·연기·연출, 내 꿈의 일부이자 전부"

기사입력 : 2014년12월31일 14:07

최종수정 : 2014년12월31일 14:07

 

[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아시아 오페라 역사상 100년에 한 번 나온다는 목소리를 가진 최고의 리릭테너 트로피 사냥꾼. 하지만 그는 갑작스러운 갑상선 암으로 목소리를 잃고 무대를 떠나게 된다. 시련은 깊었으나 1년 후 팬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와지마 토타로의 권유로 성대 복원 수술을 받으며 조금씩 회복의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전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의 음색은 확실히 더 깊어졌다.

테너 배재철의 영화 같은 이야기가 실제 영화가 돼 관객에게 선보일 채비를 마쳤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더 테너)는 목소리를 잃은 천재 테너 배재철의 감동 실화를 그린 작품. 배재철 성악가의 옷은 배우 유지태(38)가 입었다.

프로모션 인터뷰 차 마주한 유지태는 차분했지만, 어딘가 다소 상기돼 보였다. 충분히 그럴만했다. 배우에게 애틋하지 않은 작품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에게 ‘더 테너’는 유독 특별하다. 촬영부터 개봉까지 3년, 프로덕션 기획 단계부터 계산하면 6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제작 쪽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개봉이 한참 미뤄진 탓이다. 그 시간 동안 작품은 물론, 해외 프로젝트도 포기해야 했지만, 그는 “이렇게 기다리면서 오히려 애정이 더 많이 생겼다”고 미소 지었다.

“이렇게 선보일 수 있어 다행이에요. 좋은 작품이 될 거라는 확신이 제겐 분명 있었거든요. 김성만 감독이랑 저랑 너무 호흡이 좋았던 터라, 개인적인 신뢰감도 깔려있었고요. 또 촬영 감독부터 분장팀장까지 대부분 제작진이 함께 작업해 본 분들이라 더 확신이 생겼죠. 우리가 역경이 좀 있었는데(웃음) 팀워크가 워낙 좋았거든요. 지금도 화합할 수 있는 팀이니까요.”

출연을 결심한 후 그는 영화 ‘카포티’(2005) 속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나 영화 ‘에비에이터’(2004) 속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성악가만의 특징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아무래도 듬직한 풍채. 하지만 곧 그 생각 자체가 편견이라는 걸 깨달았다. 메가폰을 잡은 김상만 감독 역시 테너 프랑코 코렐리의 영상을 보여주면서 굳이 살찌울 필요가 없다고, 우리가 편견을 깨자고 제안했다.

“전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나 선생님의 풍채를 굉장히 좋아해요. 아마 무대 위 카리스마는 선생님을 따라가지 못할 거예요. 무대를 보면서 어떻게 선생님을 체화시켜야 하나 고민했던 건 사실이죠. 선생님 이미지에서 갖고 올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요. 그런 의미에서 머리를 기르기도 했죠. 근데 감독님이 유지태가 해석하는 배재철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 후로 다른 접근을 하기 시작한 거죠.”

모르긴 몰라도 그의 다른 접근이란 것은 아마 노래와 감정 연기를 향한 노력이 아니었을까 한다. 유지태는 한 예술가가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모여 리듬을 맞추고 선율을 만들어낼 때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짜릿함을 느꼈다고 했다. (원래가 노력형 배우이긴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욱 노력을 기울였을지도 모른다. 자그마치 1년 동안 매일 4시간씩 성악 연습을 했다.

“노래보다 싱크 맞추는 게 조금 어려웠어요. 노래는 감정을 실어서 부르면 되는 데 이거는 제 호흡이 아닌 선생님 호흡에 맞춰야 했죠. 오디오 플레이를 하면, 플레이 되는 시간이랑 싱크 맞는 시간이 미묘하게 틀어지거든요. 그걸 염두에 두고 싱크 맞추는 게 어려웠던 거죠. 전체적인 노래는 성악가 김병진 선생님께 따로 훈련받고 배재철 선생님이 중간중간 체크해줬어요. 연습실이 다 같았는데 다른 분들은 성악 연습하면, 전 오디오 틀어놓고 했죠(웃음).”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에서 성악가 배재철을 연기한 배우 유지태 [사진=BoXoo 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지태는 장난기 섞인 대답으로 자신의 공을 뒤로 미뤘지만, 그의 열정과 노력은 함께 작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인정한다. 실제 ‘가면 속의 아리아’, ‘파리넬리’, ‘레미제라블’ 무대를 찾아보는 것은 물론이요, 오페라 영화들도 닥치는 대로 최대한 많이 봤다. 극중 등장하는 총 8곡의 아리아도 모두 소화했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일이긴 했으나 원래 음악 자체를 좋아한다는 그는 촬영이 끝난 지금도 오페라에 대한 관심이 가득했다.

“오페라에 원래 관심이 있었어요. 다만 그때는 표면적인 관심이었다면 지금은 조금 달라졌죠. 매력을 좀 더 알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공부는 취미 삼아 계속 하고 싶어요. 저보고 타고난 베이스라고, 음량을 더 넓히면 상당히 매력적인 목소리가 날 수 있다고 해서 자신감을 얻었죠(웃음). 시간 날 때마다 배워보려고요. 전 음악 차체도 워낙 좋아해요. 이왕이면 슈베르트보다는 모차르트가 더 좋고요. 즉흥적이지 않는 완고함이 마음에 들죠.”

영화에서 오페라 장면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게 있다면, 바로 일본 배우 이세야 유스케가 연기한 사와다 역이다. 와지마 토타로의 모습을 그린 사와다와 배재철의 사이는 오랜 친구와의 우정보다 뜨겁고 때때로 가족의 사랑보다 애틋하다. 실제로 본인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아내”라고 답했다. 쑥스러워 보이는 미소 뒤로는 큰 행복을 되새김하는 듯했다. 배우 김효진과 5년 열애 끝에 지난 2011년 12월 결혼한 유지태는 올해 7월 득남했다.

“예전에도 좀 책임감이 강한 편이었어요. 크게 가장 혹은 마흔이 된 거에 의미부여를 하는 건 아닌데 좀 더 내 인생을 인제는 책임져야 할 나이가 아닌가 하죠. 물론 기분 좋은 책임감이고요. 아침에 아들 웃음을 보고 나오면 피로가 사라져요. 오늘도 아들 얼굴 보니까 뭔가 삭 내려앉는 느낌이 들더라고요(웃음). 제게는 가정 또한 내 꿈의 일부이자 또 때로는 전부죠. 물론 연기도, 영화 연출도 마찬가지고요. 하나하나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꾸준히, 예전에 해오듯 똑같이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그는 요즘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영화 ‘더 테너’의 홍보 활동 외에도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2 월화드라마 ‘힐러’에 출연 중인 것. 오랜만에 드라마 복귀가 떨리겠다는 말에 “드라마 연기, 영화 연기 다른 게 있나, 내가 하는 방식대로 좋은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뿐”이라며 웃었다. 데뷔 16차 배우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어떻게 하면 연기 연습을 더 할 수 있을까, 더 재밌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가득했다.

“‘동감’처럼 스위트한 역할도 맡았지만, 캐릭터 배우, 성격파 배우가 되고 싶어서 그동안 작품 색이 좀 어두웠던 부분이 있어요. 스펙트럼을 넓히려고 악역, 아저씨 역할도 마다치 않았는데 어제 제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스쳤죠. 관객들을 재밌게 해주자, 너무 과장하지 말자고요. 절제하면서도 재밌을 수 있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연기할 때 항상 과유불급을 떠올려요. 사람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연기 목표 지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주·조연이든 간에 항상 중용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되뇌면서 연기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거예요(웃음).”


 

감독 유지태의 두번째 연출작 ‘앙까이’

모두가 알다시피 유지태는 대표적인 배우 감독이다. 앞서 그는 지난 2012년 첫 장편영화 ‘마이라띠마’를 연출, 감독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요즘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앙까이’라는 작품을 언급했다. 현재 각본을 1차 완성해서 제작사로 넘긴 상태라고. 

“‘앙까이’라고 조선족 말로 아내라는 뜻이죠. 탈북자가 중국에서 머물면서 조선족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에요. 나중에 이 탈북 여성이 북한으로 북송되자 조선족 남자가 어떻게든 자기의 아내를 되찾아오려고 노력하는 감성 드라마죠. 아마 그간 영화보다는 조금 센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해요.

상황은 좀 지켜봐야 알 듯해요. 저는 작가 영화 형태로 꾸미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배우고 상업영화를 계속하다 보니까 상업적인 시선, 보편적인 감수성을 없앨 수 없나 봐요(웃음). 상업 영화 해야겠다는 말씀을 다들 하셔서 지켜보는 중이에요. 상업 영화가 되더라도 좀 독특한 상업 영화가 되지 않을까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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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깊어가는 '당권 고민'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당권 도전을 놓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한 전 대표의 출마에 무게가 실렸으나 최근 '친한(친한동훈)'계 측근들 다수가 출마를 만류하고 있어서다. 출마 땐 승산이 있지만 당내 다수파인 구 '친윤(친윤석열)'계의 벽에 가로막혀 당 쇄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선 참패에도 구 주류는 건재하다. 원하는 후보를 쉽게 원내 사령탑으로 만들었고, 당 개혁안을 다수의 힘으로 저지하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한계와 쇄신파가 밀었던 김성원 의원이 친윤계의 지원을 받은 송언석 의원에게 완패했다. 30대 60으로 사실상 게임이 되지 않았다. 구 주류가 지배하는 당의 세력 분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한 개혁안은 이들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대선경선에서 탈락한 한동훈 후보가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5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4.05.03 photo@newspim.com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어렵사리 당 대표 자리에 오른다 해도 이들이 비토할 가능성이 높다. 영남 중심의 다수파인 이들이 반대하면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전당대회에서 63%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가 이들에 의해 쫓겨난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전 대표의 출마를 강력히 주장했던 측근들조차 신중론으로 입장을 선회한 배경이다. 물론 한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알 수 없다. 측근들 다수가 반대해도 본인이 출마를 결심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9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한동훈 전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안 나온다고 하다가 나올 것"이라며 "한동훈 전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고, 결국 당 대표로 선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한 전 대표가 패배한 것에 대해 "누군가는 '한동훈 비토가 세기 때문에 최종 결선 투표에서 진 게 아니냐' 이렇게 얘기하지만 그때 실제로 한덕수 총리에 대한 지지세라는 게 있었다"면서 "그런 분들이 아무래도 단일화나 이런 것에 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문수 후보한테 갔던 것"이라고 봤다. 이 의원은 나경원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한 전 대표가 김문수 후보와 일대일로 만약에 붙는다고 봐도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계 기류는 출마 만류 쪽이다. 원내대표 선거 완패가 결정적 계기였다. 당 개혁안 표류도 한몫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설령 대표가 돼도 현실적으로 당 쇄신은 요원하다고 본 것이다. 친한계인 정성국 의원은 1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개혁안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인다든지, 또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송언석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치열한 접전이 있었다든지 이런 식으로 당의 변화가 느껴지는 상황에서 한동훈이 등판하면 '우리가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줄 수 있다"며 "지금 당내 분위기가 아직까지 많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만약 출마를 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히 제일 높다고 본다"면서도 "지금 굉장히 복잡해졌다. 의견들이 5대 5라고 봤는데, 요즘은 주변에서 '출마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그러다 보니 한 전 대표가 나와서 이런 당을 이끌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라며 "저항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역시 친한계 핵심인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전당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좀 신중해야 된다는 의견"이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매번 출전할 수는 없다. 현실은 그렇다"고 했다. 그는 "친한동훈 그룹 내에서는 신중파가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동훈이라는 존재는 보수 재건의 최강병기인 동시에 최종병기, 마지막 보루"라며 "한동훈이 무너지면 보수 혁신, 보수 재건은 거의 물 건너간다. 그러니까 소중한 만큼 아껴 써야 한다"고 했다. 친한계 인사 중 강력한 출마론자였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김 전 최고위원은 20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당의 최대 위기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출마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었지만 최근 원내대표 선거와 당 개혁안 표류 등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한 전 대표가 대표가 돼도 구 친윤계의 반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출마를 권유하는 게 맞는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한 전 대표의 고민이 깊어간다. 한 전 대표는 출마 쪽에 무게를 싣고 조직 확산 작업 등을 해왔으나 측근 그룹의 만류와 쇄신과는 거리가 먼 당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출마냐, 포기냐의 기로에 선 한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leejc@newspim.com 2025-06-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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