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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세계가 인정한 '버드맨' 연출자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기사입력 : 2015년03월06일 08:20

최종수정 : 2015년03월05일 15:00

 

[뉴스핌=김세혁 기자] 2000년 데뷔작 ‘아모레스 페로스’로 주목 받은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52)가 ‘버드맨’으로 또 다시 세계 영화계를 흔들었다. 배우 마이클 키튼을 기용한 ‘버드맨’은 과거의 명예와 돈을 모두 잃은 중년배우가 브로드웨이에 도전하는 이야기. 이 영화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세심한 터치로 완성했다는 호평 속에 아카데미 주요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최근작 ‘비우티풀’(2010)로 칸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진가를 재확인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버드맨’을 통해 한 편의 연극 같은 인생을 이야기한다. 제71회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했던 블랙코미디 ‘버드맨’은 감독 특유의 위트와 유머, 페이소스로 가득하다. 

“매번 느끼지만 유머는 참 어려워요. 드라마처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죠. 다만 ‘버드맨’ 작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나는 경험이었어요. 기획은 5년쯤 전에 했는데, 거울 속 자신의 이미지와 씨름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였어요. 당시 계획한 다른 작품의 조연 캐릭터였죠. 또 다른 자아와 뭔가를 한다는 아이디어에서 ‘버드맨’이 시작된 셈이에요.”  

감독이 말한 거울 앞 남자는 다름 아닌 ‘버드맨’의 주인공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이다. 어떻게 구상 속 남자가 리건이라는 캐릭터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리건의 환영 버드맨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했다.

“초반 아이디어는 주인공이 한물 간 영화배우이고 연극에서 또 다른 자아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거였어요. 어딘가 구식 느낌이었고 각본작업을 한 알렉산더 디넬라리스와 니콜라스 지아본코, 아만도 보 역시 만족하지 않았죠. 어느 날 주인공의 또 다른 자아로 슈퍼히어로 버드맨을 떠올렸어요. 굵직한 목소리를 가진 리건의 또 다른 자아 버드맨은 요즘 시대를 잘 보여주는 아이디어였죠. 버드맨의 목소리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대변해요. 그 아이디어에 모두 들떴어요.”

‘버드맨’의 아이디어를 다듬는 동안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세세한 구상에 착수했다. 늙고 가진 것 없는 퇴물배우의 인생사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감독은 캐릭터 자체를 진실에 가깝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버드맨’에서 제 경험을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저의 것이 아닌 작품 속 캐릭터의 목소리를 진실에 가깝게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그래야 리건의 상황이 현실적으로 드러날 테니까요. 연극판을 내려다보듯 일일이 지적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고 리건이 겪는 고통스럽고 인간적이고 연약한 여정을 그대로 보여주려 했죠. 그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시켰고 필요 이상의 농담이나 코멘트는 절대 삼갔어요.”

‘버드맨’은 브로드웨이를 다룬 만큼 연극이나 연기, 무대에 대한 이야기로 비쳐지기 쉽다. 하지만 감독은 이런 시선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사실 ‘버드맨’을 자세히 본 관객이라면 이 작품의 메시지가 연기가 아닌 자아란 걸 직감할 수 있다. 실제로 리건은 자신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과거의 환영과 매일 싸움을 벌인다.
 
“배우들조차 ‘버드맨’이 연기를 그렸다 생각할까 걱정이었어요. 전 솔직히 그런 주제엔 관심 없어요. 배우는 자아표현을 위해 선택되는 가장 일반적인 사람이지만 모든 인간 역시 자아가 있죠. 특히 정치인, 기업가, 독재자들은요. 세상은 점차 자아의 희생양이 돼가고 있어요. 아이들조차 자아의 희생양이 될 수 있죠. 인간의 자아는 우리를 끌어올려주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죽일 수도 있는 위험한 것임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것에 힘을 내주고 휘둘리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답니다. 무대를 소재로 삼은 건 단지 인간의 약한 본성을 파헤칠 풍성한 배경이기 때문이죠.”

평단은 ‘배트맨’으로 리건과 비슷한 삶을 산 주인공 마이클 키튼의 연기에 박수를 보냈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과연 이를 염두에 두고 그를 캐스팅했을까.

“마이클 키튼이 심적·육체적으로 벌거벗고 리건을 연기할 수 있었던 건 모든 걸 초월한 덕이에요 그만큼 허영심에서 자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배우는 처음 봤어요. 남들이 자신에 대해 뭐라던 전혀 걱정하지 않았죠. ‘배트맨’을 연기한 경력도 무시할 수 없었어요. 사실 그 때문에 처음부터 강력한 후보였거든요. 슈퍼히어로 배트맨을 연기한 경험까지 있으니 완벽하다 싶었죠. 마이클 키튼 만큼 리건을 호감형으로 완성하는 배우는 흔치 않습니다.”

‘버드맨’에서 리건과 대치하는 마이크 샤이너는 에드워드 노튼이 맡았다. 무대 출신인 그는 마이클 키튼과 더불어 올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에 나란히 노미네이트될 만큼 열연을 펼쳤다.

“샤이너는 멋지지만 상당히 거만한 인물이라 캐스팅이 힘들었어요. 영화에 사실감을 투영하고 싶었고, 샤이너가 핵심이기에 조심스러웠죠. 연극배우 출신인 에드워드에게는 일종의 정신적 사실감 같은 게 있더군요. 뭣보다 당당했어요. 대뜸 찾아와 ‘이런 사람들을 잘 알아요. 어쩌면 저 같은 사람이죠’라며 캐릭터를 달라더군요. 그렇게 일이 성사됐죠.”

 

마이클 키튼과 에드워드 노튼, 나오미 왓츠와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등 ‘버드맨’의 배우들은 감독의 롱테이크 촬영이 몹시 흥미로웠다고 입을 모았다. 롱테이크 촬영 덕에 ‘버드맨’ 속 화면은 연속된 하나의 샷처럼 보인다. 이런 연출은 ‘버드맨’을 마치 무대처럼 착각하게 만들고, 객석으로 하여금 무대 위 배우처럼 느끼게 만든다.

“구상 초기부터 의도한 거예요. 주인공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싶었거든요. 관객이 미로처럼 복잡하고 숨 막히는 리건의 상황을 그의 입장에서 경험하길 바랐죠. 리건의 관점에서 카메라를 움직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어요. 근데 이론으론 쉽지 실제 촬영은 상당히 어려웠어요. 무엇보다 그런 식으로 작업한 경험이 없었죠. 지금 생각하면 겁 없고 무책임한 실험이었어요. 시공간의 분리가 영화의 본질이고 지금까지 항상 그렇게 작업해왔는데, 둘을 한곳에 잡아둬야 했으니 말이죠. 쉼표나 마침표 하나 없이 글을 쓰는 기분이었어요.”

‘버드맨’의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리드미컬한 재즈 퍼쿠션 사운드다. 이 음악적 효과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가지 배우들의 동선을 따라 펼쳐진다.

“보통 영화는 촬영을 모두 마친 뒤 한 6개월간 조작하고 고치고 숨기는 작업을 거쳐요. 하지만 이번 영화에선 그게 불가능했어요. 따라서 후반작업 없이 촬영 당일 모든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 보니 사람이 재즈처럼 즉흥적이 되더라고요. 우리 영화에 등장하는 재즈 음악이 그래서 스토리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주인공들의 대립과 옥상 신 등 명장면으로 가득한 ‘버드맨’. 감독은 그 중에서 단연 타임스스퀘어 질주신을 들었다. 마이클 키튼 역시 이 장면을 손꼽았지만 감독은 조금 다른 이유를 댔다.

“타임스스퀘어 신에 시민들이 엄청 많이 나오는데, 솔직히 엑스트라로 거길 다 채울 예산이 없었어요. ‘어떡하나’란 심정으로 일단 타임스스퀘어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았죠. 마침 밴드 공연이 있어서 그 많은 인파가 한 자리에 모이더군요. 그만한 엑스트라를 어디서 공짜로 동원하겠어요. 실제 시민들이 모이다 보니 장면의 사실성도 크게 높아졌죠. 결과요? 대만족이에요.”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이 되기까지

멕시코 출신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라디오 진행자와 TV 광고 제작자로 활약하다 영화감독이라는 오랜 야망을 이뤘다.

첫 연출작 ‘아모레스 페로스’(2000)가 주목을 받으면서 눈길을 끈 그는 이때만 해도 제3세계 유망감독 정도로 평가됐다. 이후 ‘21그램’(2003), ‘바벨’(2006), ‘비우티풀’(2010) 등이 연달아 호평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2007년 ‘바벨’로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그는 ‘버드맨’으로 올해 아카데미 주요 9개 부문(최다)에 후보를 배출했다. 시상식 결과 ‘버드맨’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등 주요 4개 부문(최다)을 휩쓸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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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깊어가는 '당권 고민'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당권 도전을 놓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한 전 대표의 출마에 무게가 실렸으나 최근 '친한(친한동훈)'계 측근들 다수가 출마를 만류하고 있어서다. 출마 땐 승산이 있지만 당내 다수파인 구 '친윤(친윤석열)'계의 벽에 가로막혀 당 쇄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선 참패에도 구 주류는 건재하다. 원하는 후보를 쉽게 원내 사령탑으로 만들었고, 당 개혁안을 다수의 힘으로 저지하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한계와 쇄신파가 밀었던 김성원 의원이 친윤계의 지원을 받은 송언석 의원에게 완패했다. 30대 60으로 사실상 게임이 되지 않았다. 구 주류가 지배하는 당의 세력 분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한 개혁안은 이들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대선경선에서 탈락한 한동훈 후보가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5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4.05.03 photo@newspim.com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어렵사리 당 대표 자리에 오른다 해도 이들이 비토할 가능성이 높다. 영남 중심의 다수파인 이들이 반대하면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전당대회에서 63%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가 이들에 의해 쫓겨난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전 대표의 출마를 강력히 주장했던 측근들조차 신중론으로 입장을 선회한 배경이다. 물론 한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알 수 없다. 측근들 다수가 반대해도 본인이 출마를 결심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9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한동훈 전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안 나온다고 하다가 나올 것"이라며 "한동훈 전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고, 결국 당 대표로 선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한 전 대표가 패배한 것에 대해 "누군가는 '한동훈 비토가 세기 때문에 최종 결선 투표에서 진 게 아니냐' 이렇게 얘기하지만 그때 실제로 한덕수 총리에 대한 지지세라는 게 있었다"면서 "그런 분들이 아무래도 단일화나 이런 것에 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문수 후보한테 갔던 것"이라고 봤다. 이 의원은 나경원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한 전 대표가 김문수 후보와 일대일로 만약에 붙는다고 봐도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계 기류는 출마 만류 쪽이다. 원내대표 선거 완패가 결정적 계기였다. 당 개혁안 표류도 한몫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설령 대표가 돼도 현실적으로 당 쇄신은 요원하다고 본 것이다. 친한계인 정성국 의원은 1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개혁안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인다든지, 또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송언석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치열한 접전이 있었다든지 이런 식으로 당의 변화가 느껴지는 상황에서 한동훈이 등판하면 '우리가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줄 수 있다"며 "지금 당내 분위기가 아직까지 많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만약 출마를 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히 제일 높다고 본다"면서도 "지금 굉장히 복잡해졌다. 의견들이 5대 5라고 봤는데, 요즘은 주변에서 '출마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그러다 보니 한 전 대표가 나와서 이런 당을 이끌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라며 "저항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역시 친한계 핵심인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전당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좀 신중해야 된다는 의견"이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매번 출전할 수는 없다. 현실은 그렇다"고 했다. 그는 "친한동훈 그룹 내에서는 신중파가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동훈이라는 존재는 보수 재건의 최강병기인 동시에 최종병기, 마지막 보루"라며 "한동훈이 무너지면 보수 혁신, 보수 재건은 거의 물 건너간다. 그러니까 소중한 만큼 아껴 써야 한다"고 했다. 친한계 인사 중 강력한 출마론자였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김 전 최고위원은 20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당의 최대 위기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출마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었지만 최근 원내대표 선거와 당 개혁안 표류 등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한 전 대표가 대표가 돼도 구 친윤계의 반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출마를 권유하는 게 맞는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한 전 대표의 고민이 깊어간다. 한 전 대표는 출마 쪽에 무게를 싣고 조직 확산 작업 등을 해왔으나 측근 그룹의 만류와 쇄신과는 거리가 먼 당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출마냐, 포기냐의 기로에 선 한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leejc@newspim.com 2025-06-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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