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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의 마중] 문혁의 불편한 기억과 아물지 않는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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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영화 ‘5일의 마중(원제목: 歸來)’은 평범한 지식인 가정의 수난을 통해 문화대혁명(문혁 1966년~1976년)이라는 중국 현대 정치사의 참극을 조명한 영화다.  광란의 대중 정치운동 문혁은 가족간의 유대를 무너뜨리고 혁명의 가치와 공산당(마오쩌둥)에 대한 충성심을 강요했다. 나라를 위해서는 부모를 고발하고 가족도 버려야했다. 

지식인 자산계급 타도라는 혁명 구호 앞에 부부의 사랑도 부모자식간의 천륜도 모두 낡은 유습에 불과했다. 특히 지식인들에게 있어 문혁시기 중국은 맘놓고 숨쉬기 조차 힘든 동토의 왕국이었다. 영화 주인공 펑완위 (궁리) 교사와 루옌스 교수 부부도 결국 지식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핍박받고 평생 형언하기 힘든 불행을 겪는다.    
            
사회주의 개조작업과 함께 1957년 반우파 투쟁에 휩쓸려 사상개조소에 유폐됐던 지식분자(교수) 루옌스는 감금 10년만에 가족을 만나기 위해 도망쳐 나온다. 하지만 광란의 문혁이 막 불타오르기 시작한 이 시기, 혁명의 포로가 된 딸 단단에게 아버지는 ‘철저한 남’이며 ‘우파반동 지식분자’일 뿐이다. 딸의 앞날을 걱정한 아내 펑위안도 10년만에 문을 두두리는 남편에게 선뜻 문을 열어주지 못한다. 문혁은 그렇게 이시대 중국인들에게 숨막히는 공포였다. 

단단은 자신이 세살때 공산당에 잡혀갔다가 도망자 신분으로 돌아온 아버지에게 ‘난 당신을 모르며 보고싶지도 않다’고 말한 뒤 당국에 신고한다. 발레 주연을 향한 욕심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당시 10대의 어린 홍위병들은 대중앞에서 부모를 비판하고 고발하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겼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당시 홍위병으로서 부친인 시중쉰을 비판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단단이 아버지를 신고한 뒤 육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안(경찰)의 추격과 펑완위 부부의 긴박하고 애절한 상면기도는 국가 폭력에 가려진 부부간의 질기고 끈끈한 사랑(펑완위와 루옌스 부부의사랑)의 힘을 보여준다. 결국 루옌스는 다시 붙잡히고 펑완위는 이 일로 머리를 다쳐 기억장애를 앓게 된다.   
 
1976년 ‘혁명의 조타수이자 태양’인 마오쩌둥이 사망하면서 문혁의 정치 비극도 서서히 막을 내린다. 중국 공산당(덩샤오핑)은 문혁에 대해 “극좌적 오류였다. 도발의 명분이 실제상황에선 맞지 않았고 시비가 모두 뒤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문혁의 장본인인 마오에 대해선 “공이 7, 과오가 3이다. 과오엔 나(덩샤오핑)의 과오도 들어있다”고 결론짓고 더 이상 소모적 논쟁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 외에는 가해자들의 이렇다할 해명도 피해자측의 어떤 항의나 기념행사 하나 없이 10년간의 정치적 대 참극은 일단 수면 깊숙히  가라앉았다.

문혁이 끝나고 정치 상황이 바뀌면서 지식인 반동분자였던 루옌스도 자유의 몸이 돼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루옌스를 기다리는 건 문혁의 대재앙이 할퀴고 간, 아물지 않은 시뻘건 상처 뿐이다. 심인성 기억장애에 걸린 아내는 20년간의 고초 끝에 집으로 돌아온(歸來) 남편 루옌스를 기억하지 못한다.  단단 역시 발레의 꿈을 잃은 채 아버지를 고발했다는 자괴감에 불행한 나날을 보낸다. 단단은 어머니에게도 아버지를 고발한 ‘상종못할 딸자식’으로 각인돼 있고 실제 집에서도 쫓겨났다. 

루옌스는 복직을 미룬 채 아내의 기억을 되살리려 필사의 노력을 하지만 유독 남편만을 기억하지 못하는 아내의 희귀병은 오히려 점점 악화되기만 한다. 가끔 카메라 앵글이 고정되는  루옌스의 창고 방 침대위 대형 선전판 글자 ‘産’자.  ‘자산계급 타도’ 또는 ‘무산계급 만세’  대척점의 두개 구호중 어느 선전판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이 ‘産’ 자는 문혁의 혼돈을 암시하는 설정일지 모른다.
                   
문혁은 중국 전역에 걸쳐 무수히 많은 루옌스 가정과 같은 희생양 만들어냈다. 가족끼리 서로 찢기고 경제는 피폐해졌고, 사상놀음에 인문과 전통문화는 깡그리 파괴됐다. 영화 5일의 마중은 문혁이 중국인들에게 어떤 재앙을 초래했는지, 그 재앙이 아직까지 대중들의 가슴을 어떻게 짖누르고 있는지 잔잔하면서 구슬픈 톤으로 들려준다.   

루옌스는 매월 5일이면 심인성 기억장애에 걸린 처를 데리고 기차역에 나가 자신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영원히 나타나지 않을 자신’을 기다린다. 루옌스가 루옌스를 기다리는 것이다. 기가 막힌 일이다. 누가 이토록 부조리하고 비극적인 상황을 초래했나. 어쩌면 루옌스의 피켓은 현재 중국 대륙의 주인인 공산당에게 이 질문에 답할 것을 요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한국상영 5개월전인 2014년 5월 16일 중국에서 개봉한 뒤 한달 보름만에 본토에서만 2억95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중국내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경신했다. 신화사는 5월 14일 이 영화가 16기 화정상 중국영화만족도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달에는 홍콩 금상상도 수상했다.  

중국인들이 이 영화에 이토록 열광한 이유가 무엇일까.  장이머우가 7년만에 모처럼 옛 아내인 궁리와 호흡을 맞춰 만든 영화라는 점과 고난도의 기억장애인 역을 소화해내는 궁리의 신들린 연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흥행요인이 됐을 것이다. 또 좀 다른 관점이지만 중국인들이 경제에만 매달리다 잠시 망각했던 문혁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그 의미를 헤아려 보려는 ‘불순한’ 열망이 분출한 것일지도 모든다. 

영화 말미의 피켓을 든 루옌스 부부와 뒷 배경 ‘확대개방 촉진발전’이라는 대형 입간판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실제 중국사회 일각에 그런 여망이 남아있다며 경제가 더 발전하면서 언젠가 문혁에 대한 재조명 요구가 제기되지 않을까.  5일의 마중은 중국현대사의 최대 비극 문혁이 궁금해지게 하는 영화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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