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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도전을 즐기는 배우 ‘스피킹 인 텅스’ 이승준

기사입력 : 2015년06월10일 14:02

최종수정 : 2015년06월10일 11:04

 

[뉴스핌=글 장윤원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침착한 목소리와 곧은 시선이 줄곧 눈길을 사로잡는다. 배우로 활동한지 어언 20여 년이 훌쩍 넘었건만, 연기에 대한 진지한 자세, 깊은 고민이 한 마디 한 마디 말에 묻어난다. 연극 ‘스피킹 인 텅스(Speaking in Tongues)’에 출연 중인 배우 이승준 이야기다. 
 
연극 ‘스피킹 인 텅스’는 레온, 닉, 피트, 닐, 존, 쏘냐, 발레리, 제인, 사라 등 등장인물 9명 각자의 삶의 단편이 독특한 형식을 통해 표현되는 작품이다. 실수가 나오기 마련인 게 무대라지만, 유독 이 작품은 작은 실수도 웃어 넘길 수 없는 엄격한 형식으로 규제된다.  
 
“연극의 구성 자체가 무척 독특해요. 배우들끼리 대사를 주고받는다기보단 뭐랄까, 마치 배우들 각자가 모노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상대방의 대사를 받아서 그에 상응하는 대사를 치는 게 아니라, 나는 내 이야기하고 상대방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각자 따로 말하는 분위기죠. 그런 형식적인 난해함이 있어요. 물론 대사량이 많은 것도 힘들고요. 보통 긴장을 놓치면 실수가 일어나기 마련인데, 실수를 해도 재미 있게 넘어갈 수 있는 공연이 있잖아요? 하지만 ‘스피킹 인 텅스’는 실수하면 정말 큰일 나거든요(웃음). 다른 배우들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도 더 많이 긴장됐죠.” 

사실 ‘스피킹 인 텅스’는 배우뿐 아니라 관객들도 긴장을 놓치기 힘든 공연이다. 가뜩이나 객석과 배우의 간격이 무척 좁은 무대의 특성이 '스피킹 인 텅스'의 독특한 전개와 만났기 때문이다. 

"작품을 본 사람들이 명쾌하게 활자화된 해석을 도출하는 것과 별개로, 그냥 연극을 보고 나서 ‘뭔진 모르겠지만 좋은 연극을 봤다’는 긍정적인 느낌만 들어도 전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 게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하고요. 다행히 이 공연 본 분들이 하나같이 그렇게 말해 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다(웃음).”
 
이승준은 2010년 연극 ‘33개의 변주곡’ 출연 이후 5년 만에 무대를 선택했다. 그 사이 영화 ‘명량’ ‘제보자’ ‘카트’나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미생’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개성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종횡무진 활동했다. 사실 이번 그의 연극 출연은 의외의 결정은 아니었다. 
 

“다행히 연습할 시간이 돼 연극 출연을 선택했어요. 그 동안 늘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시간이 안 돼서 못했거든요. 대본을 받았을 땐 딱 보기에도 어려웠죠. 하지만 제가 좀 어려울수록 더 도전하고 싶어하는 스타일이에요. 왠지 모르게 그렇게 되더라고요(웃음). 어찌 보면 무모할 수도 있는데, 전 작품을 할 때마다 ‘실패할 수도 있지, 배우가’라는 마음가짐으로 해요.”
 
물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이승준에게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도전에서 오는 재미'를 추구한다. 이승준은 그런 스스로에게 '자학 모드'라는 평가를 내리지만, 선뜻 가시밭길을 향해 발을 내딛는 그에게 ‘참 멋진 배우’란 수식이 아깝지 않다. 


‘스피킹 인 텅스’는 표면적으로 등장인물 9명이 각자의 단편적인 상황과 심리를 펼쳐놓는다. 누군가에게 이해받기를 바라고, 소통을 시도하고, 끊임 없이 교류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삶이 투영된다.
 
“연령에 따라 작품에 대해 느끼는 지점이 약간씩 다른 것 같아요. 일단, 불륜을 소재로 했지만 ‘불륜 때문에 어떻다’의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40대 아버지들의 경우엔 연극 속 부부 사이의 복잡한 심리에 굉장히 공감하시더군요. 자극적 소재나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는 아무래도 20대들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지난 달 초 개막한 후, 이승준이 무대에 오른지 어언 한 달이 넘어섰다. 최근 들어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의 촬영에 들어가면서, 현재 양쪽 일을 병행하고 있다. 출연 예정인 KBS 새 미니시리즈 ‘태양의 후예’까지 병행하게 된다면 한층 바쁜 6월을 보내게 된다. 
 

“배우가 컨디션이 좋으면 객석에 있는 관객의 기운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관객이 웃고 우는 것처럼 표면에 드러나는 것들이 아니라, 무대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든 느낌이요. 그 때의 기쁨과 쾌감은 말로는 표현 못해요. 하지만, 연극은 장기공연일 경우 배우가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어요. 사실 지난주 하루 공연이 집중하기 너무 힘들더라고요(웃음). 지금 이 시점에 새롭게 치고 나갈 동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생각하는 건 조금씩 무대 위에서 다른 시도를 해볼지 고민이에요. 또 조만간 촬영이 많아져서 바빠지는데, 잘 이겨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다른 거 없이 열심히 하고 싶어요. 열심히 하는 배우로 많은 분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yunwon@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hs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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