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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얼어붙은 땅 위에 선 사람들…‘프로즌(Frozen)’

기사입력 : 2015년06월22일 08:39

최종수정 : 2015년06월22일 08:39

 

[뉴스핌=장윤원 기자] 역시 2015년 최고의 화제작이라 할 만했다. 연극 ‘프로즌’이 뜨거운 관객의 호응과 함께 성황리에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연극 ‘프로즌(Frozen)’은 극작가 브리오니 래버리의 대표작으로 1998년 영국 버밍엄 레퍼토리 시어터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2015년 극단 맨씨어터와 김광보 연출의 지휘 하에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한국 초연의 막을 열었다. 

무대 위에 올라가는 것이라곤 작은 식탁 하나와 이를 둘러싼 의자 세 개, 몇 개의 소품이 전부다. 하지만 세 배우들의 열연이 빈 공간을 꽉 채운다. 범죄자 랄프 역을 배우 이석준과 박호산이 더블캐스트로 번갈아 연기한다. 랄프에 딸 로나를 잃은 엄마 낸시 역은 배우 우현주가, 연쇄살인범들을 연구하기 위해 랄프와 접촉하는 아그네샤 역은 배우 정수영이 맡았다. 

랄프와 낸시, 아그네샤는 혹독한 얼음으로 뒤덮인 땅 위에 선 사람들이다. 연쇄살인범이자 소아성애자인 랄프는 어렸을 때 아동학대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아주 위험하면서 연약하고 어딘가 상처받은 인간이기도 하다. “난 가치 있고 싶어요”라고 말했지만, 그런 그에게 돌아온 것은 “어딘가 고장 난 사람”이라는 선고 뿐. 끝내 그는 낸시의 ‘용서’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죄’를 직면하게 된다. 

낸시는 딸을 잃고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끔찍한 절망과 혼란 속에서 살아간다. 딸이 어딘가 살아있을 거라는 집착에 가까운 망상,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을 도와주려는 마음, 그리고 딸의 죽음을 알게 된 뒤 찾아온 랄프에 대한 극렬한 복수심과 용서까지. 수년에 걸친 한 여인의 감정이 이 작품 안에 모두 녹아 들어 있다. 

연쇄살인범들을 연구하는 정신과 의사 아그네샤는 랄프의 정신과 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트라우마를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그네샤가 자신의 죄를 고백할지 고민하는 순간, 낸시의 마지막 조언이 가슴을 친다. “아니요. 그냥 괴로워하세요. ‘악이 저지른 범죄와 병에 기인한 범죄의 차이는 죄와 증상의 차이와 같다’. 당신은 당신의 죄를 알아요. 그 고통과 함께 살아가세요.” 

“티벳에서는 한 해가 시작될 때마다 새로운 깃발을 걸어요. 깃발에 스치는 바람이 세상 모든 분노를 달래주고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해 준다고 믿는대요.” 

진정 그러하다면 그 얼마나 낭만적인 해피엔딩인가. 하지만 삶은 꽁꽁 언 얼음 위를 맨발로 걷는 것과 같아서 그저 묵묵히 걸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죄’ 그리고 ‘용서’에 대한 부드럽지만 강렬한 드라마를 담은 연극 ‘프로즌(Frozen)’은 오는 7월 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yunwon@newspim.com)·사진 맨씨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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