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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은행권, 위기 '뇌관'으로 부상하나

기사입력 : 2016년01월22일 15:10

최종수정 : 2016년01월22일 15:11

은행지수 18% 폭락…파산위기 몬테데이 파스치는 주가 반토막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중국발 시장 혼란 속 상대적으로 잠잠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유럽에서 이탈리아발 은행 위기 확산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추가 양적완화에 대해 전향적인 의사를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출처=블룸버그>

올 들어 첫 3주 동안 이탈리아 은행지수는 18%가 빠져 같은 기간 스톡스유럽600지수 낙폭인 10%를 대폭 웃돌았다.

이탈리아 은행권 패닉장이 초래된 가장 큰 원인은 2000억유로가 넘는 수준으로 확대된 부실대출과 관련 규제에 있다.

21일 자 미국 전략정보 분석업체 스트랫포는 투자자와 예금자가 문제의 이탈리아 은행 손실을 떠안도록 하는 유럽의 새 은행 규제안 시행으로 뱅크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는 유럽의 새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금융 당국은 작년 11월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소형 은행 4곳에 대해 정부 보증을 통한 구조조정을 추진했는데 유럽 당국이 이러한 정부 구제금융을 올해부터 금지하면서 문제 은행들에 대한 손실을 투자자들과 예금자가 감당하게 됐고 이 때문에 주식시장 혼란이 초래됐다.

당장 파산위기를 마주하고 있는 몬테데이 파스치 은행은 올 들어 주가가 50% 폭락했고, 은행권을 둘러싼 불안감에 수 년간 지속된 대형 은행들의 구조조정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면서 스탠다드차타드와 바클레이즈 은행 주가는 각각 15%씩 떨어졌다.

몬테데이 파스치은행 주가 한달 추이 <출처=블룸버그>

지난 재정위기 이후 유럽 은행권은 더디게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최근 증시 혼란이 심각한 위기로 번질 것이란 우려는 크지 않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유럽 금융시스템 건전성에 자신감을 보이며 "다른 때라면 지금과 같은 시장 혼란이 은행권을 시험했겠지만 아직까지는 상당히 탄력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은행주 급락 흐름이 지속되면 다른 은행들도 대출을 축소하려 할 수 있고 이는 신용 성장세 둔화로 이어져 경제 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은행권 혼란으로 미국 사모펀드와 같은 해외 투자자들이 유럽 은행 대출 또는 은행 지분 매입에 점차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스트랫포는 이탈리아와 유럽 규제당국이 은행권 전반에 퍼진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고 시장에도 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은행권 상황이 위기라고 할 만한 상태는 아니지만 아직까지 금융 시스템이 취약한 만큼 정책 실수나 오해가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규제당국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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