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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화려한 유혹' 정진영 "할배파탈, 재밌고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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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글 양진영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배우 정진영(52)이 MBC '화려한 유혹'에서 커다란 비중과 존재감을 과시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할배파탈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수많은 여심까지 훔친 그는 한 인물의 중년부터 노년까지, 또 로맨스에서 치매를 오가는 짙은 감정 연기를 제대로 살려내며 극을 이끌었다.

최근 서울 종로 한 카페에서 만난 정진영은 시원섭섭한 종영 소감을 밝히며 강석현 역에 푹 빠져들었던 지난 몇달간을 떠올렸다. 이미 극중에서 죽음을 맞은 그는 대본 대신 TV를 보고 있다며 웃었다. 

"제가 죽은 이후론 대본을 안봤어요. 시청자 입장에서 궁금하고 재밌게 보고 있죠. 한편으로 기분이 묘해요. 제가 쓰던 서재와 거실, 침실에서 일이 계속 벌어지니까요. 거기 저만 없죠. 제 주변 인물들은 그대로 남아있는데. 실제로 영혼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겠다 생각했어요. 하늘로 완전히 가기 전에 본다면 그런 마음이 들겠죠."

정진영은 극중 양면성을 드러내는 가장 극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였던 강석현에 대해 "쓰인 대로 연기했다. 대략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걸 시놉이나 감독님 설명을 들어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강석현 같은 권력자의 삶에 공감하는지를 묻자 그는 "기본적으로 캐릭터를 이해해야 연기가 가능하다"고 했다.

"배우는 캐릭터를 이해해야 연기할 수 있죠. 개인의 가치관 문제와는 다른 거예요. 강석현은 명암과 선악이 같이 존재하는 인물인데, 이 드라마의 시작이 강석현의 비자금 문서였어요. 모든 비극이 석현 때문에 잉태됐고 우리집에서 사건들이 벌어졌죠. 개인적인 호불호 이전에 인물의 두 가지 면, 양면성 혹은 선악이 공존하는 그 모습, 거칠게 살았던 삶을 거쳐 죽음을 앞둔 노인이 새로이 나타난 여인을 통해 반성하는 태도가 다 이해가 됐어요. 그렇게 살다가 먼저 죽을 것이란 것도 알고 있었죠."

그럼에도 정진영이 깜짝 놀란 부분은 예상보다 짙어진 최강희와 멜로였다. 그는 열심히 연기했고, 예상보다 멜로의 농도가 짙어 스스로 조금 놀라면서 재밌게 열심히 찍었다고 돌아봤다. 할배파탈(할아버지와 치명적인 매력을 뜻하는 프랑스어를 조합한 신조어)이라는 별명을 들었을 때 예상 외의 반응에 놀라고 재밌었던 기억도 들려줬다.

"최강희씨랑 호흡이 꽤 잘 맞았죠. 청미(윤해영)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은수(최강희)에 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석현은 처음엔 은수에 대한 의심으로 접촉하지만 인간적인 정, 호감, 때로는 연민을 느끼면서 은수를 사랑했어요. 최강희 씨는 눈이 맑은 배우예요. 서로 눈을 마주하면서 감정을 나누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멜로 자체에 어려움은 전혀 없었어요. '할배파탈'이라는 말을 들었을 땐 정말 재밌더군요. 팬들의 성원이 감사하기도 했고요. 석현이 사실 감정이 짙은 인물이잖아요. 특히 은수에 대한 감정이 예상보다 훨씬 더 짙게 표현됐고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됐죠. 대본을 받고 진하게 감정을 느꼈고 그러다보니 감정의 수위가 높아졌어요."

특히 정진영은 극중에서 결혼을 한다는 전개를 알았기에 걱정과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극중 강석현과 은수의 나이차는 무려 36세. 결혼 설정 자체가 처음에는 가장 큰 과제였으나, 이제는 어느정도 시청자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덤덤히 얘기했다.

"석현은 은수를 '저 불쌍한 여자를 내가 아니면 못도와준다. 내가 너를 보호해주겠다. 나무가 돼 주겠다. 나랑 결혼하세' 얘기를 하는데 개인적으로 가능하다고 믿었기에 연기할 수 있었어요. 다행히 시청자들 중에 많은 분들이 그 결혼을 인정해주신 것 같아서 한 고비 넘겼다 했죠. 초기 목표는 우리 결혼을 인정받는 거였거든요.(웃음) 납득이 안가면 뒷 얘기가 못가는 거니까요. 그래서 더 절절히 멜로 연기를 집중할 수 있었죠. 반드시 설득시켜야 해서."

시작할 땐 이렇게 큰 사랑을 기대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정진영이 강석현이란 역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양면이 존재하는 인물이라는 설명에 끌렸다"고 고백했다. 또 그는 이 드라마를 '아주 묘하고 독한 드라마'라고 정의했다. 독특한 작가의 스토리텔링 방식과 감독의 실험적인 연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홈드라마와 너무 거리가 멀고, 그래서 심리 드라마라고도 했죠. 거대한 서사를 갖고 50부를 가거나 시대가 확확 바뀐 것도 아닌데, 어떤 반전이 일어나면 사람의 반응이 어떻게 흘러가는가, 그걸 관전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식탁 신이 많이 나오고 연극적인 장치도 많이 나왔죠. 대표적 장면이 집안에서 치른 결혼식, 식탁에서 은수를 모두가 노려보는 장면이에요. 그런 게 정말 재밌었어요. 쉽지 않은 선택이죠. 감독님이 작가님과 합을 맞추고 얘기를 갖고 가면서 통속적인 이야기를 다르게 찍었고,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겠다 선언했어요. 이런 게 SBS에서 '육룡이 나르샤'라는 거대한 상대가 있었음에도 선전하게 해준 밑거름이 됐다고 봐요."

이런 정진영에게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양면적 내면 연기도, 짙은 로맨스도 아닌 강석현의 치매 설정이었다. 그는 "아주 어렵고 곤란했다"고 당시의 고민을 토로했다. 또 강석현에게 계속해서 패배감을 지녀왔던 권수명(김창완)의 "너를 이겨보고 싶었다"는 대사에 대해서는 그리 공감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게 그의 연기론이다.

"치매 연기가 아주 힘들었죠. 사랑이나 멜로연기는 감정을 느끼면 되는 건데, 치매는 제가 경험한 바도 없고요. 그 부분이 아주 곤란했죠. 치매 증세 중에서 석현이 실제 감정을 털어놓기도 했는데 인물 특유의 포스를 살리면서 그 부분을 연기하는 게 정말 난코스였어요. 하지만 누군가를 이겨야 한다는 욕망에 별로 공감하지는 않아요. 기본적으로 연기란 건 조화라서 누굴 이기겠다 한 적도 없죠. 바둑이나 스포츠라면 한쪽이 이기지 않으면 지는 상태니까 그런 맘을 먹었을 지도 모르죠. 연기는 뭐 하나를 놓고 따먹는게 아니라 결국은 사람들 사이의 조화예요."

올해 정진영은 '화려한 유혹'으로 뜻하지 않게 화제의 인물이 됐다. 거기에 현재 FNC 소속으로 대형 기획사에도 몸담게 됐다. 그는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과 하려다 접은 '격정 멜로' 영화를 언급하며 "납득이 갈 만한 얘기와 캐릭터로 찾아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제 또 다른 정점을 찍기보다 그 다음을 생각할 나이. 그는 자연스레 나이 들어가는 만큼 새로 만나게 될 그 나이대의 인물을 기대하고 있었다.

"다른 작품에서 다른 모습으로 뵐 텐데, 재주나 재능이 많지 않으니 열심히 해야죠. 예전에 이준익 감독과 안그래도 '격정 멜로'를 하자고 했는데 열심히 몸 만들었더니 시나리오가 안나와요.(웃음) 뒤늦게 받아 보니 아직 얘기가 익지가 않아서 하지 말자고 했죠. 어느 정도 드라마든 영화든 대중이 납득할 만한 캐릭터와 이야기로 찾아가고 싶어요. 배우들이 멜로를 선호하긴 하지만 계속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나이를 먹으면서 다행히 예전에 모르던 어떤 부분을 알게 될 거고 표현하게 돼요. 나이 먹은 배우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을 거고, 제가 그 지점으로 갈 수 있는 시간이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기회가 올 때마다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 김학선 기자(yooksa@newspim.com)  페이스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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