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이 국내 주택경기 부진과 해외 수주 저조로 인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고 있습니다. 건설업계는 새로운 건설환경에 맞는 경쟁력과 내실을 갖춰야할 때입니다. 특히 세월호 사건 이후 강조되고 있는 안전, 그 가운데 건설안전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날로 더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온라인 종합경제지 뉴스핌은 건설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건설안전을 제안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정책 당국의 경각심을 높이고자 합니다. 건설안전은 건설업계의 내실과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아 위기에 놓인 한국건설의 새로운 지향점이 될 것입니다. <편집자>
[뉴스핌=김승현 기자] # 지난 2014년 2월 17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 있는 마우니오션리조트 강당 지붕이 붕괴됐다.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친 안타까운 참사가 발생했다.
수사에 나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검찰은 부실 시공을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체육관 기둥과 지붕 등에 강도가 떨어지는 자재를 사용했다. 기둥과 콘크리트 연결 부분에 고강도 무수축 모르타르를 사용하지 않는 등 불법 시공이 이뤄졌다.
건축물을 짓는데 있어 레미콘, 아스콘, 골재, 철근, H형강, 강판 등 주요 자재 품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설계를 안전하게 하고 규정에 맞게 시공을 하더라도 자재 자체가 불량하면 사고 위험성은 급격하게 높아진다.
지난해 5~6월에는 중국산 저질 복공판(임시 도로덮개)을 납품한 업체와 품질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돼 해당 현장에 대한 긴급 점검과 전면 교체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품질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지하철, 터널, 교량등 대형 건설공사 현장에 품질이 미달하는 복공판을 납품한 것이다.
현실은 이렇지만 제대로 된 단속은 없다. 규정에 맞는 자재가 발주시부터 시공 때까지 제대로 쓰이 있는지 거의 검증되지 않고 있는 것. 처벌 규정도 미흡하고 불량 자재로 인한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 규명조차 쉽지 않다.
우선 현행 건설자재 품질시험 정보관리 시스템은 최종 시험성적서 결과만 등록하면 된다. 시공자가 건설 현장에서 실시하는 직접 시험은 입력 대상이 아니어서 위조나 교체 등 불법 행위가 실시간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 시험의뢰, 시료채취, 봉인, 시험과정 관리와 같은 대부분의 절차가 오프라인으로 진행돼 불법행위나 관행 가능성이 높다.
품질관리 과정 자체도 문제가 있다. 지금은 시험의뢰를 받은 품질검사기관이 성적서를 발급하고 난 후 시료를 보관하지 않고 폐기처분할 수 있다. 건설기술진흥법상 보관의무 규정이 없어 성적서 위조 및 조작여부를 확인할 때 대조할 시료가 없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현장 점검을 나가기 3일전 해당 현장에 통보하도록 규정돼 있는 것도 ‘눈 가리고 아웅’식 점검으로 이어지는 원인이다. 적발을 해도 시험성적서를 입력하지 않거나 봉인되지 않은 시료를 시험하는 등 시험절차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 근거가 없어 단속의 실효성이 없다.
이에 따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 당국의 단속만 강화돼도 사정은 달라질 것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토교통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품질시험 관리시스템을 재편하고 관리 과정 보강, 단속‧처벌 모니터링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새로운 품질관리 강화대책안은 그동안 ‘블랙박스’에 있던 건설자재 품질관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진 등 결과를 기록해 언제든 이를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우선 품질시험 관리시스템을 새로 만든다. 현행 시험성적서 입력시스템(CALS sub_system)을 확대 개편해 시험의뢰부터 성적서 발급까지 모두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한다. 품질관리 주체인 시공자의 시료채취, 확인자인 감리의 봉인 등 공정별로 승인(지문 등) 후 진행될 수 있도록 바뀐다.
또 건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시험완료 후 폐기처분 되는 특정자채 시료를 공사가 끝날 때까지 보관토록 의무화한다. 수입 불량 철강재 유통을 막기 위해 원자재를 가공하는 철강구조물제작공장 인증도 의무화한다.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특별 단속과 불시단속을 강화한다. 민간전문가를 포함한 점검반을 구성해 매년 8월 특별단속과 여름 장마철, 봄 해빙기 등에 연 4회 정기점검을 실시한다. 또 3일전 점검 사실을 통보하는 규정을 바꿔 불시 단속에 나선다. 처벌 수준도 높인다. 시공자나 감리자가 품질시험을 이행하지 않거나 성과를 조작하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공공공사에 대한 최저가 낙찰제를 개편하지 않는 한 부실자재 사용은 근절되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한 건설사 자재분야 관계자는 "현행 최저가 낙찰제에서 공사를 적자 없이 하려면 인건비나 자재비를 깎아야하는데 인건비를 깎을 수는 없으므로 자재비 절감을 우선 고려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토부가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도 최저가를 써내는 것이 공사 수주에 가장 유리한 만큼 단속 만으로 저가 자재 사용을 막는다는 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자재 품질시험관리시스템 구축안 <자료=국토교통부> |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