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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사냥' 권율 "더 다양한 판타지 심어주고 싶어요"

기사입력 : 2016년07월01일 08:01

최종수정 : 2016년07월01일 08:01

[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사람이 극한의 상황에 치닫게 되면, 어떻게 변할까. 누군가 자신을 위협해 온다면, 상대를 죽이지 않고는 내가 살 수 없는 상황에 온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배우 권율(34)이 신작 ‘사냥’을 선보였다. 29일 개봉한 이 영화는 우연히 발견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오르지 말아야 할 산에 오른 엽사들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버린 사냥꾼의 16시간 동안의 추격을 그린 스릴러. 탐욕과 욕망이 극한으로 치달았을 때 잔인하게 변해가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한 이유는 ‘명량’을 통해 함께 작업한 김한민 감독님이 제작했다는 거였어요. 거기에 시나리오가 재밌고 캐릭터도 좋았죠.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지점은 안성기 선배가 함께한다는 거였어요. 아마 이건 영화를 하는 후배 배우들이라면 다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어요. 안성기 선배와 연기 한다는 것, 한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들이마신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고 영광스러운 작업이 없겠다 싶었죠. 이렇게 훌륭한 선배와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작품을 한다면 분명 제 성장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거라고 봤어요.”

극중 권율이 연기한 인물은 맹실장. 본업(?)은 엽사들의 자금을 담당하고 있는 전회장의 수하다. 양복에 구두 차림, 겉모습만 보면 엽사들과는 꽤나 다른 사람 같지만, 잠재된 탐욕만큼은 그들 못지않은 캐릭터다.

“전 맹실장이 악역이라기보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가장 본능에 충실한 인물이라고 봐요.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행동, 그 상황 자체에 중점을 맞췄지 누굴 죽이니까 절대 악처럼 보여야 한다는 마음은 없었죠. 동시에 맹실장에게는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16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변하는 모습이 어이없으면서도 때론 공감 가잖아요. 전 거기서 나오는 의외성이 코믹하게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처럼 비극적인 상황을 더 절망적으로 표현하면 제삼자는 재밌는 희극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었죠.”

이처럼 관객이 맹실장에게서 의외성을 발견하고 또 이것이 웃음으로 이어진 데는 확실히 영화 속 상황이나 설정이 하는 역할이 컸다. 하지만 권율 자체도 하나의 이유로 작용했다. 이우철 감독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를 맹실장 역할에 앉혀 캐릭터를 더욱 부각시켰다.

“그래서 절 캐스팅했을 수도 있어요. 감독님이 제 본연의 이미지를 알고 계셨으니까요. 제 이미지의 한 지점이 맹실장과 만나면서 보여줄 부분이 있을 거라고 보신 거죠. 우락부락한 사내들 사이에서 야리야리해 보이는 한 청년이 등장해서 빈정거리고 무시하는 그런 그림이 재밌을 테니까요. 그리고 관객 역시 그래서 더 재밌을 수 있고요. 실제로 그간 제가 드라마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연장되거나 투영된 부분도 있겠죠. 무시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어요. 다만 얼마만큼 그 이미지를 꺾고 덜 투영될 수 있게 하느냐는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저와의 싸움이죠.”

밀크남. 권율이 말하는 그간 드라마에서 보여준 이미지는 바로 부드럽고 상냥한, 밀크남 이미지다. 최근 드라마 ‘식샤합시다2’(2015), ‘한 번 더 해피엔딩’(2016) 등에서 연이어 보여준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 수식어를 싫어할 배우가 어디 있겠어요(웃음). 다만 저의 어떤 스윗한 이미지를 좋아하신다면 그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동시에 또 다른 판타지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권율이란 배우의 판타지를 더 넓히고 싶은 마음이랄까. 확실한 건 그런 한 이미지에 사로잡혀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데 두려움을 느끼진 않는다는 거죠. 어차피 작품을 만나는 건 운명이고 인연이니 그저 전 주저 없이 뭐든 도전하고 싶어요. 나란 배우를 확장하고 싶은 욕심이 커서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흥미가 가는 작업은 거침없이 해나려고 하죠.”

권율은 “그렇게 시간이 흘러 관객들이 저의 다양한 얼굴을 보면서 ‘어, 재밌는 친구네?’라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것, 그게 배우로서 꿈꾸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명확하게 정해놓고 차근차근 걸어나가는 그가 어쩐지 멋있어 보였다.

“연기하면서 관객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거만큼 감동적이고 기쁜 일은 없어요. 그래서 언제나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요. 물론 이건 연기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 똑같아요. 그리고 이왕이면 저와 한 공간에서 같이 공감하고 소통한 모든 사람이 저로 인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들에게 그 시간이 소중하게 남았으면 하죠(웃음).”

 

“엄친아? 그냥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어요”

‘밀크남’ 권율의 또 다른 수식어는 ‘엄친아’다. 배우 최명길의 외조카라는 것 외에는 특별히 알려진 게 없는데 이상하게도 대부분 대중이 그렇게 생각한다. 오죽하면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권율 아버지’가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 때문인 듯해요. 게다가 하얀 피부나 이런 외적인 모습 때문에 그렇게 봐주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제가 야외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인데 빨갛게 익기만 하는 스타일이라 그래요. 전 하얀 거 싫은데(웃음).

부유하게까지는 아니고 감사하게 자랐어요. 불편함 없이 평범하게 자랐죠. 집에서 용돈을 받아서 그거 열심히 모아서 친구들이랑 PC방 가고 갖고 싶은 운동화도 사고요. 아버지요? 저도 제 연관 검색어에 아버지가 있는 걸 봤어요. 근데 지금은 퇴직하셔서 집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은데(웃음). 화학 공학과를 나오셔서 취미생활로 비누도 만드시고 그래요.

어렸을 때부터 책은 많이 봤어요. 의도적으로 본 건 아니고 집에서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어요. 세 살 터울 형이 있는데 형이 책을 많이 봐서 자연스럽게 면학 분위기가 조성됐죠. 하지만 그래도 전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장난기 가득하고 호기심 가득한 스타일이에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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