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뫼비우스 단상] 물탱크 속의 아리아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흔한 일상 중의 하나가 어둠이다. 일상의 소품은 아니지만 분명히 일상이면서도 그로부터 비껴있는 듯한 존재. 살다 보면 인생의 어둠이 올 수도 있는데 나는 아주 특이한 어둠을 체험한 적이 있다.

평범하게 별 문제 없이 살아가다가 IMF 때 참혹하게 무너져 인력사무소에 나가 잡부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동료 잡부 한 명과 경기도의 어느 아파트 단지의 물탱크 청소를 하러 갔었다.
현장에서 전문가인 기공을 만나 셋이서 커다란 랜턴을 켜고 모터와 양수기, 밀대 등을 들고 매고 물탱크 속으로 십 미터쯤 걸어 내려갔다. 학교 교실만한 공간이 일곱 개나 연결되어 있었으며 물이 무릎까지 차 있었다. 양수기를 가동해 물을 퍼낸 다음에 청소를 하는 것이 그날의 업무였다. 밖에 있는 전원과 연결을 시켜 모터를 가동시켜놓은 상태였기에 양수기의 버튼을 누르자 물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한참 진행이 되다가 양수기가 갑자기 멈추었다.
정전이 되었나 보다며 기공은 밖에 나가 해결하겠다고 나혼자 남겨둔채 동료를 데리고 나갔다. 랜턴이 하나밖에 없기에 그들이 들고 나가자 물탱크 안은 완전한 어둠이었다. 나는 지금껏 그런 어둠을 본 적이 없었다. 어릴 적 외가에서 보던 시골의 밤 정도로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지하에 묻혀 있는 공간이기에 빛으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곳이었다. 입구조차 들어오면서 닫아야 해서 빛이 스며들 길이 전혀 없는 절대 어둠인 것이다. 손바닥을 내 눈 앞에 바짝 대어보았다.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서웠다. 더욱이 정전이다. 내 무릎 아래는 물에 잠겨 있었다. 우리가 설치한 장비들도 물 속에 잠겨 있는 상태였다. 만약에 뭐가 잘못되어 전기라도 흐르게 된다면 나는 꼼짝없이 감전사하는 것이었다. 망상마저 생기면서 공포가 커져갔다.
막막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아~ 소리를 내어 보았다.
놀라웠다. 지상에서 내던 내 목소리와 전혀 달랐다. 그렇게 맑고 투명할 수가 없었고 공명을 타고 있었다. 몇 번 더 소리를 내어 보았다.
나는 목소리에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다. 말이 빠르며 발음이 부정확한 편이다. 사춘기에 그에 관련된 상처가 있기에 불편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그 순간 그런 것들에서 해방된 기분이었다. 내 목소리는 정확하며 그토록 맑고 청아하며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목소리를 더 크게 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노래 역시 잘 하는 편이 아니다. 그러나 노래 역시 이게 내가 부르는 건가 싶었다. 닫힌 공간 속의 공명을 탄 나의 노래는 내가 반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학교 교실 만한 공간이 일곱 번이 꺾여져 연결된 구조였기에 내가 부르는 노래는 파도를 치며 밀려오는 밀물처럼 메아리를 연속 일으키며 울려 퍼지고 있었다. 너무도 황홀해서 천상의 아리아가 있다면 꼭 이럴 것 같았다.
휴대폰이 혹시 물에 젖을까봐 밖에 맡겨둔 것도 한몫해 만끽한, 지상에선 있을 수 없는 어둠. 소음이 섞여 있기 마련인 지상과는 완전히 차단된 곳이기에 소음 또한 일점 없다. 물이 고여 있긴 하지만 바람이 한 점도 일어날 수 없는 공간이기에 물은 완전히 정적이었다. 그런 환경이기에 내 목소리의 투명성이 완벽에 달해 있었고 그것은 넓은 공간의 굴절된 구조에 의해 메아리를 연속해서 생성하며 아름답게 공명되면서 빛처럼 넘치는 것이었다.
그 체험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시간이 흐르자 저만치서 랜턴 빛이 잔잔히 번져올 때의 장면 역시 한 장의 그림 같다. 신이라도 되는 듯 그 완전 어둠을 거두며 찰랑찰랑 물소리를 내며 저벅저벅 걸어오는 게 아닌가. 우리 셋은 다시 양수기를 돌려 물을 퍼내고 청소를 마쳤다.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완전한 어둠인 경우가 있다. 그럴 땐 목소리를 내어 보라.

절대 어둠. 그 안에서의 깊디 깊은 고독은 진리를 깨치거나 자성을 이룰 최적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의 어둠은 그 훌륭한 길에 대해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환경인 셈이다.
어둠이 그렇지 않고 깊은 절망이나 공포로 이어진다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그런 곳에 사로잡히면 빠져나오려는 몸부림마저도 어둠에 잡혀먹기 십상이다. 어둠의 특징 중의 하나이다. 우울증. 만성 피로, 환멸, 좌절, 콤플렉스, 트라우마 같은 것들은 그런 면을 짙게 지니고 있다. 삶에서 일어나는 어둠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것들도 많아서 함부로 말해선 안될 것이다.
실은 물탱크 안에 정전이 되고 혼자 있게 되자 그 절대 어둠은 어둠만은 아니었다. 완벽한 충만의 느낌이 아마 내 목소리가 천상의 아리아인 듯 여겨지기 이전에 감지되었던 것 같다. 어둠과의 그런 은밀한 조응이 내게 소리를 내게끔 했을지도 모른다.

볼펜을 한 바퀴 돌리는 장난을 하면서 의미를 헤아려 보는 일, 카톡에 누군가 올린 그림을 자기 식으로 해석해 보는 일, 어쩌다가 물탱크 같은 곳에 처박혀 정전마저 일어난 처지에서 그곳의 특색 그대로를 음미하며 바로 거기서 색다른 연출을 해보는 일. 그런 일이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삶은 상상력이 줄 수 있는 그런 선물을 곧바로 짓밟을만큼 가혹할 수 있으며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 즐비한 절망의 조건들. 세상을 양극화로 가속화시키는 신자유주의의 수혜자건 피해자건, 혜택을 많이 받는 수혜 계급이건 적게 받거나 받을 그릇마저 없는 소외 계급이건 분명 다르고 또 그것이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아젠다에 속하긴 하지만 어둠은 누구에게나 속속들이 찾아온다. 사회가 어떤 형태든 간에 인간의 본질에 해당되는 것이다.
인간 본질에서 비롯된 어둠이건 사회적 구조에 의한 어둠이건 찾아와 그에 직면할 때 다양한 행동들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악물고 일어나 물탱크의 사업자로 거듭나거나 아파트 건설 사업주로 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삶의 물탱크에 들어가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처우를 개선할 위치에 가 있건 그들을 위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주도할 위치에 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삶을 백팔십도로 돌려 삶과 세상, 우주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인문적인 사람이 되거나 수행 정진의 길로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일이 가능하겠지만 그보다 앞서 어둠뿐인 막막함 속에서 그 실체를 가만 응시하며 자아의 목소리를 내어 귀 기울여 들어보는 것도 적어도 손해보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SK하이닉스 17년만에 상한가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SK하이닉스가 31일 장중 상한가에 진입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반도체 승부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불황 속에서 SK하이닉스 인수를 밀어붙였던 최 회장이 최근 주가 급락 국면에서 개인 명의로 처음 자사주를 사들인 지 하루 만에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21분 기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39만6000원(29.95%) 오른 171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고가이자 가격제한폭 상단이다. 거래량은 853만6822주를 기록 중이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하이닉스 주식 3620주의 평가액은 현재가 기준 62억1916만원이다. 공시상 취득금액 49억31만740원과 비교하면 미실현 평가이익은 13억1884만9260원이다. [사진=뉴스핌DB, AI 인포그래픽=서영욱 기자] 매수 당일 종가인 132만2000원을 적용한 평가액은 47억8564만원으로 취득금액보다 약 1억1467만원 낮았다. 주식을 사들인 직후에는 평가손실을 기록했지만, 이튿날 주가가 상한가로 급반등하면서 하루 만에 13억원대 평가이익으로 전환됐다. 이번 매수는 단순한 내부자 주식 취득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 회장이 그룹의 사업 구조를 반도체 중심으로 바꾼 SK하이닉스 인수의 당사자인 데다, 최근에도 AI 시대 메모리 수요와 SK하이닉스의 장기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거듭 드러냈기 때문이다. SK의 반도체 사업 구상은 최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선대회장은 1978년 선경반도체를 세우며 반도체 진출을 추진했지만 2차 오일쇼크로 계획을 접었다. 이후 최 회장이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하고 2012년 SK하이닉스를 출범시키면서 30여 년간 이어진 반도체 사업 구상이 현실화됐다. 최 회장은 당시 출범식에서 "30여년 만에 반도체 사업 진출의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인수는 당시에도 순탄한 결정은 아니었다. 반도체 업황이 침체돼 있었고, 정유·통신을 주력으로 하던 SK와의 사업적 연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 15년 전 업황 부진기에 회사 인수를 결정했던 최 회장이 이번에는 주가 급락기에 직접 주주로 나섰다는 점도 주목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장내에서 SK하이닉스 보통주 3620주를 매입했다. 최 회장이 SK스퀘어를 통하지 않고 개인 명의로 SK하이닉스 주식을 보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득단가는 주당 135만3677원이며 총취득액은 49억31만740원이다. 내부자거래 사전공시 기준인 50억원보다 9968만9260원 적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상장사 임원이나 주요주주가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을 거래하려면 거래 개시 30일 전까지 매매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거래 수량이 발행주식 총수의 1% 미만이면서 거래금액도 50억원 미만이면 사전공시 의무가 면제된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사전공시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매입 규모를 최대한 늘려 최근 급락장에서 신속하게 책임경영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SK하이닉스 주식에 대해 "샀다 팔았다 하지 말고 가만히 갖고 있는 게 재산 보전에 좋은 방법"이라며 "메모리는 앞으로도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주면 우상향으로 간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dconnect@newspim.com 2026-07-31 14:38
사진
민주당 당대표 여론조사 보니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적합도·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일반 국민은 정청래 후보, 민주당 지지층에선 김민석 후보가 앞서는 흐름이다. 오는 8월 1일 충청권 첫 지역 순회 합동 연설회와 경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어 민주당 전대 열기가 더욱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기자단 = 김민석(왼쪽부터), 정청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07.29 photo@newspim.com ◆ NBS, 정청래 21% 김민석 19% 송영길 6%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7~29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를 진행한 NBS(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차기 당대표 적합도 정청래 후보 21%, 김민석 후보 19%, 송영길 후보 6% 순이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김 후보 34%, 정 후보 29%, 송 후보가 9%로 나타났다.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 ◆ 오마이뉴스 민주당 지지층, 김민석 41.6% 정청래 37.7% 송영길 9.5%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STI)가 지난 27~28일 전국 18살 이상 성인 남녀 중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 11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대표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김 후보 41.6%, 정 후보 37.7%, 송 후보 9.5%였다. 오마이뉴스 조사는 구조화된 질문지를 사용한 휴대전화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 뉴스토마토, 정청래 36.9% 김민석 28.0%, 송영길 9.2%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7~28일 전국 18살 이상 남녀 103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차기 당대표 선호도 1순위로 정 후보가 36.9%였다. 김 후보는 28.0%, 송 후보는 9.2%였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김 후보가 44.9%로 정 후보 38.9%보다 높은 지지를 얻었다. 송 후보는 11.2%였다.  선호투표제 도입에 맞춰 실시한 2순위 선호도 조사에서는 송 후보가 33.9%로 가장 높은 응답을 받았다. 이어 김 후보가 12.9%, 정 후보 9.0% 순이다. 송 후보를 2순위로 선택한 57.9%는 김 후보를 1순위로 꼽았다. 36.9%는 정 후보를 선택했다. 미디어토마토 조사는 무선 전화 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민주당은 이번 당대표 선거에 선호투표제를 처음 도입했다.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후보 한 명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1·2·3순위 선호 후보를 함께 기입하는 방식이다. 먼저 1순위 득표를 집계해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그대로 당선자가 결정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땐 최하위 득표자의 2순위 표를 배분한다.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jeongwon1026@newspim.com 2026-07-31 10:2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