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변상문의 風流여행기] 한여름 시원한 소리를 연주하는 대금 연주자 김하연

기사입력 : 2016년08월23일 13:20

최종수정 : 2016년10월19일 11:25

연일 무더운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 찌는 듯한 더위에 비 소식에라도 희망을 걸어보지만 이마저도 쉬이 더위를 사그라지게 하진 못하고 있다. 무더위에 사람들은 짜증지수가 오르기도 하고 에어컨을 찾아 눈 앞에 건물로만 들어가려 발만 바쁠 따름이다.

문득 이 가장 지독한 폭염 속에서 우리는 어떤 음악으로 마음을 달래야 하는 걸까 생각했다. 눈을 감고 시원한 물줄기를 상상해본다. 정자 아래 앉아 뜨거운 햇살을 피하고 저 흐르는 물에 발을 담가보려 할 때 내 곁에 어떤 소리가 흘렀으면 좋을까. 유유자적한 대금 소리가 내 귓가를 스친다면 그 순간의 풍류(風流)를 내 귓가에 잡아볼 수 있지 않을까.

대금은 본래 신라시대의 대표적인 악기 중 하나로, 젓대라고도 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횡적, 즉 악기를 가로로 두고 부르는 관악기이다. 대나무관에 취구(입김을 불어 놓는 구멍) 1개, 청공(얇은 갈대 속막을 붙이는 구멍) 1개, 지공(손가락으로 막고 여는 구멍) 6개가 있으며 지공 아래에는 음높이를 조절하기 위한 칠성공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더운 여름, 연일 공연으로 전국 각지를 다니고 있는 대금 연주자 김하연을 만난 건 그런 하루 중 하나였다. 큰 키에 시원한 입매, 단정한 목소리, 곧은 자세의 김하연은 참 여름에 잘 어울리는 연주자라고 생각했다. 한 여름, 그녀의 대금 소리는 어디에서 울리고 있을까 궁금했다.

“요즘 많이 덥죠, 저는 창경궁에서 공연을 시작했어요. 실내악팀 ‘나뷔’예요,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나비가 날아들어 희망찬 빛을 찾아준다고 이름을 지었어요. 더운 날이 계속 되니까 정말 지쳐계신 분들 많이 오세요. 나뷔라는 이름으로 창경궁에서 공연하니 이 날씨와 우리 공연이 꽤 잘 어울리네 하고 있어요. 그리고 팀원들이랑 작사도 하고 작곡도 하면서 지내요. 아, 물론 그저 마음 맞는 언니들과 함께 만든 그룹 하나연도 여전히 활동 하구요. 군부대도 열심히 다니구요.”

대금연주자 김하연을 알게 된 건 주변 그녀 또래의 젊은 국악인들이 하나같이 이 연주자의 성실함을 칭찬해서였다.

“사실 제가 센터욕심이 좀 있어서 원하는 무대는 놓치고 싶지 않아서라도 더 열심히 해요. 어릴때부터 공연을 할 때도 그랬던 거 같아요. 초등학교때도 6학년 언니들이 축제 공연 한다고 하는데 너무 그 무대에 올라가고 싶은 거예요. 선생님께 정말 잘할테니 무대에 올려달라고 했었거든요. 그때 열심히 연습해서 무대 올라가고 센터에 섰는데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러워서 왜그랬나 싶다가, 또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걸 보면 여전하구나 싶기도 하고 그래요.”

해맑은 웃음으로 센터욕심 있는 연주자라고 스스로 소개하는 국악인, 김하연은 국립국악중학교, 국립국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에서 대금을 전공했다.

“집안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은 저 뿐이예요. 어릴 때부터 아무래도 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진 않았는데, 초등학교 3학년때 학교에서 가야금 병창 공연을 하는 걸 보고 ‘아, 나는 저걸 해야겠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 가족들 엄청 졸라서 국악을 시작하게 됐죠. 대금으로 최종 전공을 결정하게 된 건 중학교 합격하면서 대금연주를 보니 가장 자세가 바르고 곧은 모습이더라구요. 정직해 보여서 선택하게 됐어요.”

그렇다. 대금은 아주 곧은 자세로, 80여 센티미터의 악기를 바르게 들며 부는 관악기이다. 대금은 신라시대 설화인 만파식적의 대표적인 악기로, 호국적 의미를 지니는 악기로 알려 있다. ‘왕이 이 악기를 부니 적병이 물러나고, 질병이 낫고, 가뭄에는 비가 오고, 모든 근심과 걱정이 해결되었다.’는 설화가 삼국사기 악지에 실려 있기도 하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악기로 피리와 함께 만파식적 설화로 언급된다.

“최근에 목표가 생겼어요. 저도 그랬는데 아마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많은 국악인들이 갈등하고 있을 거예요. 고민 끝에 공부를 새로 시작했는데요, 작곡 공부예요. 이 공부를 계속 하면서 나만의 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대 공연엘 가면 만파식적을 자주 연주하고 있는데,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었다는 설화 속 음악이잖아요. 제 악기가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것도 좋았고, 그러면서 제 곡에 대한 욕심도 생긴 거 같아요. 이야기가 있는 악기를 전공한다는데 자부심을 많이 느꼈어요. 이걸 표현하면서 성장하고 싶어요.”

김하연과 대화를 하며 간간히 대금 연주를 들었다. 대금의 음색은 가히 단아하면서 진중한 소리가 흐른다. 허나 맑고 곱다고만 표현을 하기엔 그 흐름에 우리내 삶의 슬픔이 채색돼있는 것 같고, 낮고 무겁다 표현을 하기엔 우리가 사는 이 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이 절로 녹아든다고 생각했다. 대금연주자 김하연도 그러했다. 밝음 웃음 속에 음악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고 있었고, 진지한 눈빛 속엔 자신의 미래를 향한 설레임을 담고 있었다.

이토록 젊은 국악인이 우리의 국악을 사랑하고 있고, 연구하고 있다 생각하니 눈 앞에 선선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잠시라도 땀이 식어드는 기분이었다. 한여름에 잘 어울리는 대금 연주를 들었으니 이제 그녀의 가을과 겨울을 기대하며 이 여름 대금 소리를 귓가에 묻어 보아야겠다 결심했다. 오늘도 여전히 날은 덥고 젊은 국악인 김하연의 열정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김계환 오늘 영장심사...위증 혐의 [서울=뉴스핌] 고다연 기자 = '채해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이 오는 22일 중앙지법에서 구속 심사를 받는다. 순직해병 사망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18일 모해위증 등 혐의로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순직해병 사망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18일 모해위증 등 혐의로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남세진 영장 전담 부장판사가 22일 오전 10시 30분 김 전 사령관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다. [사진=뉴스핌 DB] 남세진 영장 전담 부장판사가 22일 오전 10시 30분 김 전 사령관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지난 2일 순직해병특검 출범 이후 첫 신병확보 시도다. 김 전 사령관은 2023년 7∼8월 채상병 순직 사건 당시 초동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윗선의 외압이 가해지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사령관은 지난해 2월 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대령의 항명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른바 'VIP 격노설'을 박 대령에게 전달한 적 없다고 주장하며,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과 영웅심리로 해병대의 역사와 전통을 흔들어선 안 된다"고 박 대령을 비판했다. 앞서 특검팀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알리며 "김계환은 채상병 사망 사건 당시 해병대 사령관으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게 수사기록 이첩 관련 지시를 한 상관"이라며 "특검은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범죄가 중대하며,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크므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gdy10@newspim.com 2025-07-18 20:56
사진
'갑질 의혹' 강선우 살린 까닭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고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살리기로 했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심각한 상황에서 낙마자 없이 넘어갈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상징적인 낙마자로 이 후보자를 선택한 것이다. 야당이 강력히 요구한 두 명 중 한 명을 낙마시킴으로써 야당의 체면을 세워주는 모양새를 취하는 동시에 독주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피하려 한 것이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 후보자 낙마가 측근인 강 후보자에 비해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강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현역 의원 낙마 1호라는 불명예를 안게 돼 의원직을 수행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이 후보자 낙마로 강 후보자를 구제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마련된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25.06.26 gdlee@newspim.com 이 대통령과 여권 핵심은 지난주 이미 한 명 낙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우상호 정무수석이 "일부 후보자의 경우 청문회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돼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낙마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특히 주말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의견을 구한 것은 최소한 한 명의 낙마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야당 대표까지 만나고 모든 후보자를 밀어붙일 경우 독주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한 낙마자 제로는 이 대통령의 결단을 부각하기 위한 전술이었다. '낙마자는 없다'는 여당의 강경론에도 이 대통령이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야당과 민심을 수용하는 모양을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진 사퇴가 아니라 지명 철회라는 강수는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을 취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7.16 mironj19@newspim.com 관심은 낙마자가 한 명이냐, 아니면 두 명이냐였다. 두 후보자 모두 낙마 1순위였다. 한 명을 살리기 어려울 정도로 막상막하였다. 논문 표절과 자녀 불법 조기 유학 의혹이 불거진 데다 전문성도 결여돼 있다는 지적을 받은 이 후보자의 낙마는 사실상 결정된 상태였다. 여기에 강 후보자까지 포함시킬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파상 공세를 취하는 야당이 문제가 아니었다. 두 후보자에 대해 진보색이 강한 시민 단체마저 낙마를 요구했다. 여론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자칫 지지 세력이 등을 돌릴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자 낙마와 강 후보자 구제는 여당 기류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대통령실 주변에서 "이 후보자는 외부에서 추천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것은 낙마자가 나올 경우 1순위는 이 후보자가 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낙마하더라도 부담이 덜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당 분위기는 더 노골적이었다.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입단속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지침이 없었다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지난주 중반까지 여론이 싸늘했지만 그 이후 당 주변에서는 더 이상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달랐다. 김상욱 의원에 이어 강득구 의원이 공개적으로 이 후보자를 비판하며 거취를 거론했다. 강 의원은 "연구 윤리 위반, 반민주적 행정 이력, 전문성 부족 등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중대 결격 사유"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 낙마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듯했다.   이 후보자는 논문 표절 문제가 컸지만 이재명 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유능함도 보여주지 못한 게 결정적이었다. 여권이 갑질 논란이 심했던 강 후보자를 감싼 논리가 유능함이었다. 청문회 과정에서 유보 통합 등 교육 정책과 관련된 기본적인 사항조차 숙지하지 못해 전문성에 심각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여당 의원들조차 "어떻게 그런 것도 대답을 하지 못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인사청문회를 거쳤지만 임명이 안 된 11명의 장관 후보자 중 지명 철회는 이 후보자 한 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강 후보자는 임명 절차를 밟을 것임을 시사했다.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명을 강행하려면 절차상 국회에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해야 하는 만큼 이 대통령은 이른 시일 내에 관련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강 후보자를 임명한다고 해도 부담은 남는다. 강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한 상당수 민주당 보좌진들과 정서적으로 등을 지게 될 수밖에 없다. 강 후보자 사퇴를 요구한 시민단체의 입장도 부담이다. 야당은 여론을 돌리기 위한 파상 공세에 나서고 있다. 강 후보자도 갑질 장관이라는 낙인이 찍힌 상태에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향후 여론 추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leejc@newspim.com 2025-07-21 06:4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