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민(가운데)이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아수라' 언론시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뉴스핌=장주연 기자] 악인들의 이야기 ‘아수라’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는 영화 ‘아수라’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김성수 감독을 비롯해 배우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이 참석,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김성수 감독은 ‘아수라’를 두고 “범죄 액션 영화에 무수히 등장하지만, 한 번에 나가떨어지는 시시한 악당을 주인공으로 삼고 싶었다. 어떤 가혹한 운명을 타고났기에 열심히 나쁜 짓 하는데도 큰 보상도 못받고 매일 구박만 당하다가 위기 상황에서 먼저 희생하는가, 뭐 때문에 보스에게 충성을 할까란 생각이 있었다. 범죄 액션 영화에서 힘없는 악당은 인생살이가 고단하고 힘겹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김성수 감독은 “그런 인물 악당을 내세워서 절벽 끝까지 밀어붙이고 절벽 끝에서 자기 주인을 물어뜯는 광경을 생각했다. 밟히면 밟히는 게 인간이지만 밟히면 또 고개를 치켜드는 게 인간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선악 구도나 정의가 이기는 것보다는 온전히 악인들만 등장시키고 싶었다. 정의는 발붙일 틈이 없고 폭력의 먹이 사슬, 악인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캐릭터로 출연을 망설였던 곽도원이 ‘아수라’를 선택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곽도원은 “이 작품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근데 다른 전문직 캐릭터는 권력을 쓰는 모습에 중점이 돼 있었다면, 이 영화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을 잃었을 때, 사람이 가장 강했을 때와 나약할 때, 인간의 내면적인 게 작품에 많이 녹아있었다. 배우가 표현하기에 굉장히 달콤했다”고 말했다.

배우 정우성이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아수라' 언론시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극중 또 다른 악이자 이야기의 중심인물인 한도경을 연기한 정우성에게는 연기 자평을 해달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정우성은 “제 연기를 평가하기엔 잘 모르겠다. 단지 제가 한도경이 여러분에게 설득력 있는 캐릭터로 다가 가지길 바란다. 확실한 건 (한도경 캐릭터가) 욕을 상당히 많이 한다. 제가 나온 영화 중에 이렇게 욕을 많이 한 영화는 없을 거 같다. 욕을 하니까 후련을 하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랜만에 ‘신세계’(2012) 정청을 능가하는 악역으로 돌아온 황정민은 “솔직히 고민이 많이 됐다. 했던 연기와 톤이 비슷하면 어떻게 할까. 하지만 전 스스로에 믿음이 있다. 이야기가 다르고 인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도 궁금해 하면서 연기한다. 오늘 영화를 처음 봤는데 그렇게 고민하고 연기했더니 조금씩 변함이 있구나 싶더라”고 털어놨다. 

그런 그가 이번에 가장 고민한 것은 ‘어떻게 하면 악의 축으로 관객들에게 가장 정나미 떨어지는 인물로 보여질까’였다. 황정민은 “사실 롤모델도 (기자들이) 없다고 하는데 찾아보면 많다. 물론 영화처럼 악행을 저지른 건 아니지만, 뉴스에도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많다. 롤모델은 너무 많았다”고 솔직하게 밝혀 웃음을 안겼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도 공개됐다. 극중 정우성의 얼굴을 여러 번 강타한 정만식은 “어떻게 구겨놔도 정우성은 정우성이다. 제가 우성이 형을 때리는 장면에서 살짝 닿기는 했다. 하지만 많은 팬이 우려할까 봐 국보 대하듯, 고려청자 대하듯 했다”면서도 “모든 남자를 대변하듯 우성이 형을 시원하게 때려봤다”고 덧붙여 장내를 폭소케 했다.

이후로도 해당 신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자 정우성은 “제 얼굴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걱정 감사하다”며 특유의 농을 건네 또 한 번 현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배우 주지훈(왼쪽)이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아수라' 언론시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막내 주지훈은 화기애애했던 촬영 현장을 전하며 가슴 벅찬 소감을 덧붙였다. 그는 “우리 형님들이 참 귀엽다. 관객으로 후배로 어릴 때부터 존경한 선배들이라 처음부터 너무 신났다. 마치 제가 갖고 있는 버킷 리스트 몇 개를 한꺼번에 달성한 느낌이다. 소풍 가기 전에 잠 못자는 기분으로 거의 매일 촬영했다. 연기뿐만 아니라 인생을 사는 자세까지, 배울 것도 너무 많았다. 너무 많이 배웠다.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영화의 맏형 황정민 역시 동료들에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황정민은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우리끼리 소주를 한 잔 마시면서 그랬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모이겠느냐,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다. 그러니 미친 듯 열심히 해보자고.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런 마음으로 똘똘 뭉쳤다.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모자란 거 채워주면서 그렇게 작업했다. 이렇게 행복하게 작업한 적은 없었다”고 자신했다.

한편 ‘아수라’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나쁜 놈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오는 28일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