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뫼비우스 단상] 한옥 마당. 삶의 균형추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광활한 대자연 속을 떠돌며 수렵과 채취를 하며 살던 구석기 시대와 정착을 해 농경 위주로 살던 신석기 이후의 시대를 ‘가둠’이라는 개념으로 구분해 봤었다. 너무 평이해서 나이브하더라도 객관적이며 타당성이 있을 것이다.
토인비가 말한 세 개의 물결 중 제1의 물결인 농업혁명이 가둠의 시기의 시작과 일치할 것이다.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과 제3의 물결인 정보혁명 역시 가둠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금 우리 사회는 3차 산업혁명을 너머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과도기라고도 한다. 증기기관에 의한 혁명이 1차, 대량생산 방식에 의학 혁명이 2차, IT에 의한 것이 3차라고 한다면 인공지능에 의한 혁명이 4차 산업혁명이다. 제3의 물결인 정보혁명이나 이 네 개의 산업혁명의 사회 모두 성격 규명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넓게 보아 가둠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류사의 장구한 역사를 가둠의 이전과 이후로 양분해 바라봐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의 대도시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 문화에서는 불가능한 것인데 옛날의 한옥에서는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내가 어릴 적에 살던 한옥의 마당엔 가끔 올가미가 설치되었다. 소쿠리를 막대기로 받쳐놓고 그 안에 먹이를 놓는다. 막대기엔 줄이 매어져 멀찌감치에서 형이 그것을 잡고 있다. 참새가 마당에 날아와 미끼를 먹으려 소쿠리 안에 들어가는 순간 줄은 당겨진다. 막대기가 넘어지며 소쿠리가 덮쳐 참새가 잡히는 것이다. 형은 번번히 실패했지만 곁에서 바라보던 나는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그때는 단순한 놀이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가둠’ 이전의 수렵 시절을 재현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즉 수십만 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인류의 삶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마당엔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 켠의 텃밭엔 상추와 고추, 가지가 심겨 있었다. 상추를 따 와 밥과 된장을 버무려 싸 먹었다. 화덕이나 곤로에 솥을 올려놓아 고구마를 찌거나 콩을 삶았다. 삶아진 콩은 절구에 찧어져 메주의 재료가 되었다. 채취 시절에 있던 삶의 연장이며 가둠 이후의 농경 생활과 맞닿는 풍경이다.

그뿐인가.

마당에 놓인 평상에선 라디오를 듣고 더운 날엔 선풍기를 틀었다. 지금이라면 스마트폰 검색도 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은 물론 산업 혁명 이후의 풍경으로 아파트에서도 가능하다. 그러나 올가미를 놓아 참새를 잡는 일은 아파트에선 전혀 불가능하고 상추나 고추를 재배하는 것은 부분적으로만 가능할 것이다. 사소할뿐인 옛집의 흙마당은 이처럼 상상의 옷을 조금만 입혀도 인류사의 압축판이 되어 한없이 깊고 풍성해진다.

그 평상에서 언젠가 인공지능 로봇이 아양을 떤다면 최첨단인 산업혁명의 물결까지 들어선 셈일 것이다. 말하자면 인류의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장구한 삶의 형태들이 자그마한 흙마당의 집에 골고루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엔 두가지 문화가 섞여 있다는 말이 있다. 술잔을 돌리는 것은 유목민 문화, 술잔에 술을 따르는 것은 정주민 문화라는 것이다. 즉 유목민들은 언제 적이 쳐들어올지 모르기에 식사나 음주를 급히 해야했고 그릇이나 용기 또한 되도록이면 가벼워야 했다. 하나의 잔으로 돌려 먹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에 정주민들은 한 곳에 느긋하게 살아가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 사람들마다 자기 잔을 가지고 서로 따라 주는 예의와 멋스러움이 생긴 것이다.

한옥 마당에서 숯불에 석쇠를 놓고 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을 마실 때면 그 두 가지 즉 흙마당에 녹아 있는 유목적이며 정주민적 문화, 술잔에 어려 있는 유목민적이며 정주민적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다. 그런 이면의 함의들을 읽으며 마당에서 술잔을 돌리거나 술잔에 술을 따라 마시면 술맛이 한층 고조될 것이다.

현대 철학의 주된 흐름 중 하나가 유목민적 삶을 강조하는 건데 이런 큰 범주에서 보면 이해가 쉬울 수 있다. 인류가 정주민적 삶을 산 기간은 기껏해야 만년 정도이다. 그리고 1차 농업혁명을 거치고 2차 산업혁명을 거치고 3차 정보혁명에 들어선 다음 거기서도 4차의 인공지능 혁명까지 가고 있는 지금 세상은 사람들을 가둔채 너무도 빡세게 돌아간다. 물론 지구상의 무수한 문명체들이 동일한 궤도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제각기 이질적인 흐름들이 있지만 큰 맥락으로 볼 때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개체인 인간들은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자유를 빼앗기는 느낌이 들며 문명의 구속에 지치고 고달파진다. 각종의 체제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색깔에 따라 구성원들을 옥죄인다. 삶의 곳곳에 그러한 구속과 억압이 뻗쳐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안으로서 유목민적 삶이 나온 것인데 인류사의 거대 범주에서 본다면 가둠 이전의 시기로 되돌아가자는 취지이다. 물론 삶 자체가 아니고 철학적인 옷을 입은 양식으로서 말이다.

이런 정황을 놓고 볼 때 가슴 아프게 떠오르는 것은 특히 학교이다.

아파트에 주로 살던 아이들은 좀더 자라면 학교에 들어간다. 학교 생활은 각종 커리큘럼들로 차 있다. 아이들은 물론 운동장에서 놀기도 하고 뜀박질도 한다. 그러나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제대로 놀기도 전에 부모들에 의해 불려가 별의별 학원에 넣어진다. 영어 학원, 수학 학원, 음악 학원, 태권도 학원 등등 이 모두가 또하나의 가둠의 방이다. 물론 그 명암의 양면성이야 있는 거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 볼 땐 속박이며 구속이기 쉽다.

사회가 왜 이렇게 돌아가고 학교 제도는 왜 이렇게 돌아가는가. 부모들의 의식 또한 왜 그런가.

진화심리학을 빌려 말을 하자면 사람은 구석기 시대의 장구한 상황에 심신이 길들여져 있다. 산업 혁명 이후에 특히 가파른 속도로 발전해와 지금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 사회에 인간의 심신은 적응이 덜 되어 있다. 아직도 인간은 많은 부분에서 유목민적 생활을 하던 습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적인 삶과 불협화음을 빚을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해서 만들어낸 가둠의 개념이나 현대의 주요 철학자가 말하는 유목민적 삶의 필요성 등과도 매치되는 부분이다. 어른들이 그럴진대 아이들은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우리들의 사랑스런 자식들 아닌가.

마당이 있고 골목이 있고 마을과 친구와 이웃들이 있는 한옥 문화보다 아파트 문화가 나은 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아이들은 흙이 필요할 것이다. 일체유심조 운운하며 마음이 곧 흙이며 마당이며 하늘이라고 반격이 가능하기도 하다. 그러나 물질 내지 자연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마음은 어지간하지 않으면 위태롭게 흔들리기 십상이다. 기반은 있는 것이 좋다.

집에서 충분히 해주지 못하기에 학교에서라도 보강해줄 필요가 있다. 학교의 운동장에서 실컷 놀도록 하자. 더 나아가 학교에 텃밭도 풍족히 일구어서 아이들이 감자나 고구마, 상추, 딸기, 토마토 등등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기쁨을 갖도록 하자. 아득한 옛날에 초원을 야수처럼 달리듯 운동장을 달리게 하고 텃밭에서 흙의 느낌을 친구들과 진하게 나누도록 하자.

흙만이 아이들에게 균형을 줄 수 있다. 아파트 문화로 인해 유아기부터 균형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는 우리들의 사랑스런 아이들에게 흙마당을 풍부하게 선물하자. 삶의 균형추가 되도록 하자. 교육 제도를 과감히 바꾸되 가둠 이후의 사고에 막힌채 하면 절대 안되고 가둠 이전과 이후 그 전체의 인류 문화를 인류학적, 철학적으로 제대로 사유한 상태에서 말이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도쿄·교토, 숙박세 인상...韓관광객 부담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의 대표적 관광지인 도쿄와 교토가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오버투어리즘 대응을 명분으로 숙박세를 대폭 높이면서, 한국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의 일본 여행 비용이 앞으로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교토시는 오는 3월부터 숙박세 상한을 현행 1박 기준 최대 1000엔에서 1만엔으로 10배 올리는 계획을 확정했다. 1박 10만엔 이상 고급 호텔에 묵을 경우 1만엔의 숙박세를 별도로 내야 한다. 이는 일본 내 지자체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숙박세다.​도쿄도는 현재 1만엔 이상~1만5000엔 미만 100엔, 1만5000엔 이상 200엔을 부과하는 정액제에서, 숙박 요금의 3%를 매기는 정률제로 전환하는 개편안을 마련해 2027년 도입할 방침이다.​​정률제가 도입되면 1박 5만엔 객실의 경우 지금은 200엔만 내지만, 개편 뒤에는 1500엔으로 세 부담이 7배 이상 뛰게 된다. 숙박세 인상은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인기 도시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 100여 곳의 지자체가 새로운 숙박세 도입을 검토하거나 이미 도입을 확정했다. ​일본 정부 역시 국제관광여객세(출국세)를 현행 1000엔에서 3000엔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전반적으로 관광 관련 세금을 손보는 흐름이다. 일본 도쿄 츠키지 시장의 한 가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韓관광객, 日 여행 체감 비용 '확실히' 오른다 한국은 일본 방문객 수 1위 시장으로, 일본 관광세 인상은 곧바로 한국인의 일본 여행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1박 2만엔의 중급 호텔에 3박을 하는 가족여행의 경우, 도쿄도가 3% 정률제로 바뀌면 숙박세만 600엔 수준에서 7200엔 수준으로 불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교토시의 경우 10만엔 이상 고급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프리미엄 여행' 수요층에는 1박당 1만엔의 세금이 추가되면서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여기에 출국세 인상까지 더해지면 항공권, 숙박, 관광세를 모두 합친 일본 여행 체감 비용 증가 폭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goldendog@newspim.com 2026-01-09 11:01
사진
신분당선 집값 5년 새 30% '쑥'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경기도 내 신분당선 역 주변 아파트 가격이 최근 5년간 30% 넘게 오른 것을 나타났다. 강남과 판교 등 핵심 업무지구로의 접근성이 집값 상승을 견인하며 수도권 남부의 '서울 생활권 편입'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KB부동산 시세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20년 12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최근 5년 동안 용인, 성남, 수원 등 경기도 내 신분당선 역세권 아파트(도보 이용 가능 대표 단지 기준) 매매가는 30.2%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경기도 아파트 평균 상승률인 17.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사진=더피알] 단지별로는 분당구 미금역 인근 '청솔마을'(전용 84㎡)이 2020년 12월 11억 원에서 2025년 12월 17억 원으로 54.5% 급등했다. 정자역 '우성아파트'(전용 129㎡) 역시 16억 원에서 25억 1500만 원으로 57.1% 뛰었다. 판교역 '판교푸르지오그랑블'(전용 117㎡)은 같은 기간 25억 7500만 원에서 38억 원으로 47.5% 올랐으며, 수지구청역 인근 '수지한국'(전용 84㎡)도 7억 2000만 원에서 8억 8000만 원으로 22.2% 상승하며 오름세를 보였다. 이러한 상승세는 신분당선이 강남과 판교라는 대한민국 산업의 양대 축을 직결한다는 점이 주효했다고 판단했다. 고소득 직장인 수요층에게 '시간'이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되는 만큼, 강남까지의 출퇴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주는 노선의 가치가 집값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수지, 분당, 광교 등 노선이 지나는 지역의 우수한 학군과 생활 인프라도 시너지를 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신분당선은 주요 업무지구를 직접 연결하는 대체 불가능한 노선으로 자리매김해 자산 가치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분당선 역세권 신규 공급이 드물다는 점도 희소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대부분 개발이 완료된 도심 지역이라 신규 부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입주한 성복역 '성복역 롯데캐슬 골드타운'이 역 주변 마지막 분양 단지로 꼽힌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15억 75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신규 분양 단지에 대한 관심이 모인다. GS건설이 용인 수지구 풍덕천동에 시공하는 '수지자이 에디시온'(총 480가구)은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당첨자 계약을 진행한다. 지역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분당선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신축이라 대기 수요가 많다"며 "수지구 내 갈아타기 수요는 물론 판교나 강남 출퇴근 수요까지 몰리고 있어 시세 차익 기대감도 높다"고 전했다. dosong@newspim.com 2026-01-09 10:1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