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승현 기자] 새해 부동산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 단행된 ‘8·25 가계부채 대책’과 ‘11·3 주택안정대책’에서 볼 수 있듯 정부의 주택 정책 기조가 ‘규제’로 확실히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쌓인 주택 공급물량과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외 경제 사정을 감안할 때 2017년에는 잘해야 연착륙, 아니면 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경착륙 우려도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주택시장에 활기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도 많다. 주역은 용산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의 최고층수 35층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인 한남3구역을 시작으로 ‘개발 창고’ 용산에서 사업들이 잇따라 추진될 예정이라서다.
◇새해 부동산 투자지도 중심은 용산
새해 부동산시장의 중심은 서울 서초구 반포에서 한남대교를 건너 용산구 한남동 일대로 옮겨갈 전망이
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요구한 최고 35층 뉴타운 건축심의안을 수용키로 한 한남3구역을 시작으로 한남뉴타운 사업이 본격화될 예정이라서다.
한남뉴타운 2구역과 4구역도 건축심의 허가에 착수한다. 서울시의 층수 가이드라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현재 조합 설립 허가를 받은 이들 구역사업 속도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층수가 낮아진데다 대규모 상업지역인 ‘그라운드2.0’ 프로젝트가 무산됐기 때문에 수익성이 적지 않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향후 전체 1만3000여 가구가 들어설 사실상 '미니 신도시'라는 점에서 한남뉴타운의 투자 가치는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용산역 4구역(국제빌딩 주변 4구역)도 착공에 돌입한다. 용산4구역은 용산역 전면구역 가운데 가장 좋은 입지여건을 자랑하고 있다. 4구역은 앞서 전면구역에 공급된 주상복합아파트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를 보이고 있다.
전통의 인기지역 동부이촌동도 달아오를 전망이다. 한강맨션을 필두로 이 일대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여기에 용산공원 개발과 용산역세권 개발 재개와 같은 다른 개발사업도 거론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용산구는 향후 국내 부동산시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길 뉴타운, 대단지·브랜드 내세워 ‘인기 예감’
서울 강북을 비롯한 비강남권 뉴타운도 흥행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분양권 거래 완전 금지라는 ‘규제 폭탄’을 맞은 강남 재건축 풍선효과가 예상돼 투자자들이 주목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실제 지난 2015년 일반분양에 나선 서울 뉴타운 단지는 모든 단지들이 강남 재건축 못지않은 경쟁률을 보이며 인기리에 청약을 마감했다.
비강남권에서는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이 최우선으로 꼽힌다. 신길뉴타운은 입지여건상 여의도와 강남 접근성이 좋고 인기 브랜드에 대단지로 공급될 것이란 장점을 갖고 있다.
지난 2005년 서울시 제3차 뉴타운으로 지정된 신길뉴타운은 총 면적 146만9460㎡, 2만가구, 총 16개 구역으로 구성됐다. 서울 최대 규모인 성북구 장위뉴타운에 이어 두 번째 큰 규모로 한강 이남에서는 가장 넓다. 총 16개 구역 중 사업이 이뤄진 3개 구역을 제외한 4개 구역이 새해 분양을 앞두고 있다. SK건설은 5구역에서 ‘보라매SK뷰(가칭)’를 분양한다. GS건설은 8·12구역, 현대건설은 9구역에 각각 ‘자이’와 ‘힐스테이트’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강남 재건축 투자가치, 여전히 ‘유효’
‘규제 폭탄’을 맞았지만 강남 재건축은 여전히 힘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시장에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에게 강남 재건축은 여전히 매력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강남 재건축의 장점이다. 이는 오는 2018년부터 시행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때문이다.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면 재건축 전후 집값 상승폭이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그 금액의 10~50%를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이를 피하려면 조합들은 올해 안에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강남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를 피하기 위해 빠른 사업속도를 보이는 사업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지난해입주를 마친 강남권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이 올해 초부터 분양에 나서는 만큼 실수요자 중심으로 관심을 끌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투자 위험이 적은 서울 내 주요 시장에 수요가 집중됨에 따라 재건축사업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투자는 강북이 낫다”
전문가들은 올해 주택 청약을 생각하는 투자자들에게 청약시장 상황을 고려한 특화전략을 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선 투자자들은 한남뉴타운을 비롯한 비강남권 뉴타운이나 재개발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하고 있다. 서울시가 약 5년 동안 하고 있는 ‘뉴타운 출구전략’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구역들은 사업성을 충분히 갖췄고 조합원인 주민들의 사업의지도 높기 때문이다. 자금력을 갖춘 투자자는 한남뉴타운이나 신길뉴타운을, 그렇지 않은 투자자는 강북에서 사업 중기에 있는 구역을 노려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강남 재건축은 실수요자를 겸한 투자자나 5년 이상 장기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한다. 내년 이후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시장은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단기 수익을 얻기는 힘들어도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강남 재건축은 여전히 블루칩으로 꼽히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당첨제한제도를 도입하면서 ‘통장을 아껴쓰자’는 분위기가 확산돼 이왕이면 인기 지역으로 몰리는 청약 편식이 나타날 것”이라며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집중되는 사이 강북의 재개발은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