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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닭장 '밀집 저주' 풀 해법은?

기사입력 : 2017년08월22일 15:14

최종수정 : 2017년08월22일 15:27

전문가들 "신약개발 및 천적 활용·닭장 개선으로 풀어야"

[뉴스핌=전지현 기자] #. 춘천에 사는 김영란(70·여)씨는 이달 초 구입한 계란의 코드가 08로 시작된 것을 보고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다. 08은 살충제 성분인 비페트린이 검출된 경기도 한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을 의미하는 번호다. 지난 5월부터 가평의 한 시장에서 한 판에 7500원 하는 계란을 구입해 먹어 온 김씨는 "계란, 닭 모든 게 불안하다. 3개월간 아예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소비자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살충제 계란 파동을 전환점 삼아 그동안 안전 사각지대에 있었던 닭 사육 및 계란 안전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살충제 계란'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가 산란계 농장에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향후 신약 개발 및 사육시설 개선 등에 대한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계웅 공주대 동물자원학과 교수는 "외부 기생충은 동물에 항상 존재해 소독을 하기 마련"이라며 "청결한 위생 관리로 해충을 모두 없앤다는 것은 99.9%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즉, 동물 사육에 있어 살충제 사용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어 김교수는 ▲맹독·유독성 물질 허가 취소 및 인체 유해성 여부를 검토한 약물 허가기준 강화 ▲인체에 무해한 기생충 제재 신약 개발 ▲천연 기생충제 혹은 천적 활용 등의 기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신종 농약은 해충들의 기존 살충제에 대한 내성으로 생겨났고, 정부는 브라질 계란 사태가 나서야 감독을 실시했을 뿐 기존에도 살충제 사용은 계속됐다"며 "살충제 성분 자체가 나쁘다기보다 사용하는 방식과 남용한 농장, 이를 막지 못한 관계부처가 문제인데 살충제가 다 나쁘다는 분위기가 조장됐다”며 아쉬워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농가가 해충서식이 어려운 케이지(닭장) 사용만으로도 대안이 될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최근 주목받는 복지농장은 가격문제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동물복지농장’은 닭의 습성을 고려해 닭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횃대와 아늑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사육 환경을 일컫는다. 닭을 땅에 풀어놓고 키워 스스로 흙에 몸을 비비면서 자연스럽게 해충을 떨어낸다.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계란 가격은 최대 3배 이상이다. 동물복지농장 계란은 조류인플루엔자 전 가격 기준, 100원 안팎에 계란을 출하하는 일반농장과 달리 250~300원 수준에 판매된다. 최종 소비자에겐 개당 최고 1000원에 판매된다.

손영호 반석가금진료연구소장은 "복지농장은 면역학 및 동물복지 차원에서 좋은 방법이나 과연 소비자가 계란 한알에 몇 백원씩 주고 살 준비가 됐는가를 살펴야 한다"며 "(농가에서의 사육환경 개선이) 신속히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베터리 케이지는 구조에 따라 진드기 서식이 쉽고 약을 뿌려도 닿지 않아 이 구조를 잘 보완할 경우 보다 현실적인 대안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사육 환경을 변경하기 앞서 현재 살충제 성분으로 오염된 닭들을 모두 폐기 해야한다는 주장도 한다. 정부는 살충제가 동물 몸 안에서 일정 기간 지나면 분변 등을 통해 자연스레 빠져나가 시간이 지난 후엔 산란 적정기에 있는 닭이 생산한 계란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산업 전문가는 "약 30년간 축산업에 종사했지만, 비프로닐 등 살충제에 대해 들은 바가 없었다. 닭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살충제를 뿌렸고, 계속 더 강한 성분의 농약을 써 왔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살충제 사용으로 닭 몸안에 축적된 성분들의 잔류 가능성이 높아 모두 폐기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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