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연극

속보

더보기

[컬처톡] 학생vs선생, 시대가 만든 비극…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기사입력 : 2017년09월22일 11:14

최종수정 : 2017년09월22일 11:15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뉴스핌=황수정 기자] "신은 우리에게 선택의 자유를 줬다" 러시아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말처럼 우리는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선과 악, 타협과 정의, 쉬운 길과 어려운 길 등등. 그 중에서 우리는 무엇을 택하고 있나.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쉬운 길을 원하는 학생들과 정의를 외치는 선생님의 대립을 통해 현재 우리네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러시아 극작가 류드밀라 라쥬몹스까야가 1980년에 쓴 작품이 원작으로, 당시 시대상과 맞물리며 공연 금지 처분을 받고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발로쟈와 빠샤, 비쨔, 랼랴는 엘레나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꽃과 선물을 들고 집에 찾아간다. 예상치 못한 제자들의 방문에 엘레나는 크게 기뻐하지만, 이내 그들은 속마음을 드러낸다. 수학 시험 답안지를 백지로 냈지만, 대학에 가려면 좋은 성적을 받아야만 했던 것. 정의를 부르짖는 엘레나 선생님 앞에 학생들은 금고 열쇠를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선생님과 학생들의 대립은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열쇠를 받아 답안지를 바꾸는 일이 마치 아무 것도 아닌 일인양 말하는 제자들의 모습에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던 엘레나. 그러나 임업학교에 들어가고 싶은 비쨔가 먼저 열쇠를 요구하며 선생님과 실랑이를 벌이고, 철학부를 지망하는 빠샤는 한층 더 강하게 선생님을 위협한다. 제안은 협박으로 바뀌고, 폭력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

성적이 절실한 다른 학생들과 달리 발로쟈는 이러한 과정을 '스포츠' 혹은 '실험'으로 생각하며 교묘하고 치밀하게 선생님을 괴롭한다. 그는 선생님에게 열쇠를 받아내야만 자신이 이긴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마저도 '힘'으로 굴복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의 논리는 궤변에 불과하지만 자본부의 시대에 누구나 생각해봄직한, 혹은 그렇게 행동했을 만한 설득력을 가진다.

학생들의 태도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순간 광기어린 눈빛이 소름끼치게 만들고, 목적 하나만을 위한 맹목적인 그들의 모습은 엘레나의 말대로 '괴물' 같다. 계속해서 선과 정의, 옳고 그름, 도덕적 가치를 외치는 엘레나의 말은 공허하게 날아가 버릴 뿐. 오히려 엘레나가 시대에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또 그런 엘레나가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학생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가장 폭력적인 방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여기서 유일한 여학생 랼랴가 희생된다. 학생과 선생의 대립, 정의와 타협의 충돌을 넘어서 성별 갈등까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랫동안 봐왔던 문제들이 순식간에 터져나온다. 휘몰아치는 상황은 관객들이 숨소리 하나 자아낼 수 없게 긴장감이 가득하다. 대사 하나하나 관객들의 가슴에 꽂히기도 한다.

이들이 열쇠를 얻었을 지 못 얻었을 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찌됐든 모두가 피해자라는 것. 극중 엘레나가 "내가 너희 같은 괴물을 가르치다니"라고 말하자, 발로쟈는 "당신들이 우리를 괴물로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학생들을 탓하는 것에 앞서 그들의 세상은 어떤지, 우리가 어떤 세상을 물려준 것인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러한 문제가 과거에도 현재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 또한 씁쓸하다.

엘레나 선생님은 배우 우미화, 발로쟈 역에는 박정복과 강승호가 더블캐스팅 됐다. 빠샤 역에는 오정택, 비쨔 역에는 신창주, 랼랴 역은 이지혜가 연기한다. 이들의 열연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퇴장이 없는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아도 이어지는 세세한 연기는 물론, 180도 변하는 모습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엄청난 무대 효과나 조명, 음악 없이도 오로지 이들의 열정 하나면 충분하다.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오는 10월 15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아이엠컬처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노벨문학상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누구?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올해 노벨문학상은 헝가리의 소설가이자 각본가인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9일 오후 8시(한국 시간)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71)를 올해의 수상자로 호명했다. 한림원은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가 "종말적 공포의 한가운데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시키는 강렬하고 예지적인 작품 세계"를 인정받아 이 상을 수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헝가리 작가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 [사진 = 노벨상위원회] 2025.10.09 oks34@newspim.com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으며, 그의 작품들은 난해한 문체와 종말론적인 테마로 유명하다. 1954년생인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대학에서 법학과 헝가리문학을 전공하면서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대학졸업후 전업 작가의 길을 택한 그는 1985년 데뷔작인 '사탄탱고'로 문학성을 인정받으면서 명성을 얻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몽골, 중국에서 거주했으며 '저항의 멜랑꼴리'와 '전쟁과 전쟁'을 발표한 이후 미국, 스페인, 일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생활해왔다. 2015년에는 헝가리 최초로 맨부커상 국제 부문을 수상했고,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의 한 사람으로 거론돼 왔다. '파멸''사탄탱고''런던에서 온 사나이''토리노의 말'등 각본을 쓰기도 했다. 수전 손택은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 최고 거장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국내에도 번역되어 소개된 '사탄탱고'는 공산체제 하에서 무기력하고 비참하고 곤궁하게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oks34@newspim.com 2025-10-09 20:47
사진
'국정자원 화재' 1등급 복구율 62.5% [서울=뉴스핌] 고다연 기자 =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마비된 정부 전산시스템이 709개로 정정됐다. 화재로 멈춘 일부 시스템은 대구센터나 대전센터 내 타 전산실로 이전해 복구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김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차장은 9일 브리핑을 통해 화재 관련 상황과 복구 진행현황을 발표했다. [서울=뉴스핌] 윤호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행정정보시스템 화재 관련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행정안전부] 2025.10.09 photo@newspim.com 브리핑에 따르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통합운영관리시스템인 엔탑스(nTOPS)의 데이터가 복구돼 대전센터의 전체 시스템 목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부처와 확인 과정을 거쳐 시스템 목록을 709개로 확정했다. 기존에 정부가 공지한 647개에서 62개가 추가된 것이다.  이는 우체국금융, 공직자통합메일과 같은 일부 시스템이 기능별로 세분화돼 시스템 수가 증가했고, 온나라문서 시스템은 기관별로 있던 목록이 정부업무관리시스템으로 통합되는 등 목록 변화에 따른 것이다. 현재 목록의 등급별 시스템 수는 1등급 40개, 2등급 68개, 3등급 261개, 4등급 340개다. 화재로 장애가 발생한 정부 전산시스템은 이날 12시 기준으로 193개(27.2%) 시스템이 복구됐다. 1등급 시스템 40개 중에서는 25개(62.5%)가 복구돼 운영 중이다. 또 이달 말까지 도입 예정이던 장비를 연휴 중 도입해 현재까지 서버 90식, 네트워크 장비 64식 등 198식의 전산장비를 신규로 도입했다. 중대본은 장비 설치가 완료되는 15일 이후부터는 복구되는 시스템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분진 및 화재 피해를 입은 5층 전산실의 시스템은 소관 부처와의 협의 및 세부 검토를 거쳐 대구센터로 이전하거나 대전센터 내 타 전산실로 이전해 복구할 예정이다. 김 차장은 "5층의 시스템 전체를 대구센터로 이전하는 것보다 대전센터에서 신속히 장비를 수급하여 복구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기술적 판단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대전센터는 5전산실 및 6전산실에 신규장비를 설치해 시스템을 복구하고, 대구센터 이전 시스템은 민간 클라우드사와 소관부처 간의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조속히 이전할 계획이다. gdy10@newspim.com 2025-10-09 14:43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사제목
기사가 번역된 내용입니다.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