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컬처톡] 역시 명작은 명작…연극 '리어왕'

기사입력 : 2017년11월17일 14:00

최종수정 : 2017년11월17일 14:00

[뉴스핌=황수정 기자] "나에게는 또 하나의 딸이 있다"고 외치지만 참 허망하다. 첫째 딸에게 배신당하고 둘째 딸을 찾아가지만 문전박대를 당한다. 한 명의 딸이 더 있지만, 과거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멀리 내쳐진 상태. 거짓에 현혹된 어리석은 이는 그렇게 자신을 잃어간다.

연극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리어왕의 인간적인 면모와 어리석음이 불러온 비극을 담는다. 그동안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국내에서도 다양한 창작공연과 각색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오리지널 텍스트를 그대로 살린 정통 서사극으로, 제작사 도토리컴퍼니 이종섭 대표가 "기획 단계도 어려웠고, 준비 단계도 어려웠다"고 말할 정도로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만 했다.

'리어왕'은 온갖 감언이설로 사랑을 표현한 첫째 '거너릴'과 둘째 '리건'에게는 국토를 절반씩 나눠주고, "(자신의 사랑을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답한 막내 '코델리아'는 추방한다. 이후 두 딸의 냉대에 늙은 리어왕은 황야를 헤매고 미쳐간다. 뒤늦게 사실을 안 코델리아가 군을 이끌고 찾아오지만 전쟁에 지며 죽게 된다. 남편이 아닌 에드먼드를 두고 치정싸움을 벌이던 거너릴은 리건을 죽이고 자살한다. 막내딸의 죽음에 오열하던 리어왕 역시 죽음을 맞이하며 비극으로 끝난다.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던, 거짓과 화려한 언변에 현혹되어 버렸던, 간신의 말에 충신을 쫓아내버린 리어왕의 어리석음, 가족보다 권력과 사랑을 원했던 거너릴과 리건의 탐욕, 신분 상승을 위해 형과 아비를 배신한 에드먼드 등 수백년이 지난 고전의 인물들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군상들이다. 뉴스에 나오는 현대판 고려장, 치정으로 인한 살인, 상속을 둘러싼 법정싸움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 때문에 오리지널 버전임에도 몰입도가 강하다.

물론 고전의 언어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익숙해진다. 오리지널 텍스트를 최대한 살렸기 때문에 아름다운 대사도 맛볼 수 있다. 또 리어왕을 따라다니는 어릿광대 '바보'와 살아남기 위해 '불쌍한 톰'을 연기하는 '에드거'의 코믹함과 촌철살인이 매우 진중하게 이어지는 극을 환기시키면서도 관객에게 생각할거리를 던져준다.

극의 하이라이트인 폭풍우 장면은 앞선 다른 공연들과 달리 아무 것도 없어서 오히려 대사에 몰입하게 만든다. 음향효과만으로 폭풍우를 나타내기에 소리치고 울부짖는 리어왕에게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으며, 때문에 그 감정이 더욱 진하고 무겁게 다가온다. 무대 자체가 1, 2층을 구분하는 정도로 매우 심플하기 때문에 오히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극의 메시지를 더욱 잘 느끼게 해준다. 특히 리어왕을 맡은 배우 안석환의 경우, 근엄한 왕부터 고난을 겪다 미쳐버리기까지 다채로운 연기를 펼치는데 매우 인상적이다. 손병호의 리어왕이 좀 더 강하고 카리스마가 있다면, 안석환의 리어왕은 훨씬 인간적인 면모가 강조된다. 이미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왕을 두 번이나(리처드 3세, 맥베스) 연기했기에 안정적이다. 그는 두 주먹을 쥐고 발을 동동 구르며 귀여움까지 가미해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리어왕만큼이나 인상적인 캐릭터는 손경원이 연기하는 글러스터 백작이다. 그는 어리석음으로 인해 아들과 두 눈을 잃는데, 자신의 과오를 받아들이고 그 죗값을 달게 받아들이는 우직함이 2막의 주인공처럼 느껴질 정도다. 악독한 두 딸 거너릴 역의 강경헌은 말할 것도 없고, 처음 연극 무대에 오른 리건 역의 이태임은 예상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연기를 펼친다. 다만 큰 극장에 비해 약한 발성은 조금 아쉽다.

35명의 배우와 50여 명의 스태프가 3년간 준비한 만큼 시작부터 끝까지 열정이 가득하다. 다만 인터미션을 포함해 170분이라는 긴 시간은 관객에게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연극 '리어왕'은 오는 26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덕수, 대선 출마 여부에 "노코멘트"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원조, 기술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했다. 이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매우 편안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2025.03.24.gdlee@newspim.com 한 대행은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 등을 포함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선업 협력 증진도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FT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한 대행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의 자유가 확대되면 "한국인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행은 6·3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nylee54@newspim.com 2025-04-20 13:43
사진
호미들 중국 한한령 어떻게 뚫었나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베이징 현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중국인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호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장 영상은 중국의 SNS에서도 퍼져나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가수의 공연은 중국에서 8년 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BTS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호미들의 공연이 중국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미들 공연이 성사된 데 대해 중국 베이징 현지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 소규모였다는 점과 공연이 성사된 도시가 우한이었다는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호미들이 공연한 우한의 우한칸젠잔옌중신(武漢看見展演中心)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호미들의 공연에도 약 6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800명 이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정식 문화공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공연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성(省) 지방정부 혹은 시정부가 공연을 허가한다. 지방정부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에 허가 판단을 요청한다. 한한령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의 문화공연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었다. 호미들의 공연은 '마니하숴러(馬尼哈梭樂)'라는 이름의 중국 공연기획사가 준비했다. 이 기획사는 공연허가가 아닌 청년교류 허가를 받아서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한시의 개방적인 분위기도 공연 성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한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때문에 우한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게다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우한에서는 실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한시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 전역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게끔 허가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우한인 만큼, 한한령 상황임에도 호미들의 공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문화업체 관계자는 "우한시가 개방적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들의 공연은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이 펼쳐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공연기획사 역시 한한령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지 문화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의 최정상급 가수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서 빨리 한한령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아직 중국 내에서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미들의 중국 우한 공연 모습 [사진=더우인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4-18 13: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