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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파엘 로자노헤머 "디시전 포레스트, 대중의 참여가 작품이 되는 전시"

기사입력 : 2018년05월10일 01:24

최종수정 : 2018년05월10일 11:07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첫 기획전, 라파엘 로자노헤머의 '디시전 포레스트'
5월 3일 개막...8월26일까지 전시 진행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는 미술관

라파엘 로자노 헤머 [사진=이현경 기자]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미술관의 주인공은 작품? 아니다. 관람객이 주인공이다. 미디어 아트 작가 라파엘 로자노헤머의 손이 뻗친 전시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새로운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자 대중과 가깝고 친밀하게 소통하는 미술관이 되기를 지향하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과 ‘사람과 관계’ ‘기술과 관계’에 통찰력이 있게 접근하는 라파엘 로자노 헤머가 만나 한국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인터렉티브 미디어 전시를 기획했다. 지난 3일 개관한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의 개관 기념 전시 ‘라파엘 로자노헤머:디시전 포레스트’는 기술이 관람객에게 새로운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샌드 박스' 작품. 위 사진은 산타모니카 비치를 따온 인공 놀이터. 아래는 작은 모래 박스 위의 장난감 모형. 이 모형들이 빛에 반사되면서 인공 놀이터에 투사된다. [사진=이현경 기자]

라파엘 로자노헤머는 미술관을 놀이터로 만들었다. 가로 13m, 세로 13m의 크기의 공간에 조성된 인공 해변에 70t 가량의 모래가 부어졌다. 이 작품의 이름은 ‘샌드 박스(Sand Box)’. 관람객은 이 곳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작품 중 일부인 소형 모래 박스의 모형들이 빛에 투사되면, 이 이미지가 거대한 인공 해변에 펼쳐진다. 작은 모래 박스의 이미지와 실제 사람의 크기, 그리고 특수효과로 인한 거대한 손의 크기와 같은 세 종류의 피사체를 관람객은 동시에 경험한다. 라파엘은 이 ‘샌드 박스’를 전시의 첫 작품으로 택했다.

“미술관과 대중의 관계를 어떻게 지을 것인지 고민했죠. 관람객과 처음 만나는 작품은 그들에게 즐겁고 새로움을 줘야한다는게 우선순위였죠. 그래서 산타모니카 해변을 실내로 들여오자고 했어요. 인공비치는 하나의 놀이터가 되니까요. 프로젝터로 샌드박스의 사물을 비추면 인공비치에 나타납니다. 관람객은 공간을 점유하는 경험을 하게 되죠. 아무도 없으면 의미가 없는 공간이지만, 이 ‘샌드 박스’는 사람이 있어야만 완성이 되는 작품입니다.”

'Zoom Pavilion' [사진=이현경 기자]

전시된 모든 작품은 키네틱 조각, 생체측정 설치작품, 사진, 상호반응 우물, VR, 나노 기술, 사운드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바탕으로 구현됐다. 우리의 일상을 둘러싼 뉴스, 문학, 취조실, 거울, CCTV와 같은 감시장치 등이 작품 내용을 구성한다. 맥박, 목소리, 지문, 인체의 움직임으로 우리의 몸과 움직임으로 상호작용하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라파엘 로자노는 “기술의 양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전시”라며 기술을 통한 다양한 재미와 현상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디시전 포레스트’는 관람객이 참여해야 결과물이 나옵니다. 이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바로 테크놀로지입니다.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침해를 받기도 하죠. CCTV가 그 예죠. 보안을 담당하지만, 우리를 감시하고 있으니까요. 이와 같이 기술의 양면성이 주는 유희가 있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기술이 예술적으로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그 기술 자체에 포커스를 맞춰 작품을 구상했습니다.”

‘줌 파빌리온(Zoom Pavilion)’은 전시장에 설치된 얼굴인식 카메라가 관람객의 얼굴을 담아 전시장을 둘러싼 삼면 스크린에 비춘 작품이다. 스크린에 투사된 이미지는 한 무리의 사람들로 나타난다. 관람객은 누군가에게 감시 당하는 듯 섬뜩함도 느낀다. 라파엘은 "기술은 인간을 자유롭게 만들고, 인간답게 생활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기술이 인간을 구속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이 예술이 되었을 때는 확실히 다른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는 문제가 생기면 대화가 우선이 아닌 ‘통제’ 강화를 택합니다. 테러가 일어난 후 정치인들은 CCTV를 설치합니다. 외교 문제, 부의 재분배 등 여러 사회문제 해결 방안은 감시일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예술은 재미있고 신선해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미술관이 해야 할 일은 작품이 관객을 바라보고 관객의 이야기를 들으며 관계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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