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 전시 주제 '스테이트 아방가르드 유령'
한국 종합기술개발 공사 작업에 주목
세운상가·구로무역박람회·여의도 마스터플랜·엑스포70 관련 프로젝트 전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6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 '스테이트 아방가르드 유령'이 24일 개막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직무대행 최창주)는 베니스비엔날레 제16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를 5월24일 오후 3시(현지시각) 개막한다고 전했다. 한국관 전시 '스테이트 아방가르드 유령'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커미셔너를 맡고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상임이사가 한국관 예술감독으로서 전시를 총괄한다. 최춘웅, 박정현, 정다영 공동큐레이터가 참여했다. 한국관은 두 개의 아카이브와 김경태, 정지돈, 설계회사, BARE, 김성우, 최춘웅, 서현석 등 건축가와 아티스트 7인(팀)의 신작을 선보인다.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6회 국제건축전은 아일랜드 여성건축가인 이본파렐과 셸리 맥나마라가 총감독을 맡았다. 주제는 'FreeSpace(자유공간)'이다. 한국관은 시민사회의 힘이 미약하고 시민 공간이라는 개념이 부재하던 시절 만들어진 도시와 건축 유산을 파헤침으로써 건축의 보편적 가치이지 당위적 요구로서 제시된 '자유공간'에 대한 오늘날 건축가들의 대답을 들려준다. 이번 한국관은 1960년대 말에 주목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서구의 역사적 관점에서 포착하기 힘든 한국 현대성의 조건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올해 한국관의 주제는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Spectres of the State Avant-garde)'으로 19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싱크탱크이자 당시 최고 건축가들이 모여 있던 '한국 종합기술개발공사'(기공)의 작업에 주목한 전시다. 1960년대 한국이 가진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성격을 드러내고자 한다. 1968~1968년에 기공이 주도한 네 프로젝트인 세운상가, 구로무역박람회, 여의도 마스터플랜, 엑스포70 한국관에 초점을 맞췄다. 개발체제에서 건축이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토대로 오늘날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의 작업을 함께 선보여 한국 건축의 역사적인 맥락을 읽어 볼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우, 급진적 변화의 도시(세운상가 옥상 통경축), 2018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한강연안개발, 삼일고가, 경북고속도로, 포항제철, 중문관광단지, 보문관광단지 등 현대 한국을 형성한 개발계획을 주도했던 기공은 1960년대 한국 건축사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아카이브는 거의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다. 실체가 온전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오늘날까지 한국 건축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공의 유산을 '유령'으로 설정해 이러한 상황 자체를 문제 삼고 전시의 조건으로 활용했다.
한국관은 '부재하는 아카이브'와 '도래하는 아카이브'라는 두 개의 기공 아카이브에 7인(팀)의 참여 작가들의 신작으로 구성한다. 공간 디자이너 김용주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fnt가 한국관 전시 디자인을 맡았다. 기공의 건축가이자 한국관의 설계자인 고(故) 김석철이 1995년 설립한 한국관 건축물의 초기 설계 의도를 되살린다.
설계회사, 빌딩 스테이츠(개념도), 2018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김성우(엔이이디건축사사무소)는 세운상가(1967)를 대상으로 '급진적 변화의 도시'를, 바래(전진홍·최윤희)는 구로 산업박람회(1968)를 대상으로 '꿈 세포'를, 설계회사(강현석·김건호)는 엑스포70 한국관(1970)을 대상으로 '빌딩 스테이츠'를, 최춘웅은 여의도 마스터플랜(1969)을 대상으로 '미래의 부검'을 선보인다. 또한 미디어 아티스트 서현석의 '환상도시', 사진가 김경태(EH)의 '참조점', 소설가 정지돈의 '빛은 어디에서나 온다' 등 장르를 넘나들며 전시 주제를 구체화한다.
이날 한국관 개막행사에는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유혜란 주밀라노 총영사, 김영준 서울시 총괄건축가, 임재용·프란시스코사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공동 총감독,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 등이 방문한다.
베니스비엔날레 제16회 국제건축전은 5월 24일부터 25일까지 양일간의 프리뷰 기간을 거쳐 26일 공식 개막하며 11월25일까지 6개월간 전시가 열린다. 26일과 27일 양일에는 건축가 김원이 1968년 기공 사보인 '기공월보'에 게재한 여의도 관련 픽션 '여의도의 낭만적인 하루'와 소설가 정지돈이 엑스포 70을 주제로 올해 발표한 단편소설 '빛은 어디서나 온다'를 낭독한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