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치투자 대가 3인 대담
"주가에 악재가 반영돼 있는 지금이 가치주 투자 시기"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최근 한국 증시에서 주가가 4주 동안 200포인트 가깝게 빠졌다. 미중 무역분쟁 때문보다는 한국 경제력을 시장이 의심하는 것이다. 반도체 외에는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이 없다. 무역분쟁이란 핑계를 댈 수 있는 좋은 때다. 그런 핑계 댈수 없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될까 우려된다."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에셋플러스 리치투게더 펀드 10주년 운용보고회에서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가 최근 증시와 향후 운용 전략 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치형 한국경제TV 기자(사회자),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사진 =김형락 기자] |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가치투자자 3인 대담'에서 최근 증시 하락의 원인을 이 같이 진단했다.
이날 국내 가치투자 대가 3인방인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가 한 자리에 모여 최근 증시와 향후 운용 전략을 논의했다.
허 대표는 "지금 투자환경을 보면 주가가 싸다는 것 외에 호재를 찾을 수 없다"며 "수출환경, 내수 모두 안 좋고 실업률, 금리, 유가 모두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급 측면에서 보면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 이유는 '팔자'가 많아서가 아니고 '사자' 세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주가에 악재가 반영돼 있는 지금이야 말로 가치주를 가치 투자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불확실성"이라며 "언제 어떤 방식으로 끝날지 모르는 미중 무역마찰이 시장의 마이너스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대표는 "미중 무역분쟁이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오는 11월까지 끝나지 않고 장기화 될 수 있다"며 "극단적 상황에 가서 극적 타결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불안에 빠지는 국면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한국 증시에 아마존, 구글, P&G, 넷플릭스 같은 기업이 없고, 시가총액의 70% 가량을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 철강, 화학기업이 차지하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주식을 꾸준히 사고 있다. 그는 "신탁업 특성상 돈이 들어와야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매입하진 못하지만 중소형 가치주 중점에 두고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 시장 가격을 보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좋은 기업의 주가는 오른다는 가치투자 철학에 기반한 투자 집행이다.
대북 관련주에 대한 가치투자자들의 시각 차도 드러났다.
허남권 대표는 "4년 전 통일대박론이 나온 뒤 장기투자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판단해 지금까지 일관성을 갖고 투자해왔다"며 "한국 경제가 인구 감소로 주요 산업이 경쟁력 잃어가고 있는데 이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게 남북관계 개선과 경협"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남북 관계가 개선돼 철도, 도로, 가스, 전력 등이 연결되면 한국이 대륙과 연결되는 획기적 변화가 일어난다"며 "그런 과정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방천 회장은 한국 기반 시설 산업의 수혜와 북한의 생산 기지 역할, 소비 시장 역할에 주목했다. 인프라 에너지 설비, 소비재 쪽 산업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채원 대표는 "남북 경협을 염두에 두고 산 주식은 없다"며 "상징적 종목이 올랐지만 아직 실질적인 수혜주는 아직 안나왔다"고 말했다. 지금은 분석과 공부가 필요한 단계라고 보고 있다.
ro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