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오길순 '사모곡'과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차이 크다 판단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소설가 신경숙의 대표작 '엄마를 부탁해'가 표절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외25부(최희준 부장판사)는 11일 수필가 오길순 씨가 신경숙 씨와 '엄마를 부탁해'의 출판사 '창비'를 상대로 낸 출판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사진=창비] |
오씨는 2008년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가 자신이 2001년 발표한 5쪽 분량의 수필 '사모곡' 내용을 표절했다며 출판금지와 1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오씨의 '사모곡'에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잃어버렸다가 극적으로 찾은 이야기가 담겼다.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를 잃어버린 사건을 계기로 자녀들이 엄마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기 때문에 오씨는 주제와 줄거리, 사건 전개 방식 등이 '사모곡'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등장인물, 인물 설정, 이야기 구조 등 측면에서 두 작품 사이에 유사성보다 차이가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작품에 등장하는 실종사건 발생 상황이 다소 유사성을 띠는 것은 사실이나, 정신이 온전치 않은 어머니의 실종이라는 동일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와 같은 유형의 사건이 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런 소재는 다수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것으로, 비슷한 모티브를 갖는 것만으로 섣불리 유사하다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장르와 분량 차이로 '사모곡'과 '엄마를 부탁해'가 이야기 구조나 캐릭터 깊이에서 차이를 보이며, 엄마를 잃어버린 딸이 느끼는 죄책감의 근거도 다르게 묘사돼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일부 문장 사이의 유사성에 대해서도 "문장 대 문장 수준에서 신경숙 씨가 표현을 베껴 썼다고 평가할 정도의 유사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