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가수 황인선이 '황이모'는 잠시 잊으라는 듯, 편안한 감성의 발라드로 돌아왔다. 두 번째 발라드 프로젝트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가수'라고 분명히 알리는 듯 하다.
지난 24일 발매를 시작한 신곡 '시집가는 날'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결혼식을 올리는 딸의 이야기를 가사에 담았다. 실제 있었던 일을 곡으로 썼기에 많은 이들에게 진솔하게 다가갈 법하다. 황인선이 이 곡을 두 번째 발라드 프로젝트 신곡으로 고른 이유도 바로 그래서였다. 신곡 발매를 앞둔 황인선을 지난 22일 뉴스핌에서 만났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가수 황인선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8.22 yooksa@newspim.com |
"결혼을 제2의 인생이라고 하잖아요. 부모님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가장 많이 느끼게 되는 순간이 아닐까요. 또 배우자를 처음 맞게 되니까, 설렘과 걱정과 이런 저런 감정이 많이 들겠죠. 또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신부의 마음을 담기도 해서. 처음 딱 듣자마자 하고 싶었어요. 30대를 넘긴 나이 탓인지 저도 그런 기로에 서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당장 결혼을 하고 싶다기보다, 내가 갖고 있는 소중함들을 시집보내듯 표출하는 느낌이에요."
가창력을 어필하고 싶다면, 조금 더 테크니컬한 부분이 강조되거나 드라마틱한 곡을 고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황인선은 좀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시집가는 날'을 골랐다. '황이모'의 선택치고는 의외로 느껴지는 동시에, '왜 이 곡이었을까' 자연스레 의문이 피어났다.
"이 노래 멜로디를 듣다보면, '끝났나?' 할 정도로 가창력이 돋보이는 곡은 아니에요. 담백하면서도 구구절절, 시 같은 걸 낭독하는 느낌이 들어서 연기적인 면도 필요했죠. 그 전에는 발성이나 테크닉 적인 걸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번엔 가사에 충실해서 감정을 표현하려 했어요. 시집을 당장 가는 건 일단 아니니.(웃음) 시집가는 마음으로 열심히 한다는 느낌이에요. 사실 결혼식엔 하객으로 가도 울컥할 때가 있잖아요. 부모님을 향한 사랑이나 미안함이 다들 있다보니, 결혼 안한 분들도 그런 부분에선 공감하실 것 같아요."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가수 황인선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8.22 yooksa@newspim.com |
황인선이 '황이모'로 이름을 알린지, 그러니까 '프로듀스101' 첫 시즌이 끝난 지가 벌써 3년이다. 걸그룹을 준비하던 연습생들 사이에서 얻은 '황이모'라는 별명은 황인선에게 인지도를 얻게 했지만, 편견도 가져다줬다. 그는 "캐릭터 때문에 늘 신선해야 하고 밝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조금은 있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가 발라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사실은 예능을 많이 한 것도 아닌데도, 이모 이미지가 편견 아닌 편견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당연히 친숙함도 있지만 가수라는 타이틀에는 약간 아쉬움이 있어서 고민이 많았어요. 작곡가분이 본연의 음악을 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셨고, 저도 다소 올드한 제 목소리가 강점이 될 수 있단 생각을 했어요. 지난 발라드인 '죽은 시계' 부를 때도 편하게 불렀고, 90년대를 연상시키는, 올드한 목소리가 잘 어울리는 곡들을 선보이게 됐죠."
'죽은 시계'와 '시집가는 날'에 이은 발라드 프로젝트는 오는 12월 또 한번 선보일 예정이다. 황인선은 '가수'라는 타이틀을 굳건히 하기 위해 사랑, 가족, 꿈에 관한 이야기들을 차례로 노래한다. 가창력, 보컬리스트로 모습을 확실히 어필하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가수 황인선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8.22 yooksa@newspim.com |
"유쾌하고 한 것도 정말 좋아요. 하지만 동시에 가수로 진정성이 있는 모습을 봐주셨으면 해요. 쿨하고 유쾌한 것 뿐만 아니라 놀 땐 놀고 자기 일을 열심히 제대로 하는 사람이거든요. 어린 걸그룹 친구들에 비해서는 이런저런 경험이 있다보니 강점으로 살리고 싶죠. 이런 곡들도 호소력 있게끔 표현할 수 있게 됐고요."
가수 황인선을 어필하고자 하는 그를 보니, 다른 분야에 욕심은 잠시 접은 건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는 손사레를 쳤다. "무대는 무대대로, 다른 예능이나 어떤 기회라도 찾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제 유쾌 발랄함이 또 어느 면에서는 큰 장점이고 누구에게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토크를 굉장히 좋아하고 뭘 숨기고 이런 스타일이 못 되거든요. 솔직하게 고민 상담을 해준다든지,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황이모기 때문에 이모로 해줄 수 있는 부분, 저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걸 찾고 있죠."
당장 황인선의 목표는 가수로서 신곡을 100위권 안에 올려놓는 것.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에겐 작은 목표일 수도, 큰 목표일 수도 있다. 그는 "장기적인 목표는 최고의 가수가 되는 것"이라며 "사업적으로도 기획자의 꿈도 가지고 있다. 문화계에 일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고 다소 원대한 꿈을 얘기하며 웃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가수 황인선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8.22 yooksa@newspim.com |
"제가 무용을 굉장히 오래했어요. 그러다 갑자기 걸그룹을 한다고 하면 미쳤다고 할 만 하죠.(웃음) 주변에서 저는 사회적인 시선들에 뭔가를 던지는 사람인 것 같아요. 다들 일반적인 틀에 스스로를 가두려고 하는데 그런 걸 깨고 싶어요. 무용을 하면서 열심히 배우고, 돈도 많이 들이고 무용수로 자라나서는 설 무대가 없는 친구들의 경우도 많이 봤어요. 대중화가 아직 안돼서 아쉬운 부분도 많았죠. 제가 가수로 성공한 뒤에는 무용도 해보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예술과 대중문화 전영역을 아우르면 좋겠고, 목소리를 내고 싶기도 하고요."
겉으로 보기에 마냥 유쾌할 것만 같았던 황인선의 고민은 꽤나 현실적이었고 깊이도 상당했다. 그의 말처럼, 어려운 문제들을 쉽게 해결해나가는 데 그의 캐릭터가 도움이 될 수 있을 듯 했다. 가수의 영역을 넘어 꿈을 좇는 많은 이들이 그를 보고 힘을 얻는다면, 황인선이 무엇을 하든 그의 행보는 가치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제 황이모라는 캐릭터를 가져가되, 어디서든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의외로 뭔가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자극하는 사람이고도 싶고요. '프듀' 때도 '언니 보고 저도 도전했어요'라는 얘길 들으면 뿌듯하고 좋더라고요. 그럴 땐 책임감도 느껴요. 좋은 가수가 되고 싶고, 영향력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그런 가수가 되길 꿈꾸고 있어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