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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고시원 화재]고달픈 삶의 무게...서글픈 인생

기사입력 : 2018년11월11일 05:00

최종수정 : 2018년11월12일 22:01

보증금 없고 월세 저렴하지만 열악한 주거 환경 '감옥' 비유
고시생들의 '공부 공간'에서 주거취약계층의 '생활 공간' 변모
종로 고시원 화재 사망자들도 일용직 근로자·기초생활수급자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 서울의 한 고시원에 거주하는 A씨(66·남)는 고민이 깊다.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며 월세를 내고 생활해왔지만 최근 허리통증이 심해져 일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결혼을 하지 못한 A씨는 의지할 가족이 없다. 18만원의 고시원 월세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A씨는 “차라리 일이라도 하면 좋은데 몸이 안 좋아 좁고 어두운 방에 하루종일 누워만 있다”면서 “병원에 가고 싶지만 생활비도 부족해 포기한 상태”라며 한숨을 쉬었다.

# 대전에서 ‘공무원’의 꿈을 안고 서울 노량진으로 올라온 B씨(28·여)는 학원 근처 고시원에 입주했다. 최소한의 시설만 갖춘 월세 22만원의 방이다. 아늑한 고향집을 떠난 B씨에게 고시원 생활은 험난하기만 하다. 아침부터 밤까지 학원에서 공부한 후 지친 B씨를 맞이한 창문 없는 고시원 방은 그를 더 힘들게 했다. B씨는 “창문도 없는 좁은 방에서 생활하다 보니 우울증에 걸렸다”며 “하루 빨리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이곳을 나가고 싶을 뿐”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의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건물 3층에서 시작돼 3층 7명이 숨졌다. 이날 환자복을 입은 고시원 거주자가 물품을 챙겨 나오고 있다. 2018.11.09 leehs@newspim.com

◆열악한 주거 환경...“감옥같은 삶”

‘지옥고’라는 말이 있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환경을 상징하는 말이다. 이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곳이 고시원이다. 고시원은 보통 보증금이 없고 임대료가 저렴하다. 일반 원룸과 달리 별도로 부담해야 하는 공과금이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최소한의 식사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이렇다 보니 적은 비용으로 주거를 해결하려는 ‘주거취약계층’이 고시원에 몰린다. 최근 주거환경을 개선한 ‘고시텔’ 등의 시설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들이 주로 찾는 곳은 전통적 개념의 저렴한 고시원이다.

고시원의 주거환경은 열악하다. 거주자들은 ‘감옥’에 비유한다. 자기 몸 하나 누이기 힘든 좁은 공간, 식사·배변 등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을 모르는 사람들과 공유해야 하는 어려움은 흡사 감옥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공간’...급증하는 고시원 인구

고시원은 과거 사법시험 등을 준비하던 고시생들이 최소한의 의식주만 해결하며 공부를 하기 위해 살면서 그 이름이 붙여졌다. 주로 대학 주변이나 노량진·신림동 같은 고시학원 밀집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사법고시 등이 폐지되고 ‘고시’의 개념이 옅어지면서 고시원을 찾는 사람들의 부류도 달라졌다. 지속적인 경제불황과 취업난, 1인 가구가 증가하며 대도시 내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주거지를 찾는 공시생이나 취업준비생, 특히 일용직 근로자들이 고시원으로 몰렸다.

국토교통부가 10월 발표한 ‘주택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고시원·고시텔에 거주하는 가구는 15만1553명에 달한다. 전국의 고시원·고시텔 등록건수도 2004년 3910건에서 2016년 1만1800건으로 3배가량 늘었다. 이중 80.2%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거주자들의 평균연령은 34.6세로, 청년부터 중·장년층까지 고루 분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고시원 거주자들의 경제활동비율이 73.7%에 달했다. 고시원이 고시생들의 ‘공부 공간’에서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공간’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하는 수치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의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고시원 건물에 화재의 흔적이 남아 있다. 2018.11.09 leehs@newspim.com

참혹했던 종로 고시원 화재...사회적 약자들의 안타까운 죽음

지난 9일 발생한 종로 고시원 화재 사망자들도 일용직 근로자, 기초생활수급자 등 주거취약계층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가 발생한 국일고시원은 월세가 27만~38만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비용이다. 특히 서울 중심가에 위치해 있어 인력 사무소나 일터가 많은 것도 큰 이점이었다. 이들이 생활비를 아끼며 삶을 영위해갈 수 있는 안식처였다.

화재가 발생한 이날도 고된 노동에 지쳐 겨우 침대 하나 있는 좁은 방에서 단잠을 자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고가 없고 가족과 떨어져 지낸데다가, 화마로 시신 훼손도 심해 경찰이 신원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무거운 삶의 무게를 견디던 이들의 삶은 끝까지 외로웠다.

iamky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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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협상, 명백한 중국의 승리"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미중 관세협상에 대해 중국내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승리'를 거뒀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중국의 매체들은 13일 일제히 미중관세협상 결과를 보도하고 나섰다. 관영매체들은 '승리했다'는 표현을 자제하고 있지만, 협상이 성공적이었다는 논조를 유지했다. 중국의 SNS상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중국이 승리했다는 반응 일색이다.  12일 미중 양국의 협상단은 스위스 제네바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145%에서 30%로, 중국은 미국에 대한 관세율을 1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추가적인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5년전인 2020년 1월 타결됐던 미중 관세협상 결과와는 차이가 크다. 당시 중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 구매할 것을 약속했고, 강도 높은 지재권 보호 , 금융 서비스 시장 개방, 환율 투명성 강화 등을 보장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관세를 일부 인하했다. 하지만 이번 미중 관세협상에서는 양국이 모두 동등하게 115%의 관세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중국의 미국산 물품 구매나 시장개방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양보 일변도였던 5년전과 달리 이번 미중 관세협상은 공평하고 평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이번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얻었고, 미국은 끝내 양보했다"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강대강 전술이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중국 매체 관찰자망은 "양국의 제네바 경제·무역 회담 공동성명 발표는 중국이 무역 전쟁에서 거둔 중대한 승리이자 중국이 투쟁을 견지한 결과"라며 "미국의 무역 괴롭힘에 맞서 항쟁할 용기가 조금도 없는 국가들과 비교하면 이번 승리의 무게가 더 무겁다"고 논평했다. 광다(光大)증권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국제 무역 투쟁에서 패권을 두려워하지 않고 굳건하게 맞선 결과 단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가장 먼저 미국에 대등한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국내적 국제적으로 대응조치를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자오상(招商)증권은 "중국은 미국과 공평하고 평등한 협상을 진행했으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호평했다. 이어 "중국은 우호적인 국가들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중국 경제의 대미 의존도를 낮췄고, 기술 진보와 군사력 확충 등이 이뤄졌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같은 성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여론이 지나치게 고무되는 것을 경계하는 논설기사도 나왔다. 신화사는 '중미 경제무역 회담이 세계 경제 압박을 낮추고 신뢰를 증진시켰다'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양국의 대화 재개는 기쁜 일이지만, 양국간의 의견 차이 해소는 복잡하고 어려우며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오성홍기와 미국 성조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ys1744@newspim.com 2025-05-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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