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고위급 회담은 또 하나의 피상적 회담일 것”
양국 기술패권 전쟁은 화웨이 사태보면 알 수 있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과 중국이 협상 종료 시한인 내달 1일(미국 동부시간 기준)까지 무역합의를 도출할 지 이해관계자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이 협상 타결이란 성공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해도 기술패권 경쟁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华为) 매장에서 직원 한 명이 휴대폰을 분해하고 있다. 2019.02.07. |
미국과 중국은 11일 베이징에서 차관급 무역협상을 시작했고 이후 양측은 14~15일 고위급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고위급 회담에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 등이 참석한다.
불발될 줄로만 알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폭스뉴스 방송에 출연한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양국 정상이 “곧 다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들이 다음달 중순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장소 후보지로 마라라고 리조트를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케빈 러드 뉴욕 소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소장은 이번 고위급 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지 않다. 그는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그래왔듯이 (이번 회담은) 또 하나의 피상적인 회담일 것"이라며 "대화가 근본적인 영역엔 닿지 않을 것이다. 두 정상은 합의를 원하지만 양측 협상가들은 여전히 근본적인 사안에서 의견이 나뉜다"고 주장했다. 이번 고위급 회담의 핵심은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지식재산권 보호다.
◆ 트럼프 행정명령이 쏘아올린 기술전쟁 장기화
러드 ASPI 소장이 이토록 비관하게 된 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인공지능(AI) 이니셔티브’ 행정명령 서명이다. 연방기관들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AI를 우선시하도록 하고, AI 응용 활성화를 위해 연구원들의 연방정부 데이터 접근권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사실상 취지는 미국의 AI R&D를 촉진시켜 중국의 기술 굴기를 억제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이 전 세계 AI 분야 선두주자지만 몇 년 후면 중국이 미국의 기술패권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현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 의회 국정연설에서 첨단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는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동안 행정부는 AI 등장에 부진하게 대응해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중국의 AI 분야 R&D는 미국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전직 국방장관인 짐 매티스는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AI에 대한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러드 소장은 미·중 무역전쟁 합의 타결만 고대하는 시장 투자자들에 잘못된 믿음에 빠져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무역전쟁 종식이 양국 간 갈등의 종료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양국 정상이 합의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 시한 내 “어떠한 형태의” 무역합의가 도출될 것으론 사료되지만 무역전쟁이 해결된대도 “현재 비(非)선언 첨단 기술 전쟁 중”이라고 말한다.
◆ 美 “화웨이 쓸래, 우리랑 단교할래?”
양국이 기술패권 전쟁 중인 것은 현재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러드 소장은 주장한다. 동유럽을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1일 첫 번째 방문지 헝가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동유럽 국가들이) 화웨이 장비를 쓰면 미국과 파트너국으로 함께 가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의 차세대 이동통신(5G) 장비를 들여 미국과 관계를 포기할 것인지 묻는 극단적인 발언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헝가리에 이어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을 차례대로 방문한다. 미국과 파트너십과 화웨이 장비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유럽국가들은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지령을 받고 장비에 도청과 정보 유출이 가능한 장치를 숨겨 넣어 중국 정부에 기밀이 제공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에 미국은 서방국가들과 주요 동맹국들에 화웨이 장비를 들이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 장비도입을 금지시한 국가는 미국과 호주다. 세계 1위 이동통신사 보다폰은 유럽 전역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반면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주재한 5개 주요 부처 장관회의 결과 정부 차원에서는 화웨이를 5G 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에서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 이외 유럽 국가들은 화웨이가 국가안보에 위험한 지 여부를 검토 중이거나 중단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중국의 세계 최대 통신장비 기업이자 유럽은 화웨이의 최대 시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동유럽으로 보낸 데는 기술패권 전쟁이 배경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