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예고 1기 졸업생 절친들이 모여 만든 '극단 소년'
연극 '소년, 천국에 가다'로 세 번째 창작 공연 선보여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누군가는 금방 그만둘 거라 생각했다. 절친들과 의기투합해 극단 소년을 창단하고, 십시일반 모은 자금으로 작품을 개발하더니, 벌써 세 번째 창작극이 무대에 올랐다. 연극 '소년, 천국에 가다'를 공연 중인 극단 소년의 주역들 표지훈(블락비 피오), 이한솔, 이충호, 최현성, 임동진을 지난 20일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만났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극단 소년 소속 배우 피오(왼쪽부터), 이충호, 최현성, 임동진, 이한솔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2.20 mironj19@newspim.com |
연극 '소년, 천국에 가다'는 2005년 개봉한 박해일, 염정아 주연의 동명영화가 원작이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미혼모와 결혼하는게 꿈인 13세 소년 네모가 33세 어른으로 변해 꿈 같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7일 티켓 오픈 직후 전석 매진을 기록한 작품으로, 지난 16일 개막해 순항 중이다.
"영화가 원작이라 각색해 올릴 때 걱정이 많았어요. 막상 올리고 나니 되게 재밌는 것 같아요. 창작을 하는 집단이다보니 원작을 각색한 게 이번이 처음이에요. 저희가 하고 싶었던 장르기도 하고, 평소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부분이라 재밌게 연습했어요." (이한솔)
극단 소년은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1기 졸업생 이충호, 이한솔, 임동진, 최현성, 표지훈이 언제나 '소년' 같은 순수함과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관객들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2015년 설립했다. 2017년 '마니토즈', 2018년 '슈퍼맨닷컴'에 이어, 이번 작품은 표지훈이 먼저 극화를 제시했다. 의도된 촌스러움으로 옛스러움은 살리되 시간 순서, 캐릭터 변화 등 각색으로 무대의 한계를 최대한 벗어나고자 했다.
"어릴 때 이 영화를 보고 좋아했었는데, 지나가는 말로 연극으로 올리면 재밌을 것 같다고 얘기를 했었거든요. 친구들과 다른 작품도 준비 중이었던 터라 고민이 많았죠. 어렸을 때 우리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궁금증이 있었고, 크면서 어떤 것들이 없어졌나 생각이 들었어요. 죽으면 어떻게 될까, 천국이 있을까, 엄마 아빠를 또 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잖아요. 그걸 무섭지 않게 해소시켜준 영화인 것 같아요. 원작을 각색해서 연극으로 만들면 저희 극단과 맞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표지훈)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극단 소년 소속 최현성 프로듀서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2.20 mironj19@newspim.com |
"원작이 오래됐기 때문에 지금 색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도 의도된 촌스러움을 보여주고자 했죠. 포스터도 옛스럽게, '레트로' 느낌을 많이 살렸어요." (최현성)
"연극으로 올릴 때는 시간이나 공간 제약이 많으니까 오히려 타임라인을 역순으로 진행했어요. 원작에서 파출소장이 악역으로 안 보여지지만, 연극에서는 더 확실하게 악역으로 만들어 조금 더 풍성한 스토리라인을 만들려고 했죠.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가고 싶어서 요즘 쓰는 사투리가 아니지만 그대로 사용해요." (이충호)
"원작처럼 시간 순서대로 가면 관객들의 이해는 도울 수 있을 지언정, 오히려 지루하고 재미가 떨어질 것 같았어요. 구조만 서너번 바꾼 것 같아요. 마지막에 선택한 게, 처음에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공연을 진행하면서 나오는 조각들이 마지막에 맞춰지는 걸로 가자고 결정을 내렸죠." (이한솔)
이충호와 이한솔은 극 중 어른이 된 '네모' 역으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표지훈은 미혼모 '부자'에게 치근덕거리며 지위로 사람들을 휘어잡으려는 '파출소장' 역으로 분한다. 임동진은 저승으로 안내하는 '저승사자'를 비롯해 멀티 역으로 활약한다. 최현성은 극단 소년의 프로듀서다. 친한 사이지만 오디션을 통해 배역이 결정된다. 연출은 이한솔의 대학교수 김형은의 도움을 받는다.
"저희들도 오디션을 봐요. 대본을 쓰고 같이 작업하면서 하고 싶은 역할이 있으면 어필도 많이 하고, 저희 안에서 경쟁이 있죠. 이번에는 사실 '네모'를 피하려고 치열했어요(웃음). 모든 역할이 다 노력해야하지만, '네모'는 분량도 많고 너무 어려울 것 가았거든요. 하지만 최종 결정은 연출님이 하세요." (표지훈)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극단 소년 소속 블락비 피오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2.20 mironj19@newspim.com |
이 외에도 '네모'의 짝사랑을 받는 미혼모 '부자' 역은 오유민, 그의 아들 '기철' 역은 서동현, '네모'를 짝사랑하는 친구 '두부' 역은 김수아, '네모 아빠' 역은 김기주, '네모 엄마' 역은 변하늬가 출연한다. 지인들이지만 모두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 됐다. 특히 '두부' 역의 김수아는 한림예고에 직접 찾아가 오디션을 보고 뽑힌 케이스다. 배우 뿐만 아니라 공연 진행 전반적인 과정에서 지인들의 도움이 크다.
"(김)수아 배우가 한림예고 10기에요. 후배들과 하고 싶어서 선생님들께 부탁드려서 직접 학교에 찾아가서 오디션을 봤죠. 애들이 정말 열심히 준비했더라고요. 거기서 보석을 발견했어요(웃음). 앞으로도 계속 한림예고 친구나 후배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표지훈)
"원작 영화에 애니메이션 장면이 몇 번 나와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영상과의 컬래버레이션에 도전해봤죠. 제 후배가 직접 그려줬어요. 동화같은 일러스트로 한층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어줬죠(웃음)." (이충호)
"친구 공유빈이 음악감독으로 합류하게 됐죠. 장르가 판타지다 보니까 연극이지만 음악의 힘을 많이 빌렸어요. 말로써 주구장창 풀어야할 부분을 음악으로 훨씬 간단명료하게 풀렸어요." (이한솔)
"특히 스태프 파트는 주변에 도움을 많이 요청해요.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돈이 없어서 다들 미래를 보고 도와줬죠(웃음). 저희가 믿음을 보여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임동진)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극단 소년 소속 배우 임동진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2.20 mironj19@newspim.com |
절친한 사이기에 스스럼 없는 의견 개진은 싸움을 불러일으키거나 한단계 더 발전하는 발판이되기도 한다. 취향도 성향도 개성도 각자 너무 다른데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아 의견 조율은 필수. 이들은 민주적으로 무조건 '다수결'로 해결한단다.
"말도 못할 때가 많아요. 정말 쌍욕하고, 다신 안 볼 사람처럼 싸우기도 하고, 술먹다 울기도 하고(웃음). 친구다보니 모든 것을 다 얘기해 오히려 더 도움이 되기도 하죠. 단점들을 막 말하니까 바꿔야 할 것들이 잘 보이는 거죠. 각자 너무 달라요. (최)현성이는 별장에 귀신나오는 스릴러가 하고 싶다고 하고(웃음), 저는 엄청 도전적이에요. 그나마 (임)동진, (이)충호, (이)한솔이가 중간 의견을 많이 내는 것 같아요. 다들 의견이 강하니까 무조건 다수결로 해결합니다(웃음)." (표지훈)
사실 표지훈은 그룹 블락비 활동은 물론, 최근 tvN '신서유기' 등 다양한 예능에서 활약했다. 이에 극단을 창단하고 연극 활동을 하는 것에 의문의 시선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표지훈은 "연극할 때 행복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공연을 하면 기를 받는 것 같아요.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좋지만 관객들 바로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더 많은 에너지를 받는 것 같아요. 저는 연기하지 않을 때도 무대 뒤 커튼을 열어서 관객들의 표정을 봐요. 저희가 만든 걸 재밌게 봐주실 때 너무 행복해요. 물론 연극 때문에 못하는 스케줄도 생기지만 제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거라서 괜찮아요. 처음 1~2년 때는 회사가 엄청 싫어했죠(웃음). 제가 연극을 해야 드라마도 잘 할 수 있고, 더 배울 수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이제는 지지해주고 있어서 감사하죠. 하면 할수록 연극에 대한 갈증은 심해지고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요(웃음)." (표지훈)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극단 소년 소속 배우 이한솔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2.20 mironj19@newspim.com |
2017년부터 1년에 한 편씩 벌써 세 번째 작품이지만, 여전히 목마른 '극단 소년' 멤버들. 최근에는 유튜브를 개설해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 중이다.
"이제는 조금씩 극단의 팬도 생긴 것 같아요. 공연말고도 어떻게 재밌는 걸 해드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죠. 매일 방송하지는 못하지만 재밌는 영상을 기획해서 올리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표지훈)
"완성된 작품처럼 웹드라마나 단편영화 같은 것도 도전할 계획이 있죠. 패러디나 몰래카메라 콘셉트, 반전드라마, 광고를 빙자한 그런 재밌는 영상들을 올릴 생각도 있어요." (이한솔)
"저희가 작품을 구상할 때 아무나 한 문장이든, 그냥 한 단어든 아이디어를 던지면 거기서부터 파생돼 디벨롭시켜요. 지금도 계속 서너가지 얘기 중이죠. 유튜브를 위한 콘텐츠도 얘기하고 있고, 일단 다들 욕심이 많아요(웃음)." (이충호)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극단 소년 소속 배우 이충호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2.20 mironj19@newspim.com |
연극이 좋아 모인 '극단 소년' 멤버들. 이들의 가장 큰 목표는 연극만 해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 그만큼 극단 소년의 책임감과 부담도 크지만, 새로운 작품에 대한 열정을 키울 수 있다. 극단 소년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대학로에 다시 한번 연극 붐이 생기고, 연극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단다.
"저희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장르보다는 '극단 소년'을 더 잘 보여주고, 구체적인 생각이나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는 작품에 도전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마냥 웃기기만 한 연극을 만들진 않을 거에요." (최현성)
"저희 연극을 보고 '어렸을 땐 이랬지'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최근에 언더그라운드 공연이 열풍이 불어 래퍼들이 관객들이 꽉찬 공연장에서 공연을 많이 하잖아요. 그것처럼 저희도 대학로에서 열심히 해서 팬층을 많이 만들고, 대학로에 붐을 일으키는 활기찬 극단이 되고 싶어요. 연극하면 돈이 안 된다는 얘기가 많은데, 연극만 해도 너무나 행복하게 집도 사고 차도 살 수 있고, 삶이 이뤄질 수 있구나를 보여주고 싶어요." (표지훈)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극단 소년 소속 배우 피오(왼쪽부터), 이충호, 최현성, 임동진, 이한솔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2.20 mironj19@newspim.com |
극단 소년의 연극 '소년, 천국에 가다'는 오는 3월3일까지 대학로 서경공연예술센터 SKON 2관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