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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미세먼지·플라스틱 공해에 주목한 미술계

기사입력 : 2019년02월26일 09:18

최종수정 : 2019년02월26일 09:18

미세먼지·플라스틱 등 환경오염 주범 작품으로
"환경문제 주제로 한 전시 통해 경각심 키워야"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로 골치가 아픈 요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환경문제가 미술계에서도 이슈다. 길거리에 난무하는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 플라스틱의 대량생산 문제 역시 예술가들이 주목하는 이슈 중 하나다.

노상희 작가는 2년 전 이응노미술관에서 열린 ‘아트랩대전’과 지난해 대전비엔날레에서 미세먼지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노 작가는 미세먼지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측정한 데이터를 회화와 비디오영상, 3D 조형물을 표현했다.

미국 작가 톰 데이닝어는 쓰레기로 작품을 만드는 환경운동가다. 버려진 담배꽁초나 레고, 플라스틱을 이용해 대형 디지털 인쇄물이나 조형물, 비디오 설치물을 만든다.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참새가 놓인 작품을 들여다보니 버려진 천 조각과 종이가, 수려한 곡선을 자랑하는 조개의 줄무늬에는 담배꽁초가 보인다. 멀리서 보면 매력적인 붉은 입술은, 알고보니 버려진 장난감과 인형, 플라스틱으로 채워졌다.

최근 성곡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크리스조던:아름다움 너머’에서는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이 들여다본 환경 문제를 조명한다. 특히 작품을 통해 플라스틱의 대량생산이 우리 삶과 지구에 어떤 문제를 초래하는지 꿰뚫어본다.

크리스 조던의 작업 방식은 두 가지다. 아름다운 풍경을 찍어 감성을 자극하는 법, 그리고 환경 문제에 대한 통계치를 바탕으로 한 사진 작업이다. 이를테면 ‘미국에서 매시간 사용되는 종이백이 110만개’라는 통계 결과로 종이가방 110만개를 사용해 대나무 숲을 만들었다. 또,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비닐봉지 24만개 통계치를 근간으로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크리스표로 재구성했다.

'미세먼지'를 주제로 한 노상희 작가 작품. '우리가 사는 세계' 전시 전경, 2018 [사진=노상희 작가/대전비엔날레]

서울시립미술관 권진 큐레이터는 “환경 미술이라고 장르화하긴 애매하지만 환경문제를 주제로 한 미술이 부각된 건 최근 일이다. 다만 장르 자체는 오래됐다. 작가는 늘 있어 왔지만 몇 년 사이에 환경문제를 다루는 작가가 늘어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작업들이 화두가 된 배경에 대해서는 “현대미술에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건 작가의 의무이자 영역이다. 글로벌 이슈를 시작으로 환경문제가 사회문제로 이어졌다. 미술계에서 다루는 주요 이슈는 전 사회적인 것과 연결돼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사회 이슈를 예술화했을 때 대중에 전달되는 힘은 강하다. 지난 20일 성곡미술관을 찾은 크리스 조던은 예술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람들이 행동하도록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예술이 인간의 문화를 치유하는 데 중요한 가능성이 있다. 무언가를 느끼면 행동하게 되고 이는 변화를 불러온다. 예술은 관람객에게 슬픔, 공포 등의 감정을 일으킨다. 그러니 변화의 힘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A huge world, 레이저 컷팅 목재, 와이어, 850x450x240cm, 2017 [사진=노상희 작가/이응노미술관]

앞서 스트레스와 불안을 소재로 작업한 노 작가 역시 “이슈는 우리의 일상에서 나타나고 공감될 때 주목된다”고 말한다. 노 작가는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적인 영향이 심신에 미치는 결과에 주목하며 작품을 만든다. 미세먼지와 관련한 작업은 2017년 뉴스를 접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미세먼지의 정도와 국가별 미세먼지 수치 및 차이, 개인이 미세먼지를 대처하는 법 등에 관해 연구하고 통계를 냈다. 이를 예술작업으로 옮겼다. 작가는 주로 자신이 경험하고 문제로 받아들인 후 다른 이들도 같은 불편함을 느끼는 지에 대해 질문하며 작업한다.

노 작가는 “‘미세먼지’를 주제로 작업했을 때 카이스트 생명과학 김대수 박사님께 자문을 얻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굳이 안 겪어도 되는 불편함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자료조사를 해보니 미세먼지의 80% 정도가 중국발이었다. 그쪽에 발전소가 많은데, 일상에서 우리가 쓰는 제품이 ‘메이드 인 차이나’ 아닌가. 그러니 어쩌면 우리 모두가 미세먼지를 초래한 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크리스 조던의 '비너스'(왼쪽), '비너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닐봉지의 이미지가 보인다. [사진=성곡미술관, 뉴스핌DB]

크리스 조던 전시를 주최한 (재)숲과 나눔 관계자는 향후 환경 캠페인과 관련한 전시를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저희 재단에서는 1년에 한 번 정도 문화와 관련한 사업이 예정돼 있다. 향후에도 이와 같이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한 전시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전시를 주최하는 이유는 환경문제나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을 시민에 심어주기 위해서다. 환경문제는 대책이 시급하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전시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리스 조던 전시의 목적은 ‘누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해야 하는가’다. 앞서 환경 문제와 관련한 사진이나 기사, 영상물을 보고 마음 아파한 수준에 그쳤다면 이 전시에서는 아름다운 풍경을 통해 보다 친근하게 환경문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행동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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