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베리 동명소설 각색한 낭독뮤지컬
4월7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모자가 아닌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통해 내 안에 남은 순수성을 가늠해보게 만들었던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가 낭독뮤지컬로 재탄생 됐다. 낭독뮤지컬은 리딩 공연과 달리 최소한의 무대장치와 의상 등으로 무대를 꾸며 작품 속 캐릭터와 음악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새로운 공연 형태다.
낭독뮤지컬 '어린왕자' 공연 장면 [사진=HJ컬쳐] |
낭독뮤지컬 '어린왕자'(연출 이대웅)는 저자 '생텍쥐베리'가 등장해 '어린왕자'와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울렸던 원작의 명장면, 명대사를 무대 위에 충실히 구현한다. 아름다운 감성과 의미 있는 메시지를 그대로 전하며, 관객들은 지친 생활 속 잃어버린 감성을 되찾고 잠시나마 힐링하게 된다.
공연은 화자로 등장하는 생텍쥐베리(정동화)가 사막에 불시착했을 때부터 어린왕자(박정원)와 첫만남, 어린왕자의 행성 여행 이야기, 어린왕자와 헤어지기까지를 그린다. 이 과정에서 '코러스'(김리) 역이 과거의 생텍쥐베리부터 장미, 뱀, 여우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다. 무대 위에 단 3명만 등장하지만 전혀 단조롭거나 지루하지 않은 이유다.
낭독뮤지컬 '어린왕자' 공연 장면 [사진=HJ컬쳐] |
화려한 무대장치는 없지만 예상외로 볼거리가 풍부하다. 서재와 사막이 무대에 마련돼 있고, 원작동화에 담긴 삽화도 무대 영상으로 펼쳐된다. 또 비행기, 왕관, 장미, 여우 등 아기자기한 소품은 극의 동화적 성격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특히 여우의 경우, 목각 인형으로 제작돼 얼굴만 사용하거나 다양한 포즈로 활용되면서 그 귀여움에 눈을 뗄 수 없다.
무엇보다 극의 장점은 넘버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의 하모니는 스토리와 맞물려 아름다운 동화의 세계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이번 공연에는 지난해 초연과 달리 '뱀'의 테마 넘버가 새롭게 추가됐다. 다양한 음악적 변주는 원작의 감성을 완벽하게 되살려 관객들을 자극한다.
낭독뮤지컬 '어린왕자' 공연 장면 [사진=HJ컬쳐] |
"어른들은 모두 처음에는 어린이였다. 그러나 대부분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며 관객들의 가슴을 찌르는 말부터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내가 길들였다면 내가 책임져야 해"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기 때문일 거에요" 등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언들이 배우들의 입을 통해 되살아나며 감동이 두 배가 된다.
원작동화를 읽지 않은 사람도, 혹은 너무 오래 전에 읽은 사람도 공연이 끝나고 나면 원작을 찾아보고 싶게 만든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같은 이야기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지난해 초연보다 한층 진한 위로를 선사한다.
낭독뮤지컬 '어린왕자'는 오는 4월7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구 대명문화공장 1관)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