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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배심원들' 박형식 "번지점프 직전의 상태죠"

기사입력 : 2019년05월09일 09:59

최종수정 : 2019년05월09일 10:15

첫 상업영화 데뷔…포기 모르는 배심원 권남우 열연
새로운 방식의 연기 도전…문소리 外 선배들 덕에 가능
6월 10일 헌병대 입대…"또 다른 경험될 것"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수많은 드라마에 출연했고, 연기력으로는 어디 가서 싫은 소리 한 번 들은 적 없다. 그뿐인가. 무대 경험치 ‘만렙’인 인기 아이돌 출신이다. 하지만 ‘처음’이란 건 누구에게나, 언제나 복잡미묘한 법. 마주한 그의 얼굴에는 설렘, 기쁨, 두려움 등 수십 가지 표정이 교차했다. 한없이 하이톤이 됐다가 금세 작아져 버리고 또다시 잔뜩 신이 나 있다. 본인 말을 빌리자면, 그는 요즘 홀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중이다. 

배우 박형식(28)이 스크린 데뷔작을 들고 극장가를 찾았다. 그의 첫 영화는 오는 15일 개봉하는 ‘배심원들’이다. 지난 2008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 어쩌다 배심원이 된 8명의 보통 사람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진짜 떨려요. 왜 번지점프 직전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기분이죠. 뭐가 맞는지도 모르고 흘러가는 대로 눈치껏 오긴 했는데 너무 긴장돼요. 전 기술 시사 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되게 신기하더라고요. 극장에 영화 보러 다녔는데 거기 제가 나오잖아요(웃음). 사실 그동안 영화를 엄청 하고 싶었어요. 워낙 선배들이 추천을 많이 해줘서 판타지가 있었죠. 근데 이렇게 운이 좋게 영화를 하게 됐고 촬영 현장도 너무 행복했고 게다가 평가도 좋아서 더 좋고 떨리죠. 지금 돌아봐도 하길 잘한 듯해요.”

극중 박형식은 8번 배심원 권남우를 열연했다. 포기를 모르는 청년 창업가로, 자신에게 파산을 제안하는 회생 위원 앞에서도, 질문을 쏟아내는 판사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인물이다. 얼떨결에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에 8번 배심원으로 참여하게 된 그는 끈질기게 질문하고 문제를 제기하며 진실을 찾아간다.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들은 CEO, 왕, 재벌2세 등이었어요. 똑똑하고 멋지고 또 있는 척도 하는. 근데 이번에는 열심히 사는 평범한 27세 학생이었죠. 감독님은 캐릭터 연구도 하지 말고 재판도 모르고 법도 모르는, 오히려 아무 생각이 없는 인물이면 좋겠다셨어요. 처음에는 감사했죠(웃음). 근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동안은 뭔가 보여주는 연기를 했다면 이번엔 정말 그냥 했죠. 나름대로 써보지 않은 연기 컬러를 쓴 거예요. 그래서 더 불안하기도 했고요.”

엄살이 아니라 정말 쉽지 않았다. ‘배심원들’ 크랭크인 2개월 전 종영한 드라마 ‘슈츠’(2018) 여파도 컸다(이 드라마에서 박형식은 천재 변호사 고연우를 연기했다). 자신감 넘쳤던 몸에 힘을 빼야 했고, 다 들리는 법정 용어도 모른 척해야 했다. 더욱이 전설(?)의 ‘27 테이크 사건’까지 터지면서 그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이게 단계적이에요. 처음 5 테이크까지는 ‘한 번 더 하면 되겠지?’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근데 10 테이크 넘어가면 ‘감독님은 뭘 원하시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죠. 그러다 20 테이크가 넘어가잖아요? 자책이 시작되는 거예요. ‘내가 부족하구나’ ‘날 왜 캐스팅하셨을까?’ ‘나 왜 할 수 있다고 했지?’ 등 온갖 생각이 들죠. 물론 돌아보면 그게 톤을 잡아가는 과정이었어요. 그렇게 한 번 하고 나니 다음부터는 1~2 테이크로 끝났죠. 하지만 당시는 정말 멘탈이 무너졌어요(웃음).”

그렇게 힘이 들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게 선배들이었다. 다 옮겨 적지는 않았지만, 박형식은 이날 인터뷰에서 여러차례 선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가 말하는 선배들은 문소리와 배심원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모든 배우다.

“첫 촬영 때도 선배들에게 너무 죄송한 거예요. 그때 (문)소리 선배가 ‘형식아, 난 첫 영화 때 이창동 감독님 만나서 40~50 테이크 갔어. 네가 못해서가 아니라 함께 맞춰가는 과정이니까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해’라셨죠. 정말 힘이 됐어요. 물론 이후로도 쭉 그랬죠. 사실 ‘처음’이 주는 무게, 긴장감이 있잖아요. 근데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헤아려주셨어요. 만약 선배들이 없었다면 못했을 거예요. 함께 주고받아줘서 해낼 수 있었죠. 그것도 역할 놀이에 빠진 것처럼 재밌게요.” 

첫 기억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더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어서일까. 박형식은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 다양한 캐릭터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 그에게는 아직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얼굴이 많다. 

“그냥 정말 다 해보고 싶어요. 판타지도 좋고 SF물, 청춘물 전부 다요. ‘스물’(2015)이나 ‘형’(2016) 같은 작품도 해보고 싶고 (임)시완이 형이 나온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2017) 같은 작품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피아니스트’(2002), ‘노트북’(2004), ‘라라랜드’(2017)도요. 이렇게 말하니까 되게 무모한 사람 같은데(웃음), 사실 제가 남우 못지않게 호기심이 많죠. 궁금한 걸 못참아요. 근데 그 무모함이 좋아요. 연기에서든 일상에서든 일단 뭐든 해보는 거예요. 한 번 사는 인생 후회 없이 살아야죠!”

하고 싶은 게 이렇게나 많건만 당분간은 모두 미뤄야 한다. 알려진 대로 박형식은 오는 6월 10일 입대를 앞두고 있다. 그는 논산 신병훈련소에 입소해 헌병대 수도방위사령부에서 군 복무를 할 예정이다. 

“안그래도 요즘 여러 가지를 실천 중이에요. 얼마 전에는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죠. 이제 남은 시간은 영화 홍보하면서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려고요. 제가 귀차니즘 많은 집돌이 스타일이거든요. 근데 입대 날짜가 잡히니까 마음이 급해지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계속 여기저기 연락하고 있죠. 색다른 경험이에요. 군대 생활은 걱정하지 않아요.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나대로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또 다른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죠. 조심해서 잘 다녀오겠습니다.”
 

jjy333jjy@newspim.com [사진=U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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