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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 '최장수 총리' 새로 쓴 이낙연, JP·고건·이회창 뛰어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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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로 재임 881일...1987년 개헌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
1963년 최두선 동아일보 사장 이후 50년만의 언론인 총리
1995년 광역단체장 선거 이후 최초의 현직 도지사 출신
기자·의원·도지사...사상 첫 총리 출신 대통령 나올지 주목

[서울=뉴스핌] 이준혁 정치부장 =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최장수 국무총리' 타이틀을 달았다. 2017년 5월 31일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임기를 시작한 이 총리는 이날 '재임 881일(2년 4개월 27일)'을 맞았다.

이는 1987년 10월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국무총리로서는 최장 재임 기간이다. 직전 최장수 총리인 김황식 전 총리(2010년 10월 1일~2013년 2월 26일, 880일)의 기록을 깬 것이다.

이 총리의 최장수 기록은 단명이 유독 많은 대한민국 총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역대 그 많던 총리들은 '관리형 총리', '거수기 총리'라는 평가를 들으며 대통령의 그림자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 최고위급 회담을 갖는 등 총리실의 위상을 크게 올려놨다. 관리형 총리(고건·김황식 전 총리), 정치적 실세 총리(김종필 전 총리)와는 다른 책임 총리로서의 입지를 굳힌 셈이다. 더구나 안정적 국정운영과 신속한 현안 대처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호를 달리고 있다. 현직 총리 가운데 차기 대선주자 1위 자리를 이 정도로 오래 지킨 사례는 전무하다.

하지만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총리 출신 인사는 아직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김종필(JP)·고건·이회창·김황식 등 다수의 총리들이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됐지만 아무도 청와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총리가 대권을 꿈꿨던 역대 총리들처럼 대선정국에 발을 담글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정가에선 바람이 소나무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총선(2020년 4월 15일)과 대선(2022년 3월 9일)을 앞둔 여권으로선 이 총리의 대중적 인지도와 경쟁력을 집 밖에 세워두기 어렵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다가오면서 서서히 이 총리의 행보를 거론하는 풍문이 늘고 있다. 이 총리가 대선정국에 뛰어들려면 내년 총선에서 어떤 식으로든 집권여당의 승기를 위한 동력원이 돼야 한다는 것. 이 총리가 과연 재임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여태껏 어떤 총리도 가보지 못했던 '대선 가도'를 뚜벅뚜벅 큰 걸음으로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낙연 총리(좌)가 지난 24일 일본 총리 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1년 만에 회담을 가졌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역대 첫 번째 사례도 '수두룩'

이 총리는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37대 전남지사를 역임한 호남권의 온건 비문(非文·비문재인) 계열 정치인이다. 전남 영광군 출신이다.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1979년 동아일보에 입사한 뒤 도쿄특파원을 거쳐 논설위원, 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치부 기자 시절 옛 민주당을 출입하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눈에 들면서 정치권에 입문한 케이스다.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함평군·영광군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당선인 대변인을 맡았다. 당시 이낙연 대변인이 기자회견이나 논평을 할 때면 노 전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짚어내고, 가장 노무현다운 화법과 의지를 반영했다는 말이 들렸다.

당시 민주당 출입기자들에 따르면 이낙연 대변인의 화법은 직설적이면서도 유연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깐깐했다. 언론계의 한 지인은 "촌철살인의 대가다. 단도로 직입해 들어가는 거침없는 논리적 논평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이 총리는 평생 다섯 번이나 대변인을 맡았다. 일각에선 헌정사 최고의 명(名) 대변인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한다. 언론계로 보면 1963년 최두선 전 동아일보 사장 이후 50년 만에 탄생한 언론인 출신 총리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8월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대면보고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19.08.22 alwaysame@newspim.com

노무현 탄핵안에 반대표 던진 단 2명의 야당 의원 중 한 명

2004년 3월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다.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제외한 야당 의원 중 탄핵에 반대표를 던진 단 두 명의 의원(이낙연 새천년민주당 의원, 김종호 자민련 의원) 중 한 명이 이 총리였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캠프 대변인과 인수위 대변인을 거쳤던 이 총리로서는 당론을 거스르고 의리를 지킨 힘든 선택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사를 마지막으로 다듬기도 했던 이 총리는 대선 직후 열린우리당이 떨어져나갈 때 민주당에 남았다.

당시 '고립무원'이던 노무현 대통령을 도운 신의 때문이었을까. 친노(親盧·친노무현)도, 친문(親文·친문재인)도 아닌 이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첫 총리로 전격 발탁됐고, 이제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여권의 한 중진의원은 "(이 총리가) 호남 출신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탕평인사가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탄핵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은 당시 야당 의원으로선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 때의 인연이 이낙연 총리를 문재인 정부로까지 이어지게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 인사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 총리의 탄핵안 반대표를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 이후 2주 만에 이낙연 전남지사를 초대 총리로 임명했다. 이는 1995년 광역단체장 선거가 시작된 이후 현직 단체장이 총리로 직행한 첫 번째 사례였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지난 8월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2019.08.27 kilroy023@newspim.com

정치·행정 두루 경험한 순발력과 노련미 강점

이 총리의 최대 장점으로는 풍부한 정치적 경험이 꼽힌다. 4선 의원 경력에 2014년 지방선거에선 전남지사로 당선되는 등 정치·행정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전남지사 시절 '100원 택시' '찾아가는 영화관' 서비스 등 이색적인 공약을 많이 발굴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100원 택시는 전남지역 316곳의 오지에 사는 주민들이 택시를 부르면 그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까지 100원을 내고 택시를 이용한 뒤 차액을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제도다. 이 총리의 지사 시절 대표적인 히트 상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도 포함됐다.

또 도지사 당선 직후 고흥과 장흥에 영화관을 세워 벽지 주민도 문화 혜택을 누리도록 한 것도 흥미롭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공공산후조리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외에 '개천에서 용 나는 사업' '서민 빚 100억 탕감 프로젝트' 등 50개 이상의 서민정책을 발굴하고 추진했다. 이 같은 성과로 2017년 3월 '전국 시도지사 직무수행 긍정평가'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주변에선 이 총리가 다소 파격적인 성향이 있다고들 한다. 논리적이고 언변이 좋아 거침없는 수사법(修辭法·어떤 생각을 특별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기술로 표현이나 설득에 필요한 다양한 언어표현기법)이 전매특허이지만, 업무 처리방식도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시절의 한 일화다. 이낙연 의원이 모경제지 기자 출신 보좌관을 뽑고 처음 맡긴 업무가 광화문 지하도로에 자리잡은 노숙인 취재였다. 흥미로운 것은 보좌관으로 하여금 적지 않은 기간 실제 노숙인 체험을 하고 현장보고서를 작성토록 했다는 것이다.

사무실 의자에서 쓰는 분석형 정책보고서가 아닌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담으려는 파격 시도였던 셈이다. 후일담이지만 보고서 발간 이후 언론의 보좌관 인터뷰가 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좌관은 이낙연 의원실을 떠났다. 언론에서 이 의원이 아닌 보좌관을 중점적으로 스포트라이트 삼은 것을 불편해했다는 후문도 있다.

이 총리의 동아일보 기자 시절 후배였던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낙연 총리는 기자 시절 완벽주의자였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이나 국정감사장에서 단연 화려하고 유려(流麗·말이나 글이 거침 없이 매끈하다는 의미)한 언변을 자랑한다. 강성인 야당 의원들의 어떤 공세도 능수능란하게 받아치는 모습에 '사이다 총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만큼 '말빨'이 시원하고 단순명쾌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20년 국회의원 경력 중 무려 다섯 차례나 대변인을 맡으며 '직업이 대변인'이라는 평가가 밑거름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리를 지근거리에서 봐온 한 정치인은 "기자 때는 이슈 발굴, 대변인 등 정치인을 하면서는 현안 대응에 최적화된 경험을 쌓았다"고 평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19.09.27 kilroy023@newspim.com

조직·세(勢)·핵심 지지층 없는 한계 극복할까...
    與 내부 "총선서 역할 없다면 대선 구심점 어려워"

'최장 총리' 기록을 세운 이 총리의 향후 과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치력이다. 국회의원 4번, 도지사, 총리까지. 이제 다음 수순은 당 대표나 대선을 겨냥할 수 밖에 없다. 여론이 이미 이 총리를 대선 후보군에 올려 매달 지지율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분위기는 내년 총선을 기폭제로 삼아 더욱 타오를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대선이라는 빅이벤트를 염두에 두지 않는 정치는 불가능하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이낙연 총리가 내년 총선에 나가지 않는다면 사실상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총선에 나가서 당에 도움이 돼야 이후 정치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인데, 정치를 하려면 내년 총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성과에 따라 대선 출마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총리는) 매우 유연한 사람이다. 지금은 정국의 흐름과 하나가 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마치 물에 배가 흘러가듯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기획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낙연 총리는 적대적 정치에 질려있는 국민들에게 '어필'이 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진단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현재 여권 내에서 보수 성향의 중도층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많지 않은 정치인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총리가 앞으로 대선 등 큰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역시 당 내 지지세력이 빈약하다는 것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민주당의 한 친문계 인사는 "국정감사 대응 등 이 총리의 안정적인 국정운영 능력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친문계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이어 "진보 진영에서 보면 개혁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아직 노무현·문재인 같은 핵심 지지층이 생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 지지통신=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지난 22일 도쿄의 JR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 있는 고(故) 이수현씨의 추모비를 찾아 헌화하는 이낙연 총리. 2019.10.22

옛 고사성어에 '흉유성죽(胸有成竹)'이라는 말이 있다. 대나무를 그리기에 앞서 마음 속에 이미 완성된 대나무가 있다는 뜻이다. 이 총리가 차기 대선을 그리려면 내년 총선을 먼저 완성해야 함은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이 총리의 최장수 총리 재임 기록은 조만간 멈춰설 수도 있다. 공직선거법상 총선에 출마하는 공직자는 선거 90일 전인 내년 1월 16일까지 직을 내려놔야 한다.

중국 시인 자오이는 200년 전 '개관사정(蓋棺事定)'이라고 읊었다. "관 뚜껑을 덮기 전까지는 그 사람의 삶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 총리의 정치적 결단은 아직 유동적이다. 하지만 주변에선 말한다. "1952년 생으로 이제 곧 일흔이 되는 이 총리가 앞으로 배팅을 걸 수 있는 무대는 대선 밖에 없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 총리를 두고 "묵직한 듯 유연하다. 어떤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체축이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융통성이 있다. 마치 물새가 수면을 걷는 것 같다. 가벼운데 흔들림이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진짜로 강한 승부사는 다들 체축이 반듯한 법이다. 무운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승부의 세계에 반드시 필요한 역량인데, 이 총리가 그렇다"고 전했다. 

이 총리에 대한 기자들의 평가도 박하지 않다.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외부에서 볼 때보다 역동적이다" "깨알 수첩이 화제가 될 만큼 꼼꼼하다". 또 '멀티형 리더'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한 기자는 "역할이 이낙연을 입는다"는 말로 이를 압축했다. 하지만 행정과 정치는 확실히 다르다.

지난 2006년 높은 대중 지지도를 바탕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고건 전 총리는 2개월 만에 꿈을 접었다. 고 전 총리는 "대결적 정치구조 앞에서 저의 역량이 너무나 부족함을 통감한다"며 정치무대에서 서둘러 내려왔다. 총리 2번, 서울시장 2번, 장관 3번을 거치며 '행정의 달인'으로 불렸던 고 전 총리가 현역에서 완전히 물러난 일화다.

정치를 관둔 고 전 총리는 당시 기자와의 사석에서 "정치는 타이밍"이라고 했다. 고 전 총리의 한 측근은 "깃발을 꽂으면 여당 의원들 중 일부는 결집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저마다 확실한 상응조치를 확답 받기 원했다. 매일 결제일처럼 느껴지는 각종 비용도 큰 부담이었다"고 토로했다.

물론 이 총리는 과거의 전철을 모두 꿰뚫고 있을 것이다. 여권 내 조직이 없는 것도, 문 대통령의 확실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대선에서 깃발을 꽂는 장수가 되려면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전장의 맨 앞에서 거친 바람과 적군을 뚫고 나가는 결기를 보여야 한다.

과연 이 총리가 난전으로 휘몰아칠 내년 4월 총선, 맨 앞에서 자기를 버리고 여권을 크게 안을 수 있을까. 확실히 이 총리의 '최장수 총리' 기록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이낙연 정치 여정'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jh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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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다시 청와대…낙수효과 기대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난 22일부터 언론 브리핑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되면서, 용산 대통령실 시대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말부터 청와대에서 집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시 청와대 시대가 오는 것이다.  2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부근의 효자동과 통의동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을 방문해 대통령실 청와대 복귀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기대하는 이들이 있는 한편,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다만 기자와 취재원들의 만남이 무작위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전체 상인과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23일 효자로 남단에서 청와대 방향을 바라본 모습. 우측으로 경복궁 영추문이 눈에 들어온다. 2025.12.23 calebcao@newspim.com ◆ "낙수 효과로 장사 잘 될 것 기대 중" 이날 오전 자하문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A씨는 대통령실 청와대 복귀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실이 청와대로 돌아왔다니까 기대하는게 크다"면서 "아무래도 직원들도 돌아오고 하니 매출이 늘어나지 않겠어요?"라고 예측했다. A씨는 장사를 시작한지 3개월 가량 지났다고 밝혔다. 점심 무렵인 오전 11시쯤 효자동에서 5년째 음식 장사 중인 김광재 청기와집 사장(62)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移轉) 전후를 설명했다. 김 사장은 "용산으로 가기 전에는 점심 장사로만 60~70명 정도를 받았고, 청와대 외곽을 경비서는 경찰 인력들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서 "그러다가 청와대를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나서는 5~6개월간 관광객이 몰려들며 300명씩 받는 '특수'를 누렸다"고 얘기했다. 그는 "이후에 거의 다 관람하고 나서 청와대 신비감이 떨어졌고 2년 가까이 장사가 엄청 안됐다"면서 "용산으로 가기 전에 비하면 반 토막 정도 떨어진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대통령실이 돌아온다니까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김 사장과 대화하는 중간에 청와대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 직원 7명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김 사장이 기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손님들의 자리 안내를 한 후 다시 돌아와 인터뷰를 계속했다. "지금도 사람들이 들어오잖아요. 저분들은 기동대인데, 낙수효과지. 근무하는 인원이 몇 천은 될 테니까. 그 안에서 식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밖으로 나와서 먹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도시락을 맞출 수도 있으니까 우리에겐 기회지." 집회나 시위에 대한 걱정이 없냐는 질문에 김 사장은 "시위 걱정? 시위대가 온다고 식당을 부수진 않으니까, 왔으면 밥이라도 한 그릇 먹겠지 우리 손해는 아닐 겁니다"라면서도 "다만 주민들은 피해를 볼 수도 있겠네요. 막 욕하고 시끄럽게 떠들고 할 테니까"라고 내다봤다. ◆ "별 체감 안 되는데" 시큰둥한 반응...임대료 증가 걱정도 효자동에서 남쪽에 인접한 경복궁 옆 통의동 골목에서 25년째 한식당을 하고 있는 60대 여성 B씨는 "솔직히 (장사가 잘 되는)체감이 아직은 안가요. 뭐 돌아오면 나아지겠지?"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우리 집은 경찰이나 직원들이 오는 집은 아니에요. 그 전에도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았고. 주로 경복궁에 놀러 온 사람들이 찾아와요"라며 "(이전에 청와대 사람들이)오더라도 그 사람들은 왜 이렇게 룸을 찾는지, 음식 맛보러 오는 게 아니라 대화하려고 오는거야. 그래서 대통령실 돌아왔다고 해도 그냥 그래"라며 얼버무렸다. 경복궁과 통의동을 가르는 효자로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76세 남성 C씨도 대통령실 복귀가 자신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바람에 상권 변화에 따른 불안정성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원래 12월은 비수기라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체감이 안 가는 걸 수도 있는데, 여기서 15년 장사를 했는데, 그 전에도 대통령실 직원들이나 경찰들이 우리 가게에는 오지 않았어요." C씨의 가게는 커피콩을 직접 볶는 '로스팅' 전문점이다. 과거 문재인 정권 시절에는 청와대에서 커피콩을 사러 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 고객은 경복궁을 찾는 관광객들이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가기 전에 이 안쪽 골목에는 비싼 한식집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고위 관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곳이었겠죠. 그런데 용산으로 가버리니까, 그 집들이 다 카페로 바뀌었어요. 옛날엔 이 근방에 카페가 5~6곳이었는데, 올해만 20곳 넘게 생겼어요." C씨의 설명에 따르면 청와대가 일반인들에게 개방되며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고 한다. C씨의 추측으로는 올해 들어 주변 상점들의 임대차 계약 만료일이 겹쳤는지, 전체적으로 월세가 큰 폭으로 올랐다고 한다. "이 부근 월세가 보통 30평에 500만원을 내는데, 다른 카페들 보면 더 큰 평수겠지만 1000만~1500만원 내는 곳도 있습니다. 근데 보시면 알겠지만 장사가 안돼요. 내 나이에는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월세만 내면 버티지만 다른 곳들은 걱정입니다" 집회와 시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시위도 두 종류가 있다"며 "무슨 노조들이 하는 시위는 매출과 관계 하나도 없고 시끄럽지만, 여러 시민단체나 각 개인이 와서 하는 시위는 장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옆 무궁화동산에서 만난 산책 중이던 동네 주민 D씨는 "원래 여기가 조용하기도 하고 시끄러운 곳"이라며 "용산으로 갔을 때도 큼지막한 시위는 항상 광화문에서 했기 때문에 별 차이는 못 느꼈다"고 얘기했다. D씨는 "옛날 2008년에 광우병 시위를 크게 할 때는 집에 가는 길도 시위대랑 경찰에 막혀서 불편한 게 많았다"면서 "그런 것만 제외하면 동네 사는 게 나쁘진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선 대통령실 청와대 복귀와 관련해 수백억원의 혈세가 낭비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용산에서 다시 청와대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이 269억원, 그 자리에 국방부가 다시 들어오는 데 238억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길 때 든 비용 800억원을 합산하면 총 1300억원의 비용이 낭비된 셈이다. calebcao@newspim.com 2025-12-2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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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 19만명 정보 유출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국내 최대 신용카드사인 신한카드에서 가맹점 대표자 약 19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신한카드는 해당 사실을 인지한 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하고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신한카드는 23일 가맹점 대표자의 휴대전화번호를 포함한 총 19만2088건의 개인정보가 신규 카드 모집 과정에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신한카드 본사 전경[ 사진=신한카드] 2025.06.18 yunyun@newspim.com 유출된 정보는 ▲휴대전화번호 18만1585건 ▲휴대전화번호와 성명 8120건 ▲휴대전화번호·성명·생년·성별 2310건 ▲휴대전화번호·성명·생년월일 73건 등이다. 신한카드는 조사 결과 주민등록번호, 카드번호, 계좌번호 등 민감한 신용정보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가맹점 대표자 정보 외 일반 고객 정보와도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해킹 등 외부 침투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니며 조사 결과 일부 내부 직원의 신규 카드 모집을 위한 일탈로 밝혀진 만큼 유출된 정보가 다른 곳으로 추가 확산될 염려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현재까지 해당 정보로 인한 실제 피해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향후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고 사실과 사과문을 게시하고, 가맹점 대표자가 본인의 정보 포함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조회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아울러 개별 안내도 병행하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객 보호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안이 '목적 외 개인정보 이용'인지, '정보 유출'인지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할 필요가 있으나, 적극적인 고객 보호를 위해 '정보 유출'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yunyun@newspim.com 2025-12-2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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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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