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에 집중하면 디플레 피할 수도"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를 일축했다. 국제유가를 포함해 공급 요인을 제거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0%대 중반을 유지한다는 이유에서다.
디플레이션 논쟁에서 한 발 물러선 KDI는 저물가 상황과 관련해 한국은행에 직격탄을 날렸다.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실패했다고 날을 세운 것.
KDI는 28일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에서 이 같이 밝혔다.
KDI는 먼저 현 상황을 디플레이션이라고 진단하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지난 8월과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각각 -0.04%, -0.4%를 기록했지만 공급 변수를 제거하면 여전히 플러스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지난 9월 전년동월대비 0.5% 상승했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근원물가로 불리며 수요 압력만을 반영한 지표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9월 물가 하락은 수요 측과 공급 측의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축소되면서 발생했다"며 "공급 측의 주요 단기적 영향이 배제된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0%대 중반 상승률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규철 연구위원은 "일시적 요인이 사라지면 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KDI는 디플레이션보다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국내 물가상승률에 주목했다. 국내 물가상승률은 2008년 4.7%에서 지난해 1.5%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물가상승률이 0.4%(1~9월)로 주저앉았다. 한국은행이 물가안정목표로 설정한 2%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KDI는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실패를 꼽았다. 쉽게 말해서 한국은행이 금융안정도 신경을 쓰다 보니 물가가 하락할 때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이 대표 사례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올렸다. 가계부채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당시 근원물가 상승률은 목표치인 2%에 못 미치는 1% 초반대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정규철 연구위원은 "현재의 통화정책 운용 체계는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를 지속적으로 하회해도 금융안정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수행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어 "통화정책이 본연의 책무인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운용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수행되면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후 각 나라에서는 중앙은행이 금융안정 업무도 수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이에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기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2011년 국회에서 통과됐다.
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