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대상 10개 제품 중 4개에서 'EU 기준 초과' 발암물질 발생
단 한 곳만 사용설명서에 '주의 문구'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시중에 판매되는 일부 가정용 에어프라이어 제품으로 감자튀김을 고온 조리하면 발암물질이 다량으로 생성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가정용 에어프라이어 10개 제품을 대상으로 감자튀김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을 분석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조리한 감자튀김에서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가 검출됐다고 25일 밝혔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참여한 10개 에어프라이어 업체 및 모델명. [자료=소비자원 제공] 2019.12.24 nrd8120@newspim.com |
조사 대상은 '대우어플라이언스'의 DEF-D500E(모델명), '리빙코리아'의 YD-AF18, '매직쉐프'의 MEA-B50DB, '보토코리아'의 CA-5L, '에쎄르'의 ESR-A3501B, '이마트'의 AFG-18011D, '키친아트'의 KAFJ-560M, '필립스코리아'의 HD9228, '한경희생활과학'의 AIR-5000, '후지이엘티'의 DWAF-DM5500 등 10개 제품이다.
조사 결과, 시험 대상 10개 에어프라이어 제품 중 절반이 넘는 6개는 기존 사용설명서대로 감자튀김을 조리할 경우 아크릴아마이드 생성량이 유럽연합(EU)의 감자튀김 기준(500㎍/㎏)을 초과하지 않아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나머지 4개 업체 제품은 사용설명서 또는 자동설정 메뉴상의 방법으로 조리할 시 EU 기준 이상인 아크릴아마이드가 검출됐다.
아크릴아마이드는 고탄수화물 식품을 120℃ 이상으로 장시간 가열할 때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유해물질이다. 주로 감자튀김과 감자칩에서 많이 검출되고 과자류·커피류·시리얼 등에서도 발생되는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인체발암 추정물질'(Group 2A)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신경계에 이상 반응을 유발하는 '신경독성'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EU는 식품 내 아크릴아마이드를 줄이기 위해 식품군별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감자튀김의 경우 500㎍/㎏ 이하여야 한다. 국내의 경우 식품 내 아크릴아마이드 잔류 권고 기준은 1000㎍/㎏ 안팎이다.
또한 조사 대상 10개 중 필립스코리아 1개 업체만 제품 사용설명서에 아크릴아마이드 생성과 관련한 주의 문구를 표시했다.
나머지 9개 업체는 사용설명서에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식품류(감자튀김·케이크 등)의 조리 레시피를 제공했으나, 조리온도·시간 등에 따라 아크릴아마이드가 생성될 수 있다는 문구는 안내하지 않았다.
에어프라이어 제품으로 고온 조리할 때 유해물질 '아크릴아마이드'가 생성될 수 있다는 주의 문구를 표시한 필립스코리아 사례. [자료=한국소비자원 제공] 2019.12.24 nrd8120@newspim.com |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에서 동일한 시간에서 식품의 양을 줄여 조리할 경우 유해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가 더 많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 냉동감자를 200℃ 이상에서 각 제품별 사용설명서의 최대 조리시간, 최대 재료량으로 1차 조리 시 30~270㎍/㎏(평균 126㎍/㎏)의 아크릴아마이드가 검출됐다. 이는 EU가 정한 감자튀김의 아크릴아마이드 기준치(500㎍/㎏) 이내였다.
하지만 냉동감자의 최소 재료량을 최대 조리시간으로 2차 조리한 결과, 전체의 40%에 달하는 4개 제품에서 EU 기준(500㎍/㎏)을 초과하는 아크릴아마이드가 나왔다. 1차에 비해 2차 조리 때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이 최대 153배 높았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가정에서 에어프라이어로 감자튀김을 조리할 때에는 업체가 제시하는 권장조리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또 조리환경에 따라 아크릴아마이드 생성량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황금빛 노란색이 될 때까지만 조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또한 에어프라이어 업체에는 ▲아크릴아마이드 생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감자튀김 조리법을 추가로 제시하고 ▲감자튀김 등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식품을 조리할 때에는 온도·시간·재료량에 유의하도록 사용설명서나 레시피북 등에 주의 문구를 표시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조사에 참여한 업체들은 자체 홈페이지 등를 통해 아크릴아마이드 생성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리 조건과 조리 시 주의사항을 담은 사용설명서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보토코리아와 한경희생활과학은 해당 모델에 대한 추가 생산 계획이 없어 주의문구 추가 방안은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소비자원에 전달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