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모리스 주니어, 3연패로 트로피 영구보유하면서 1871년 대회 건너 뛰어
1860년 창설 이후 네 번째로 올해 대회 안 열려…전염병으로 인한 취소는 처음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남녀 메이저대회를 골프를 통틀어 최고(最古)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티시오픈(디 오픈)이 올해 열리지 않게 됐다. 코로나19 여파다.
지난해까지 남자골프 4개 메이저대회가 열리지 않은 것은 총 25회였다. 그 중 15회는 제2차 세계대전, 9회는 제1차 세계대전 때문에 취소됐다.
나머지 하나는 1871년 취소된 브리티시오픈인데 그 이유가 특이하다. 전쟁이나 전염병 등에 의한 것이 아니고, 트로피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리티시오픈 로고가 새겨진 깃발. 올해 브리티시오픈은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않는다. 대회 사상 네 번째 취소다. [사진=골프위크] |
브리티시오픈은 1860년 스코틀랜드 프레스트윅GC에서 시작됐다. 햇수로 따지면 올해가 출범 160년째이지만, 횟수로는 149회째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동안 대회 공백이 있었다는 얘기다. 1871년에 처음 취소됐고, 1차 세계대전이 벌어졌던 1915~1919년,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1940~1945년에 열리지 않았다. 그러므로 올해 대회 취소는 역대 네 번째다.
브리티시오픈이 처음 취소된 1871년의 상황이 이채롭다. 약 150년전 이름을 날리던 톰 모리스 주니어(영 톰 모리스)는 1868년부터 1870년까지 세 번 내리 브리시티오픈에서 우승했다. 3연패는 그의 아버지(톰 모리스 시니어)도 이루지 못한 위업이었다. 영 톰 모리스는 대회 규정에 따라 트로피(챔피언 벨트)를 영구 보유하게 됐다.
대회 창설 이후 줄곧 주최해온 프레스트윅GC에서는 한 선수가 대회를 3연패하는 것을 예상치 못한 듯하다. 1872년 대회 우승자에게 줄 트로피가 없는데다가 이후 대회 개최지 결정 등 절차 문제로 혼돈에 빠졌다.
"새 챔피언 벨트를 만들어 프레스트윅GC에서 계속 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프레스트윅GC측 의견과 "이번 기회에 새 트로피를 만들어 다른 골프장에서도 대회를 번갈아 열자"는 스코틀랜드 유수 골프장들의 의견이 맞섰다. 양측이 쉽게 의견 일치를 하지 못하자 투표를 하게 됐는데 몇몇 골프장에서 번갈아 개최하자는 쪽이 압도적 우세로 드러났다.
결론은 냈으나 계절은 이미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고, 어느 골프장에서 열 것인지, 대회 비용과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해지면서 우승자에게 줄 트로피가 없다는 구실로 1871년 대회를 건네뛰게 된 것이다.
그 이듬해인 1872년9월11일 프레스트윅GC와 세인트 앤드루스에 본부를 둔 영국골프협회(R&A), 머슬버러에 근거를 둔 에딘버러골프동우회 3자는 새 우승 트로피를 만들어 대회를 이어가자는데 뜻을 모으고 곧 실행했다. 세 곳에서 10파운드씩 내 만든 트로피가 오늘날에도 브리시티오픈 챔피언에게 주는 은색 '클라레 저그'의 효시였다. 물론 브리티시오픈이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등지의 유명 골프장에서 돌아가면서 열리는 전통도 그 때 이후 굳어졌다.
3자가 합의에 도달한지 이틀만인 13일 제12회 브리티시오픈이 다시 프레스트윅GC에서 열렸고, 우승자는 또 영 톰 모리스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1872년 그가 네 번째 우승할 당시에는 클라레 저그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틀만에 트로피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클라레 저그는 1873년 세인트 앤드루스GC에서 브리티시오픈이 처음 열릴 때부터 챔피언에게 주어졌다. ksmk7543@newspim.com
브리티시오픈은 1871년 우승 트로피가 없다는 이유로 열리지 않았다. 1872년 재개된 대회에서 톰 모리스 주니어(오른쪽)는 대회 4승째를 올렸다 . [사진=USG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