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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의 세상엿보기] 21대 총선, 투표함이 다시 열린다면

기사입력 : 2020년04월28일 10:03

최종수정 : 2020년04월28일 21:25

[서울=뉴스핌]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인천 연수구을에서 낙선한 민경욱 의원이 어제 총선 투표함 보전 신청서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민 의원은 "개표 결과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선거무효 소송과 당선무효 소송도 병행해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수성향의 유튜버들이 제기해 SNS 상에서 떠돌던 선거조작 및 선거부정 의혹이 오프라인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민 의원에 이어 대전 유성구을에 출마해 낙선한 김소연 변호사도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대전 동구와 중구, 대덕구 지역 거주자 총 21명의 대리인 자격으로 투표함 보전을 신청했다. 김 변호사는 또 사전투표에서의 QR코드 사용은 투표비밀침해와 선거방해 등의 혐의가 있다며 중앙선관위위원장과 사무총장, 전산국장을 대검찰청에 고발도 했다.

김 변호사는 강용석 변호사 등이 운영하는 가로세로연구소와 함께 본투표에서 이기고 사전투표에서 져 당락이 엇갈린 접전지역 40곳 중 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병을 제외한 39곳의 대리소송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총선에서 패한 통합당 후보들이 나서지 않자 39곳 접전지역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고발인을 모집하고 있다. 선거 불복인 지, 선거부정인 지는 이제 투표함을 열면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2020.04.28 julyn11@newspim.com

◆ 동전 1000개를 던져 동시에 앞면이 나올 확률?

21대 총선 조작설은 사전투표 첫날부터 SNS 상에 등장했다. 그후 지난 20일 가까이 조작설을 뒷받침한다는 온갖 통계학적 분석과 음모론이 쏟아졌다. 경합지역에서 본투표에서 이겼지만, 사전투표에서 진 데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총 득표수가 큰 차이가 없음에도 의석 수가 크게 뒤진 데 따른 통합당 지지자들의 상실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접전지역 마다 사전투표 득표수 차이가 당락을 결정한 것에 유튜버들은 촛점을 맞췄다. 선관위가 게시한 선거구별 각종 통계수치를 분석하다 일정한 패턴을 발견한 것이 이번 재검표 소송의 발단이 됐다. 실제로 민경욱 의원은 SNS에 '개표조작의 개념도'라며 '개표 프로그램 코드'를 게재했다.

이에 앞서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영아 명지대 물리학과 교수(미 펜실베니아 대학 물리학 박사)는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21대 총선에서 일어났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주장했다. 박 교수는 "서울 49개 선거구의 424개 모든 동에서 민주당 후보의 (사전선거 득표율-당일득표율)은 +12% 근처의 정규분포 비슷한 모양의 히스토그램을 그렸다"며 인위적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2의 424승 분의 1"이며 "1000개의 동전을 동시에 던졌을 때 모두 앞면이 나오는 경우를 볼 수 없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한 유튜버는 사전득표율을 알면 후보자들의 득표수를 1.6% 오차 범위에서 맞출 수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서울 경합지역에서 통합당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수 중 4분의 1을 민주당 후보에게로 넘기는 이른바 '표갈이'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동안에는 2표 마다, 혹은 3표 마다 1표를 표갈이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는 통합당 후보가 사퇴한 관악구갑과 정치적 상징성이 큰 종로구(종로구는 황교안 후보표의 3분의 1이 이낙연 후보에게 넘어갔다는 것)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구에서는 이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오차범위 1.6% 안에서 득표수를 맞출 수 있다는 것.

◆ 조작설의 확산은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믿는 에코체임버 효과인가

선거부정 의혹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 관계자들은 물론 평소 민주당 성향의 논객들마저 대응을 삼가고 있다. 대신 통합당의 하태경 의원과 이준석 최고위원,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미 텍사스 오스틴 대학 경영학 박사) 등 평소 보수성향의 인사들이 나서고 있다. 조작설을 놓고 공개토론까지 했던 이 최고위원은 투표함 보전신청을 한 민경욱 의원에 대해 "유튜버에 영혼을 위탁한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박영아 교수가 제기한 '확률적 불가능성' 에 대해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미 텍사스 오스틴 대학 경영학 박사)는 "조건부 확률을 독립 확률로 계산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지역에 특정 계절에 비가 올 확률이 10%다. 100개 군에 동시에 비가올 확률은 0.1의 100승이 되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며 "그런데 한반도를 덮는 먹구름이 왔을 때 전국에 비가 동시에 올 확률은 1이 된다"며 조건부 확률과 독립확률의 차이를 설명했다.

유튜버를 중심으로 통합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총선 불복 심리에 대해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 주로 소통해 나타나는 에코체임버 효과(echo chamber effect·반향실 효과)'에 의해 의혹이 확대재생산된다는 분석도 있다. '에코체임버 효과'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안 들리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일종의 확증편향이다.

◆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도 희망 만은 남아 있기를

재검표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최근 20년 사이 몇 번의 재검표에서 결과가 뒤집힌 것은 딱 한번 뿐이다. 그러나 재검표를 위한 법적 절차에 이미 들어갔고,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 국민적 의혹 해소 차원에서 재검표는 불가피해 보인다.

재검표와는 별개로 이번에 드러난 사전투표의 문제점은 보완돼야 한다. 사전투표 용지에 사용한 QR코드가 대표적이다. 김소연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에는 사전투표소에서 교부할 투표용지 일련번호는 바코드를 사용해야 하지만 QR코드를 사용해 전자적인 개표조작이 가능하게 됐기 때문에 이 점은 명백히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QR코드에는 투표자의 각종 신분정보가 담겨 있어 빅데이터로 악용할 소지가 있는 데다 헌법에서 보장한 4대 선거 원칙 중 비밀선거의 정신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있다.

화살은 활을 떠났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신들의 제왕 제우스가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시켜 만든 여자인간 판도라가 제우스가 선물한 상자를 열자 상자 안에 있던 욕심, 질투, 시기, 각종 질병 등이 세상으로 쏟아져 나와 인간의 불행이 시작됐다. 인간들은 세상에 나온 온갖 악들이 괴롭혀도 상자에 마지막 남은 희망에 기대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판도라의 상자 얘기다.

이번 21대 총선 투표함 재검표는 정치 구도에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게 분명하다. 민경욱 의원 등이 주장하듯 개표가 조작된 부정선거라면 총선은 원천무효가 될 것이고, 정국은 파랑에 휩싸일 것이다. 정상적인 개표였다면 민 의원의 정치생명이 끝나는 것은 물론 조작설을 제기한 측은 사회적으로 매장될 게 뻔하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국민들 간 갈등이 한층 첨예화할 것이라는 점이 걱정이다. 상자 안에 희망 만은 남아 있기를 기대해 본다.


julyn11@newspi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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